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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어버이날 맞은 대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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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민중의소리 | 2007-05-08 23:29 | VIEW : 1,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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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맞은 대추리 공동체, "대추리 생각하면 억울하지"
송화리 임시 주거 마을, 빌라 공간 주민들에게는 되려 불편
윤보중 기자
지난 7일 저녁, 대추리 주민들이 임시 거주하고 있는 송화 3리에서 평택범대위가 주관하는 어버이날 행사가 진행됐다.
44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송화 3리는 국방부가 약속한 노화리에 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2년 동안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곳이다. 본래는 미군들을 대상으로 지어진 빌라였으나 미군에 의해 쫓겨난 대추리 주민들의 임시 거주지역이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이곳에서 "미군", "국방부"라고 하면 치를 떠는 대추리 주민들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은 채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어버이날 행사는 애초에 고기와 음식을 나눠먹고, 윷놀이를 한 뒤 카네이션 달기, 장기자랑 등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막상 시작해보니 삼삼오오 술판이 벌어지고, 이야기 자리가 마련되는 등 말 그대로 마을 잔치 분위기.
모처럼 대추리 주민과 함께한 문정현 신부가 대추리 오토바이 자랑을 한 껏 쏟아낸다.
"아, 그 놈이 독한 놈이야. 이날 이때까지 멈춘 적이 없어. 그러고보면 우리가 3년을 같이 있었으니 참 오래 있었어. 그 놈도 대추리 주민들을 닮았는지 잘 굴러가."
"아니 그럴리가 있습니까 신부님. 그럴리가요 ? 그거 완전히 고물인데도"
문정현 신부를 보는 대추리 주민들은 "아이고 우리 신부님"하며 저마다 악수를 건네고 포옹을 한다.
5살 때 미군에 의해 마을에서 쫓겨나 50여년만에 다시 쫓겨났다는 한 주민은 "난방비며 식비며 관리비같은 것이 한달에 30만원 가량 들어가는데 이것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전에는 그냥 채소같은 것은 텃밭에 심어서 먹고, 기름이야 떼다가 말다가 했는데, 여기 오니까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거기다가 바람이 어찌나 많이 부는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워서 보일러를 계속 돌려야 됐어"
대추리 주민들은 빌라 단지에서의 생활이 수십 년 간 지속해 온 농촌 생활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여간 맘이 불편한 것이 아니다.
문정현 신부가 작은 수첩에 주민들의 말을 적어 놓는다. "왠 걸 메모하세요"하며 기자가 물어도 대답 없는 문정현 신부.
△ 대추리 주민들은 송화3리에서 임시 거주 중이지만, 이곳을 대추리라고 부른다. 대추리는 주민들의 공동체이자 신체이자 정신이다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갑자기 마늘 이야기가 화두가 됐다.
"글쎄, 우리는 거기다가 상추도 심어 놓고, 쑥도 심고, 그 마늘이랑 더덕이랑 어찌 됐을려나 몰라"
"못 들었어? 마을 회관만 남겨두고 다 부수고 갈아 엎었다던데"
"아니예요. 아직 그대로 있는 곳도 있다고 합디다. 마늘 밭이랑 상추 밭이랑 뭐, 그런 것들은 아직 그대로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있으면 뭘해, 들어갈 수가 있어야지. 원"
주민들의 말을 들으며 문정현 신부는 "분통하다, 이렇게나 억울할까" 곱씹는다.
"안되겠어. 안돼. 마늘 생각에 내가 또 잠을 못자겠네. 거, 부탁좀 하셔가지고 마늘이랑 더덕이랑 가지고 나오세요. 더덕은 내가 익산 가져가서 우리 화단에 심어놓아야 겠네."
문정현 신부의 말에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는 주민들.
한편에서는 고기 굽고, 수박 자르고, 술판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들리는 말은 대추리 이야기 뿐이다.
"그 놈들이 우리를 왜 쫓아냈는지 이해가 안돼. 아니, (미군기지 확장하는데) 10년은 걸린다는데, 노화리에는 집 지을려면 2년은 더 걸린다고 하더구만. 그럼, 그 땅에서 농사 지으면 국가적으로도 낭비가 없어서 좋고, 우리도 이렇게 답답하게 생활을 안해도 되니 나은데, 언제는 죽네사네 하면서 다짜고짜 밀어부치더니만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던데..."
