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부엉이 한 마리 후드득
어둔 나무가지 위에 날아와
수십리 노을 들판을 내달려 온
초저녁 지친 바람을 마신다
평화 동산 위로 별이 뜨고
국방부 헬기들도 돌아가고
보릿대 쓰러진 들판에 철조망 치던
군인들도 둘째 날 저녁을 먹는다
아, 불길한 저녁 갇혀버린 마을 길
할머니 흐느끼며 지나간다
솔부엉이 또 한 마리 후드득
또 한 나무가지 위에 날아와
길 건너 평화 동산 깃발로 나부끼는
슬픈 오월 밤바람을 마신다
먼 들판 너머 사람들이
철조망 끊고 마을로 들어오고
일과 끝난 미군 기지 너머 나팔 소리
어두워지기 전에 울려 퍼졌다
아, 밤 깊어가고 숨막히는 어둠 속
전투경찰 다시 진압봉을 들었다
저 군화발 소리로 그들이 들어오고
집집마다 모두 등불을 껐다
솔부엉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