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allim.or.kr 한기연
주민과 대화하라
2006년 5월 4일 새벽 5시, 평택의 조그맣고 평화로운 마을 대추리에는 1만 5천여명의 경찰과 군인들이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고 철조망을 두르며 평택 지킴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하여 투입되었다. 경찰 병력들은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하여 대다수의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과 학생들을 발로 짓밟고 곤봉을 휘두르며 강제로 연행하였다. 5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연행되었으며 2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머리가 깨지고, 얼굴이 찢어지고, 코가 내려앉으며, 이빨이 나가고, 손과 발이 부러지고 잘려나갔다.
수십년전 미군에 의해 무일푼으로 쫓겨난 주민들이 멀리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겨 교육부에 땅을 무상으로 기증하여 세웠던, 그리고 최근 600여일간 주민들이 아프고 상처받은 마음들을 나누고 시민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대추분교는 국방부와 경찰들에 의해 단 하루만에 모두 파괴되었다.
다음날, 5월 5일은 80년 광주가 다시 재현되는 듯 철조망을 끊고 평택 대추리를 지키려는 무장하지 않은 사람들 수십여명을 군인들이 일방적으로 군홧발로 밟고 팔을 꺾어 포승줄로 묶고 연행하였다. 밤 늦게에는 단지 대추리를 지키려는 100여명의 사람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강제로 연행하였으며 연행 이유야 나중에 만들면 된다는 파렴치한 태도까지 보였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은 무엇보다도 주민들과의 “대화” 이후에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대화는 서로가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듣는 것은 판단을 미루고 의지를 갖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려 하는 것이며 그러할 때에 서로 간에 만남과 살림이 일어난다. 하지만 국방부는 주민들과 대화하겠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모든 것을 수용하라, 아니면 대화할 의지가 없다고 간주한다고 하고 지금까지도 폭력적 연행과 강제 침탈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기만적인 쇼이며 폭력적인 힘의 행사다.
지금 이루어지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과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한을 심는다.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 번째 쫓겨 나가는 주민들의 가슴에, 5월 4, 5일 폭력적 힘의 행사를 막아보려 했지만 손과 코가 잘려나가야만 했던 시민들과 학생들, 농민들과 노동자들의 가슴에, 원하지 않는 폭력적 진압을 국방의 의무 때문에 해야 하는 전의경과 군인들의 가슴에, 하루 벌어먹고 하루 살아야 하기에 평택까지 와야 했던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한을 심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한다.
당신이 진정 폭력과 한의 정치가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원한다면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라.
1. 폭행과 인권 유린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연행자 전원 석방을 요구한다
2. 부당한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과 군투입 철회를 요구한다.
3.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방부는 평택범대위와 국방부 공정한 제3자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기를 요구한다.
2000년전 예수가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한 것처럼 한기연은 지금 평택에서, 그리고 미군기지 이전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 상처, 그리고 가슴속의 한맺힘에 함께 눈물 흘리고 아파한다. 또한 국방부와 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으로 서로 간에 “만남”이 이루어져 서로를 “살리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있기를 함께 마음으로 기도하고 여러 학생 사회 단체들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만남과 살림의 공동체
한국 기독청년학생 연합회
* 평택범대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5-07 0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