"그러게 윗 사람들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아랫 사람들까지 그렇게 잘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까?"
갑론을박 하지만, 역시 주민들은 대추리를 떠나온 자신들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사는게 사는게 아니야. 이젠 농사도 지을 수 없고"
△김지태(전 이장)씨의 아버지인 김석경씨ⓒ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평택범대위 회원들이 '어머니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 "눈물이 난다"며 몇몇 주민들은 눈물을 훔친다. 주민들의 얼굴에 흐뭇함이 한 가득 담겨지는 사이, 평택범대위 회원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구경나온 동네 아이들도 카네이션을 달아준다며 덩달아 소란이다.
평택범대위 회원들이 뭔가를 준비한 듯 엠프 주위에 몰려 들더니 부부 회원을 소개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분위기 좀 뛰어봐라"며 독려해 보지만 역부족을 호소하는 한 회원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율동도 하고, 장구 가락에 맞쳐 트롯트로 부르고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자 흥에 겨운 주민들이 박수를 치다가 어깨를 덩실거리다가 몇몇은 춤사위를 뽐내기 시작했다. 수줍다고 웃고, 재밌다고 웃고, 익살스러움에 웃는 사이 김지태(전 이장)씨의 아버지인 김석경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석경 씨가 노래를 부르자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 듯, 주민들은 곧바로 문정현 신부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우리 신부님" 소리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대추리 주민들. 문정현 신부는 "흙에서 살리라"를 목청껏 불렀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오래오래 흙에서 살리라."
△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평택범대위 회원과 흐뭇해하는 대추리 주민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 "좋은 사람", "좋은 관계", "좋은 일". 평택범대위와 주민들은 힘겨운 싸움을 해왔지만 서로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다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대추리의 인기가요 '밧줄로 꽁꽁'을 흥겨운 장구가락에 맞쳐 부르는 평택범대위 회원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 김석경 씨의 노래에 부인 황필순씨가 흥겨워 하는 모습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더도말고 덜도말고 노래만큼 살았으면.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마을 이주 이후 사실상 농사를 포기한 상태이다.
"땅이 너무 안좋아. 전에 있던 그만한 땅 구할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몰라. 거기다가 이제는 농사지어도 남는 게 없잖어. 우리는 고향도 잃고, 농사도 잃었어. 그래도 어디가서 농사 지으면서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게 유지가 될 것 같지 않아. 그래서 주민들도 그냥 보상금 받아서 한 푼 두 푼 쓰다가 이생 뜨는거지 하는 심정이야. 정말, 너무 억울한 일이야"
한껏 흥을 올리고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사이에 날도 저물고 하늘도 어둠으로 뒤덮였다. 문정현 신부의 18번, '사노라면'을 부르면서 이 날의 공식 행사는 모두 막을 내렸다. 하지만, 평택범대위 회원들은 윷놀이를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일정을 마치고 빙 둘러 앉아 한껏 윷놀이를 즐긴다.
10분에서 15분 간격으로 저공비행 하는 헬기들이 요란스럽다. 소화 1리에서는 소음공해로 인한 소송이 진행중이라고 하니, 송화 3리도 사람 살 만한 곳은 아닌 듯 싶다.
문정현 신부는 "이곳까지 헬기가 따라붙었다"며 "저놈의 헬기"를 연신 읖조리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음은 평온한 소화 3리의 마을 전역을 뒤덮을 뿐이다.
△ 버스보다 자주 다니는 헬기들. 저공으로 날기때문에 소음이 매우 크다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평택범대위 윤용배 집행위원장
"대추리 주민들 변한 것 없다. 세상 인심이 달라졌을 뿐"
△평택범대위 윤용태 집행위원장이 주민의 술을 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평택범대위 윤용배 집행위원장은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 “그동안 진행해 왔던 행사들처럼 정치적인 내용을 담기보다는 주민들을 위로라고 그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 평택범대위 차원의 공식행사로서 지난 몇 달 간의 공백기를 정리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은 농사를 못 짓는 조건입니다. 그래서 일부 어르신들은 공공근로를 하고 있습니다만, 젊은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실업 상태로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상 정부가 주민들에게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은 생계나 본업에 대한 문제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됐습니다만, 보시다시피 대추리와 생활 환경이 전혀 다릅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이곳 생활에 대한 불편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평택범대위는 지난 9.24 4차 평화대행진 이후로 사실상 공백기를 거쳤다는 것이 윤용배 집행위원장의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이주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고 평택범대위는 최근 들어 새로운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5.4사태 1주년 기자회견과 어버이날 행사는 평택범대위의 활동과 기본 입장, 향후 투쟁의 방향 등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겼냐 졌냐’는 식의 판단을 하기보다는, 사실 대추리의 문제가 가지는 여러 의미들 때문에라도 결코 놓을 수 없는 투쟁이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가짐입니다.”
