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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성 주민들의 터전지키는 이야기 ‘들이 운다’ 출간 -시민의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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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1-17 23:21 | VIEW : 1,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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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파먹고 살테니께 그냥 놔둬"
팽성 주민들의 터전지키는 이야기 ‘들이 운다’ 출간
28명 농민 인터뷰 기사모음
2005/11/16
최문주 기자 cmjoo@ngotimes.net
미군기지 확장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는 농민들이 그들의 살아온 구구절절한 역사를 말로 풀어냈다. 평택 팽성읍 대추리, 도두2리 주민들이 그 주인공. ‘인터뷰’ 형식을 빌려 쓴 28명 농민들의 이야기가 ‘들이 운다’(리북, 평화유랑단 평화바람 엮음)라는 제목을 달고 책으로 출간됐다.
양계탁기자
기자회견에서 문정현 신부가 "들이 운다"를 들어보이며 미군기지확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난 고생한 얘기는 책으로 하면 열권이 넘는디”
주민들 대부분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원대추리에서 맨몸으로 쫓겨나 갯벌을 일궈 삶의 터전을 꾸려온 이들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사연도 많다. 그만큼 땅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너른 들을 바라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대추리의 역사와 세월을 함께해온 이제 80, 90이 된 노인들은 이 땅에서 여생을 보내길 소망하고 있다.
“여그 활주로 맹글라고. 일본놈들이 이거 이렇게 하다가 기계고 뭐이고 다 집어내버리고 쬤겨들어 갔잖여. 쬤겨들어 갔으니께 이제 미군이 나왔잖여요. 해방되고 나서. 미군이 인저 고대로 일본사람들 하는대로 고대로 활주로 냈잖어. 비행기길 다 냈잖아. 그때 쫓겨나서 한 고상을 생각하면. 아휴 지금도 아주. 그런 생각을 허믄 골치가 아프고 그냥 막 뇌가 패는 거 같여.”
52년도 쫓겨나오기 전에 미군기지 안쪽 활주로 있는 곳에 살았다는 조선례 할머니(88)는 아직도 그때 일이 머리에서 지워지지도 않았는데 다시 나가라고 하니 억울하고 생각만하면 도끼로 머리를 패는 것 같다고 한다.
“미군은 달라구 하고 한국나라는 준다구 하고. 제 나라 백성을 딴 나라 가서도 구할라고 그라는데 제 나라에서 그래, 이렇게 두 번씩 내쫓고 해도 되는 건가 그래? 우리나라 법은 그거밲에 안되나.”
“우리 늙은이들은 얼른 죽어서 보지 말어야 허는디. 안 죽으먼 어떡햐. 보것어 깨닥허먼. 얼른 안 죽으먼 보지. 벌써 몇해가 지났잖아 벌써. 삼사년 벌써 지났잖여"
양계탁기자
평화유람단 평화바람과 미군기지확장반대팽성대책위는 팽성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정문에서 "들이운다"출판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기지 확장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들이 운다"는 평화바람이 평택지역 농민들의 목소리를 글로 모은 책이다.
“이거(인터뷰) 해가면 대통령한테 들어가는겨?” 자신이 살아온,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면 대통령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최종숙 할머니는 “내 죽을 때까정만 여기 나가라고 안허면 좋겄어”라고 중얼거린다.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들 주민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다. “어려워 사는거. 지금 생각해봐. 기름값, 우리네 농촌 살기 비료값이고 농약값이고 태산같이 오르고 쌀금은 뚝 떨어지네. 그러니 산다는 것이 목숨 붙어서 살지 호강받고 사는 거 아녀. 죽지 못해서 참말로 밥 먹고 사네. 그것도 또 우리는 참 영광으로 사네 했더니 저렇게 때 없이 저렇게 미군부대가 우리 속쎅이고 괴롭힐 줄 몰랐네.”
원정옥씨(61)는 “그저 오로지 여기다 노면 두더지마냥 땅만 파서 먹고 살테니께 여기다 그냥 놔둬, 놔두라고.”고 악에 받친 눈물을 비친다.
이렇게 28명의 주민들의 인터뷰집에는 사투리부터 이들의 낱말, 한숨소리가 그대로 묻어난다.
이번 인터뷰집은 지난 봄부터 평택 대추리에 머무르고 있는 평화유랑단 ‘평화바람’이 지난 3월부터 주민 한분 한분을 만나 채록한 결과물이다.
“사투리면 사투리, 한숨소리면 한숨소리 우리가 들은 거에서 하나 빼지도, 보태지도 않고 다 받아 적었습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아픈 마음, 마을의 이야기를 모두 여기에 다 담았다고 이해하고 계세요. 언론이 들어주지 않고, 정부가 통로를 막았던 주민들의 하소연입니다.”
평화바람 문만식씨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흐트려 놓는 정부, 국방부, 미정부 당국에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계탁기자
평화유람단 평화바람과 미군기지확장반대팽성대책위는 팽성지역 주민들과 함께 1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정문에서 가진 "들이운다"출판 기자회견에서 고사를 지내고 있다. "들이 운다"는 평화바람이 평택지역 농민들의 목소리를 글로 모은 책이다
도두리가 고향인 시인 박후기씨는 “어릴 때부터 간척지 개간한 고생이나 미군부대 이야기를 주변 어른들로부터 들었지만, 이렇게 구구절절 구체적으로 들은 적은 없다”며 “시를 쓴다지만 과연 내가 이분들의 삶을 이 만큼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눈구녕이 있으면 보고, 귓구녕이 있으면 들어라. 우리의 한매킨 사연을”
15일 오전 국방부 앞, 한 할머니가 들고 있는 피켓이 눈에 들어온다. 팽성 주민들이 책 출간을 기념해 고사를 지내고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였다.
“52년도 추석 다음날인가 원대추리에서 쫓겨날 때 추위가 오늘 같았겠죠. 총을 들지 않았을 뿐 추운 겨울 내쫓으면 그게 양민 학살이 아니고 뭡니까.”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서도 이들의 한맺힌 목소리는 잦아들줄 몰랐다.
“우리땅을 결코 빼앗길 수 없습니다. 자식보다 귀한 땅입니다.”
대책위 한 주민은 “국방부 장관이 필히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애절하고 절절한지 한번 읽어보고 제발 생각을 고쳐먹고 기지이전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얘기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고사 제사상 앞에는 노무현 대통령, 윤광운 국방부 장관, 부시 미 대통령,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앞으로 보낼 ‘들이 운다’가 모셔져 있었다.
최문주 기자 cmjoo@ngotimes.net
2005년 11월 16일 오후 14시 5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기사출처
http://www.ngotimes.net/new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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