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지와 미군기지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고 60년 동안 미군에 의한 피해를 당하며 살아왔던 팽성 주민들. 그렇게 시키는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애국하는 길인 줄 알았고,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내라는 세금 꼬박꼬박 내고 하라는 일 하면서 그렇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왔다.
그러다 하루 아침에 정부로부터 고향을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목숨을 걸고 갯벌을 망아서 전국에서 제일가는 옥토로 만들고 자식들을 낳아 길러가며 지켜온 팽성 땅을 미군들에게 넘겨준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미군기지확장과 정부의 강제토지수용을 규탄했다. ⓒ민중의소리
지난 4년여 시간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고 밤마다 촛불을 밝히며 외쳐온 마을 주민들의 바람은 오로지 정든 고향에서 이웃들과 오순도순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팽성 주민들은 대한민국을 버렸다. 대신 그들이 선택한 것은 고향 마을과 정든 들판.
“이제 모든 것은 우리가 결정한다.
정든 들판, 고향 땅에 단 한 발자욱도 들여놓지 못한다“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위원장 김지태)는 7일 오전 11시 경기도 평택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기지확장과 강제토지수용 절차를 강행하는 정부와 평택시 정책규탄하며 주민등록증을 불태웠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시청을 상대로 두차례에 걸쳐 주민등록증 반납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평택시의 거부로 무산되었고 일부 주민들이 시청 앞 기자회견장에서 자신들의 주민등록증을 붙태운 것.
△주민등록증 반납이 평택시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자 주민들이 주민등록증을 불태우기 위해 주민증을 모았다. 김지태 위원장의 주민증도 보인다. ⓒ민중의소리
△팽성대책위 주민들의 주민등록증 ⓒ민중의소리
△주민들이 주민등록증을 불태우고 있다. ⓒ민중의소리
△불타고 있는 주민등록증 ⓒ민중의소리
팽성대책위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평택시민으로 살아온 팽성 주민들이 이제는 땅도 빼앗기고 최소한의 권리인 주거권과 행복추구권마저도 빼앗기고 있다”며 “더 이상 팽성 주민은 평택시민도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라면서 주민등록증 반납의 이유를 밝혔다.
이날 주민대책위 기자회견에 열린 평택시청 앞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들어 취재경쟁을 보여 최근 전략적유연성에 따른 평택미군기지확장 문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주민들은 김지태 위원장과 이상렬 이장 등 주민대책위 대표들을 통해 주민등록증을 시청에 반납하는 절차를 밟았지만 평택시는 시장이 자리를 비우고 없다며 주민들의 시청 청사 출입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출입을 물리력으로 막으려 들었고, 일부 주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청사 반대편의 저지선을 뚫고 청사 안쪽으로 들어서자 허둥대며 2층 시장실 접근을 막아 나섰다.
“시장 나오라고 해”
“우린 이제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고 평택시민도 아니여”
“왜 문을 잠그나. 문 열어라”
대책위측은 주민들이 시청을 찾은 이유를 시장에게 전하고 조치를 취해줄 것을 평택시에 요구했으나 시측은 “주민등록증은 국가를 대신해 시에서 발급한 것이고 개인이 소지하게 되어 있는 만큼 개인이 반납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대답으로만 일관했다.
또 평택시 총무국장은 “주권을 포기한 사람들이 여기에 올라올 수 없다. 평택시가 미군기지를 유치했느냐. 국가에서 한 걸 두고 왜 여기에 와서 이러느냐”고 대꾸해 야유와 함께 센 항의를 받았다. 심지어 “무슨 주민등록증을 반납할 권리가 있느냐. 나는 이 문제와 관련이 없다. 나도 평택시민이야”라고 말해 주민들의 울분 섞인 욕설과 거센 비난을 받았다.
주민등록증은 발급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반납하는 절차는 없다는 게 평택시의 입장이었다.
△선전물을 들고 항의하는 김지태 위원장 ⓒ민중의소리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기 위해 평택시청으로 들어가고 있는 김지태 위원장. 끝내 평택시의 거부로 주민증 반납은 무산됐다. ⓒ민중의소리
이은우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평택주민들의 아픔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평택시가 무슨 소용이냐”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현실이 서글픕니다만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어떤 정부나 시의 간섭도 받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참다운 인생을 살기 위해 이 고향을 대대손손 물려주고 우리 고향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방승렬(70세.대추리) 어르신의 말에는 홀가분함과 함께 오히려 새로운 희망이 담겨져 있었다.
송태경 팽성대책위 기획부장은 “평택시에 주민등록증을 반납해 달라며 이렇게 맡긴 주민들의 눈에서는 정말 피눈물이 흐르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런 간절한 소망과 바람을 평택시와 국가는 거부하고 우롱하고 있다”고 말하고 "주민등록증의 주인들 얼굴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다른 방안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팽성대책위는 최근까지 모아진 150여장의 주민등록증의 반납여부는 국방부, 행정자치부, 정부청사 등 정부 당국의 향후 태도와 추이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팽성대책위 주민들의 주민등록증 ⓒ민중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