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 '평택두레풍물보존회' 송영민 단장이 평택 대추리 대추분교 건물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집무중이다.
"국방부가 날 싸우게 만들었다"
[인터뷰] 퇴거압력 버티며 평택 대추분교 지키는 '평택두레풍물보존회' 송영민 단장
문만식(orissa) 오이뉴스 리민기자
지난 6일 법원 집달관과 용역, 경찰을 대동한 국방부가 평택시 대추초등학교 건물에 대한 강제퇴거 집행을 시도했다.
이 학교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송영민(34)씨를 단장으로 하는 <평택두레풍물보존회>가 임대해 사용해왔다. 송 단장 자신이 2002년 9월 6일 이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60-12 번지가 거주지인 대추리 주민이기도 하다.
대추분교와 맺은 그의 인연, 서울예술대학 국악과를 나온 전문인으로서 전통문화에 대한 그의 자부심, 그가 국방부의 퇴거요구에 강하게 저항하는 까닭 등을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 그제 국방부가 법원 집달관을 대동하고 왔다. 국방부는 송단장이 대추분교를 무단점유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법적으로 맞는 말이다. 소유권이 국방부로 넘어갔고 평택두레풍물보존회와 평택시의 임대계약도 해지된 상태다. 그런데 법이 말해주지 않는 게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전통문화 보급 차원에서 많은 일을 해왔다. 여기는 연간 1천명이 넘게 풍물연수를 받으러 오는 문화체험장이다. 이 좋은 장소를 빼앗으면서 다른 곳에 좋은 장소를 마련해주겠다는 것도 아니다. 이 지역에서 활동을 많이 한 단체인데 너무 무시한다. 대책도 안 세워주고 짐만 끌어내려는 게 될 일인가. 작년 초 평택시 교육청 교육장도 폐교활동이 잘 되고 있어 좋다면서 계속 써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팔아먹은 거다."
- 대책을 세워달라는 요구를 했나?
"작년 10월 일인데 국정원에서 나를 찾아온 사람이 이주비용 3천만 원에 시설 이전비 2천만 원 해서 5천만 원을 주겠다고 협상을 걸어왔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다. 11월 9일까지 나가면 3천만 원을 주고, 주민대책위와 도서관을 내보내고 마을사람들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1월에 2천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돈을 많이 줘서 내보내도 시원찮을 판인데 그런 소리를 들었다. 돈이 적든 많든 그건 못한다고 했다. 그러자 국정원 직원이 그 자리에서 '국방부에 그렇게 보고하겠다'고 하더라. 말하자면 즉석에서 협상이 결렬된 셈이다."
- 몇몇 언론에서는 송 단장이 대부분교를 '무상임대'해 사용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공짜로 쓴 것도 모자라 왜 안 나가고 버티느냐는 국방부 불만이 묻어나는 표현인데…
"무상으로 사용했다지만 방음시설 등 이 학교에 시설비로 들어간 돈만 7500만원 가량 된다. 게다가 일반적인 서양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통문화를 하면서 보급도 많이 시켰고 한 일도 많다. 그런 걸 봐서라도 이건 보존을 시켜야 한다. 처음에 보상금 1억5천만 원을 요구했다. 법적으로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액수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요구했다. 오기가 있어서였다. 2001년도에 평택시 교육청과 처음 폐교활용을 계약할 때 활용순위란 게 있었다. 첫째가 공장이든 주민 자체활용이든 마을이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관공서가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런 조항이 있는데도 교육청이 27억원에 국방부에 팔아먹은 거다."
▲ 보존회 사무실 벽과 장식장 등에 송영민 단장과 보존회, 송단장의 강습을 받은 이들이 받은 상장들이 그득하다. ⓒ 문만식
- 퇴거를 거부했기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 않겠나?
"이주비용 3천만 원은 어차피 나오는 돈이다. 거기서 집달관 비용이 까진다. 15만 원짜리 용역 40명이 왔다갔으니 1천만 원이 넘는다. 다음에 용역이 100명이 오면 그 액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국방부 사람이, 그 돈 대책위가 줄 것도 아니고 다 당신 개인 부담인데 뭐 하러 남아있느냐고 하더라."
- 왜 남아있나?
