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도두리에 솔부엉이 사진관 열렸네
400일 넘게 미군기지 반대 투쟁중인 마을에 웃음꽃 핀 까닭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평택 팽성읍 대추리·도두리. 410일째 촛불 행사장 안에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주한미군기지 문제를 주로 다뤄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노순택씨와 유랑단 평화바람은 지난 5일 대추분교에서 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하는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솔부엉이 일일 사진관'의 문을 열었다. 오늘(10월 15일)은 그날 찍었던 사진을 주민들께 전하는 날이다.
대추리와 도두리는 미군기지확장 재배치 문제로 3년이 넘도록 긴 싸움을 하고 있다. 주민분들은 400일이 넘도록 매일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평생을 살아온 땅에서 쫒겨날 수도 있는 형편이라 얼굴에 새져진 주름만큼 가슴에도 걱정이 배여 있다.
▲ 촛불행사장 안에 세워둔 액자들. 대부분이 영정 사진으로 사용할 것이지만 여느 영정 사진처럼 근엄한 모습이 아닌 다들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다. ⓒ2005 평화바람
오늘 사회를 맡은 대추리4반 김택균씨는 "오늘 사진을 받으시려면 앞에 나와서 말 한 마디씩은 하셔야 합니다. 여기 사진 중에 새신랑 새신부가 있어요. 오늘은 그분부터 불러봅시다"라며 제일 먼저 대추리1반 민병대 할아버지와 오정환 할머니를 불러낸다. 두 분은 부끄러운지 계속 웃기만 하시다 짧게 투쟁이라고 외치며 사진을 받아드신다.
그 다음으로는 강연석 아주머니와 송재국 아저씨가 앞으로 나오신다. 사진을 나눠 드리기 전 솔부엉이 도서관 입구 쪽에 먼저 전시를 해두었는데, 이 두 분은 유독 다정한 모습으로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사진을 받아든 송재국 아저씨는 "(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하는 싸움에서) 우리가 꼭 이겨야 하겠지만 막상 져서 쫒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워서 정치하는 사람이나 지금 정부나 이런 빌어먹을 놈들, '정말 앞으로는 촌민이라고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겠다, 정말 정치 잘해야겠다'는 그런 깨우침을 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싸워야겠습니다"라며 강한 발언을 하셨다.
▲ 송재국 할아버지와 강연석 할머니. ⓒ2005 평화바람
이어서 사회자는 하나씩 사진의 주인공들을 불러낸다. 다들 쑥쓰러워하면서도 한 마디씩 하고는 사진을 찾아가신다. 할 말이 뭐 있냐며 손사래치는 할머니께는 사회자가 직접 다가가서 마이크를 건네고, 사정이 있어 촛불행사에 나오지 못한 분들은 그분들의 친척이나 옆집 사는 분들께 사진을 건네고 말을 시킨다.
도두리 사시는 한 아저씨가 사정이 있어서 계시지 않자, 같은 동네 사는 여동생분을 대신 불러낸다. 동생분은 "오빠는 왜 안 와가지고 내가 고생하네요"라며 이야기 대신 노래를 부르고 들어가신다.
▲ 사진 주인공이 안 오셔서 같은 동네 사는 친동생분이 대신 나와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찾아간다. ⓒ2005 평화바람
할머니들은 자신의 사진을 받아들고는 "아이고, 이 주름 좀 봐. 못생겼네"하시다가도 옆에 앉은 할머니가 "이게 본래 생긴 건데 뭐, 이쁘구만"이라고 한 마디 해주자 사진을 다시 쳐다보며 벙글 거리신다.
ⓒ2005 평화바람
▲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신다. ⓒ2005 평화바람
주민분들은 사진을 보며 즐겁게 웃고는 계시지만 미군기지확장반대싸움으로 많이 지친 상태다. 평생을 일궈온 농토에서 쫒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 410일째 촛불행사. ⓒ2005 평화바람
우리땅을 지키는 소중한 얼굴을 담는 솔부엉이 일일 사진관은 오는 23일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 대추초등학교에서 한 번 더 열린다. 이날은 대추리·도두리 주민분들이 모두 모여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을 같이 찍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