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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리, '빼앗긴 들'에 찾아온 추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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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민중의소리 | 2006-10-07 09:24 | VIEW : 3,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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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빼앗긴 들'에 찾아온 추석
성토작업 시작...정부 주민 대책위에 협박장(?)
서정환 기자
명절이 왔으나 명절이 아니다.
미군기지확장계획 부지인 평택 대추리 1반 지역 앞 캠프험프리의 펜스는 트여 있고, 약 20일 전부터 이곳을 통해 대형 트럭들이 모래를 실어 나르고 있다.
미군기지확장사업을 위한 5천억 규모의 성토작업이 시작됐다. 장차 285만평의 대추리 도두리 들녘과 마을을 잠식할 미군기지 건설사업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공사진행은 아직 조금 밖에 안됐지만, 원치 않는 미래의 일면을 끼고 있는 대추리, 도두리의 추석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다.
때마침 마을에는 초상집이 여럿 생겼다. 대추리 주민 방효태(72)씨의 노모이며 대추리 최고령자 오순이(여, 101세)씨가 추석을 하루 앞둔 5일, 장례를 치뤘다.
한편으로는 지난 5월 4일의 폭력적 강제행정대집행으로 뇌 손상을 입은 대추리 주민 이모(여, 62세)씨도 뇌출혈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다. 남편인 이민강(67세)씨 등 가족들은 명절이 지나는대로 산소호흡기를 떼고 하늘로 보내드릴 계획이다.
한편 미군기지확장저지 팽성주민대책위 김택균 사무국장 앞으로는 국무조정실 명의의 협조요청 서신이 날아왔다.
내용인 즉 10월 20일까지 정부의 주민 이주대책 수혜 신청을 알려달라.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거나 사실을 왜곡한다면 주민들이 '대책위 간부들이 물어내라'고 할수 있다는 것으로, '협조 요청'이라기 보다는 '협박'에 가까웠다.
주민대책위의 신종원 조직국장은 "정부의 거짓말에는 이미 신물이 난다"며 "이제 정부가 보내는 어떤 우편물도 수령하지 않기로 했고, 저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는 대책위의 입장을 밝혔다.
△추석연휴 머리에 열린 '우리땅 지키기 764일째 주민촛불 행사' ⓒ민중의소리
정부와 미국을 상대로한 사투를 펼치고 있는 부모님을 만난 자식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대추리 주민 이순금씨의 둘째 아들인 박도성(42, 회사원)씨는 "마을 곳곳에 부서진 빈집때문에 보기에 참 흉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 망가뜨려진 고향의 풍경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태 위원장의 형 지백씨 '난형난제'
그러나 박씨는 "우리 어머니는 자식들이 나가서 살자고 권해도 듣지 않으실 분"이라며 "우리는 어머니의 뜻을 존중하고, 사시는 날까지 이 마을에서 노인정에도 다니시고, 이웃들과 편안히 살기를 바란다"고 어머니를 응원했다.
이번 추석은 특히 팽성주민대책위 김지태 위원장의 형 지백(54세)씨가 5년만에 고향을 찾았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며 역시 사업차 한국에 들른 길이었다.
김지백 씨는 "구속된 동생(김지태 이장)도 두차례 면회했다. 그 사이 제수(조인순)씨가 너무 많이 늙어서 놀랐다"며 혈육의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씨는 "내가 어릴 때는 캠프 험프리를 거쳐서 학교를 다녔고 그 안에서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했는데, 사실 지금 캠프 험프리 안에는 엄청나게 넓은 공터가 있다"며 "정부가 평택미군기지를 확장하는 것을 보고 용산기지이전이라고 표현하는데, 용산기지를 그 공터를 잘 이용하여 이전시킨다면 '웰컴투대추리'정도는 아니지만 받아 들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그렇지만 평택미군기지확자은 미2사단 이전이 핵심"이라면서 "군 복무를 카츄사로 동두천 2사단에서 근무한 경험에 비춰보면, 2사단 이전은 한국에 매우 불리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촛불행사에 한복을 곱게 차린 병철군이 노래 재롱을 부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아무 쓸모도 없는 야산에 있는 미2사단을 이곳 옥토를 깍아 먹으면서 까지 한강 이남으로 옮긴다는 것은 미군의 전쟁억지력 등 여러가지 의미에서 득 될게 없다"고 말하는 김씨의 말은 그 동생 김지태 이장의 그것 처럼 명쾌하고 조리있었다.
김씨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매일 두세번씩 범국민대책위 홈페이지와 한국 언론을 들여다 보며 이곳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힘겨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주민들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4일 밤에도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주민들 뿐만 아니라 고향을 찾아온 외지의 친지들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대추리 주민 방병철(7세)군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어른들 앞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를 부르며 재롱을 부리더니 앵콜을 받고서는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라고 여물지 않은 성대를 울리며 '농민가'를 불렀다.
5일 저녁에는 방효태씨 댁 장례식 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많은 주민들과 외지 친지들이 모여 한판 걸진 '주민 노래자랑'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제는 녹슬기 까지한 철조망과 그 너무 잡초가 무성한 거뭇한 논을 지나, 누렇게 고개숙인 벼와 손바닥 보다 넓어진 배춧잎 위로 따스한 햇살을 녹인 바람이 대추리와 도두리의 추석을 감싸고 있다.
2006년10월05일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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