평택범대위는 대추리와 도두리를 물리적인 힘에 의해 빼앗긴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지 이전 문제를 부각시킬 전망이다.
“주민들은 여기를 송화리라고 부르면 화를 내십니다. 이곳은 대추리라는 것이지요. 주민들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인심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인심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저희 생각은 이분들이 잘 되게끔, 행복하게 사실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일들은 하자는 쪽입니다. 그것이 저희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평택 주민들의 투쟁과 더불어 2년 뒤에 노화리에서 시작할 새로운 생활 등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함께 할 예정입니다. 또한 주민들과 연대해서 한국사회에서 주한미군에 의해 쫓겨난 주민들의 삶을 역사적으로 기록하고 알려내는 일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문정현 신부, "목까지 차오른 분노, 이 고통이 불러올 변화 지켜보겠다"
△문정현 신부는 "흙에서 살리라"를 부르며 대추리 주민과 흥겨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기자
지난 3월 말 문정현 신부도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떠나왔다. 이후 전북 익산으로 내려간 문정현 신부는 어버이날 행사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마을을 찾았다. 문정현 신부는 대추리의 아픔을 지우지 못한 채, 묵혀 두고 묵혀둔 이야기를 꺼내듯 지난 한 달의 심정을 털어 놓았다.
“대추리 주민들이 쫓겨나온 송화리는 수용소 생활입니다. 이것을 보고 있는 나의 분노는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대추리 주민들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그 분노가 목을 조입니다. 우리들에게 이 고통을 안겨주어서 얼마나 큰 변화가 오는 것이기에 그러는 것인지, 이 고통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지금 저는 그 결과가 너무 궁금합니다”
“인륜을 저버리고 도덕을 져버리고, 그러고도 나라 살림을 하는 정치인, 관료들이 여기에 무슨 마음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예 보지도 않는 것이겠지, 곪을 대로 곪아 터지기 직전이지만 쳐다보지도 않는 거지. 하지만, 곪으면 분명히 터집니다. 제가 보기에 얼마 남지 않은 것인데, 이 말은 제 칠십 평생 처음 하는 소리입니다”
문정현 신부는 “하루하루 대추리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내는 대추리 주민들에게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대추리 주민의 고통이 반드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나는 믿는다. 분명히 온다”며 재차 강조했다.
문정현 신부는 익산의 '작은 자매의 집'이라는 곳에서 정신지체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잠시라도 여유가 생길 때면 "대추리 생각에 마음을 잡을 수 없다"며 "그래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방이나 사무실에 있을 수가 없어. 그래서 땅을 팠지. 채소도 심고 화단도 가꾸고 일을 해야돼. 안 그러면 대추리 생각이 나. 요즘은 국가보안법 문제가 다가오더군. 그것이 다가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던 사람들이 그 법에 적응해 나가고 있어. 얼마 전에 우리 대추리에서 활동을 했던 사진작가 이시우씨가 구속이 됐어. 그가 구속된 마당에 이제 더이상 견딜 수가 없다는 생각에 기운을 차리고 밖으로 나왔어. 옥인동, 남대문서에서 조사를 받고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송치된다고 하던데…"
문정현 신부는 "단식이 보름을 넘겨 20일 가까이 되었다"면서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괴롭다"고 전했다. 문정현 신부는 이달 11일 기독교 회관 앞에서 진행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단식을 풀도록 권유할 생각이야. 단식을 풀고 국가보안법 투쟁을 함께 하자고 할 거야. 하지만 자신이 없어. 내가 그 사람 뜻을 꺾을 수 있을지 사실 좀 의심스러워. 이야기가 잘 되면 좋으련만, 여러 날 단식을 하고 있어서 정말 걱정이 돼"
문정현 신부는 "학문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진작가"라며 이시우씨에 대한 언론의 면밀한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2007년05월08일
* 평택범대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13 17: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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