"아내하고도 얘기했다. 돈을 많이 줘도 그걸 받고 나가서 평택시에 사무실 번듯이 차려서 오픈하고 이분들 대할 수가 없다. 남은 인생 여기서 살다가 묻히고 싶다는 소망 때문에 싸우는 분들 아닌가. 대추분교는 그 소망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자리다. 시민단체든 마을 분들이든 모두 이 학교 하나 믿고 싸우는 거다. 양심상 이 싸움 무너뜨릴 일을 할 수가 없다."
- 보존회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지금 단원이고 전수생이고 아무도 안 온다. 작년 7월 10일 평화대행진 이후 8월부터 발길을 끊었다. 다섯 명 학생은 올해 1월부터 한두 명씩 빠져나갔다. 지금 남은 사람은 나하고 아내, 부녀회장 부부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공서가 주관하는 강습도 잘리고 있다. 평택시 팽성읍 농업기술센터가 요청해서 3년 동안 주민 강습에 나갔는데 지난달부터 나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강사를 하고 있었다."
- 앞으로 계획은 뭔가?
"시청에서도 나 모르는 윗선 사람들은 '풍물 치다 빨갱이 됐다'고 한다는 소릴 들었다. 여기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난 1월에 시청에 가서 '미군기지 사업하고 풍물패 사업을 분리시켜 달라'고 얘기했다. 5월에서 7월 사이에 해마다 하던 '대추마을풍물축제' 사업을 신청했더니 '대추리가 없어질 텐데 거기서 공연 한다고 하면 누가 돈을 대주겠냐'고 하더라. '평택풍물축제'로 명칭을 바꾼 뒤에 어제 승인 통보가 왔다. 보존회 활동을 시에서 나름대로 인정해주는 거라고 본다."
- 풍물단 단원들은 모두 그만뒀나?
"글로 내 심정을 표현한 것도 있다. 7월 10일에 연행됐을 때 찾아온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기가 막힌 일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 모이고 풍물을 해야 하는데 안 나온다. 와서 풍물만 치면 되는데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안 온다. 그렇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이렇게 얘기했다. 싸움에 동참 못할 거라면 (나올 거라고) 아예 생각 않겠다고. 그래야 맘 편히 싸울 수 있으니까."
▲ 지난 2004년 평택시 남부문예회관에서 '평택시 교원음악동호회 국악분과 정기공연'에서 공연하고 있는 송단장과 교사풍물패 <새미> ⓒ 평택두레풍물보존회
- 그럼 문예활동은 어떻게 하나?
"가칭 '평택문예패연합'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이나 4월 초 대추리에서 발족할 예정이다. 평택 미군기지 투쟁과 비정규직 사안으로 작품도 공모할 계획이다. 이런 분들과 같이 하는 게 훨씬 더 재밌다."
- 모르는 사람들이 '풍물 치다 물들었다'고 말했다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 싸움 전까지는 풍물이 좋아서 또 생계를 위해서 강습을 했는데 이 싸움 뒤로 다 떨어져나가서 공연을 못하지 않나. 그동안 지향점을 너무 순수 쪽으로 잡고 갔던 것 아닌가 반성도 된다. 지금 회사 풍물패들이 다 사라졌다. 누군가 지속적으로 교육을 못 해주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 곳을 충당해주고 싶다. 그 사람들이 이 싸움에 동참해주면 더욱 좋고. 문예패들은 작품을 해서 여기 온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다른 데 가서는 이 싸움을 알리는 것이다. 현장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싶다."
- 그런 방향 전환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그렇게 되면 우선 수입이 많이 줄게 된다. 하지만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많은 분들이 웃을 수 있고 위안을 받는다면 만족한다. 현재 연합회 분위기 좋다. 잘 되면 평택 싸움에 힘이 많이 될 거다. 문예패연합이 서울 같은 큰 데는 많지만 지역에는 거의 없잖은가."
- 6일 강제집행은 막았지만 여전히 재판?진행 중이다
"아직 다음 공판 기일이 안 잡혔는데 3월 말 4월 초로 예상한다. 그 전에 어떤 방법을 써서든 국방부가 들어올 것으로 본다. 누가 송영민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한다면 국방부 당신네들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하겠다. 나는 이 땅을 그대로 놔뒀으면 열심히 풍물을 했을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