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렇게 불쑥 편지를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저는 같은 팽성읍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항상 마음속으로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지만 함께하지 못하고 있어 죄송할 뿐입니다. 대추리는 초등학교 시절에 제 친구가 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 곳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얼굴에 주근깨가 있고 안경을 끼고 키가 컸던 친구였는데, 초등학교 이후 연락이 끊어져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제 고향도 이 곳 팽성읍입니다. 늘 미군부대의 그늘 아래 존재해야만 하는 평택, 언제까지 이런 답답한 현실 속에서 인내심 싸움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의문스럽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은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익을 위한 국책사업이니 어쩔 수 없다는 앵무새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이젠 듣기도 지겹습니다. 과연 그들이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입장이 되어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적이 있다면 이런 식의 방법은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고 말하는 제3자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택의 주민들(대추리, 도두리를 포함한 평택주민들)은 결코 소수가 될 수 없습니다. 미군부대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제평화도시가 건설될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집에 있는 전화번호부에도 대추리 주민여러분과 도두리 주민 여러분의 이름이 있습니다. 얼마전 대추리 쪽으로 지나가면서 본 대추리 주민분들의 나물 다듬으시던 모습도 제 마음속에 생생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땅을 지켜내는 일이 참 힘들고 먼 길 일지라도 꼭 지켜내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두서없는 편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편지가 꼭 여러분들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이름을 밝히시지 않은 한 분이 팽성대책위 앞으로 이편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주민여러분.. 항상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