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를 담은 정태춘.박은옥의 콘서트가 25일로 12주간의 노정을 마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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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의 촛불은 끝나지 않았다"
정태춘.박은옥의 '평택 지키기 콘서트' 막 내려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2005-10-25 오후 10:52:20
이 공연은 오늘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간, 아주 맑은 눈빛들이 우리 부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여기 차가운 거리에 마주 앉아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그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아직 끝내지 않았습니다.
설령,
올 겨울 우리가 패배하더라도
그래서 대추리 도두리 사람들이 모두 거기서 쫓겨나더라도
그래서 거기
동아시아를 관할하는 자본제국의 새로운 전진기지가 서더라도
그것은 우리들의 기정 사실이 아니며 단지
반성의 대상일 뿐입니다.
우린 그와는 다른 길을 찾고 있으니까요.
우린 다른 미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얼마간은 좀 더 긴 미래를 생각하며
부당한 현재에 함께 맞서 주십시오.
거긴 황새울, K-55 캠프 험프리 미군기지 철조망
식민지의 국경선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
대추리 도두리의 촛불을 끄지 말아주십시오.
그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늘 환기해 주십시오.
그리고, 12월 11일 거기 모여주십시오.
- 정태춘
'평화, 그 먼 길 간다'는 제목으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와 관련된 내용을 담아 지난 8월 9일부터 매주 화요일 12주간 광화문 교보문고 인근에서 길거리 콘서트를 벌였던 가수 정태춘, 박은옥씨가 25일 마지막 콘서트를 가졌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열린 이들의 노래마당에는 퇴근길을 지나는 일반 시민을 비롯해 30여명의 평택 주민과 '평화바람' 문정현 대표, '팽성대책위' 김지태 위원장,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등 3백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일반 시민을 비롯해 각계 단체 300여명이 모였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30여명의 평택 주민도 참가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주는 촛불을 하나 둘씩 켜든 채 무대 앞을 빼곡히 메워 거리는 흡사 소규모 공연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공연에서는 깊어가는 가을 밤을 울리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와 함께, 특히 지역 주민들의 반대 속에 막바지 토지 강제 수용절차를 밟는 등 최근 평택의 긴박한 상황과 관련해 정태춘씨가 직접 작성한 가슴 절절한 글이 낭독돼 참가자들을 자못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이 겨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비장하게 남아있는 사람들,
서울 또는, 남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매도와 빈정거림 속에서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는,
최후의 무자비한 공권력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그 뒤의 미국
남한에서의 미군 군사기지 백년대계를 공언하고 있는
저 제국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얼마나 불안하게 떨고 있는지
(중략)
우리 철조망으로 가야합니다.
황새울 철조망으로 가야합니다.
제발, 이 철조망을 뜯어내지 말고 이대로 있어 달라고
사정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어 리영희 명예교수의 즉석 강연과 문정현, 김지태 상임공동대표의 발언도 이어졌다.
▶리영희 명예교수.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리 교수는 "그동안 석달에 거쳐서 두 분이 평택에 마련될 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눈물겨운 행사를 계속 이어나간데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두 부부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 계획에 대해 "한반도의 교류, 협력, 평화 분위기가 이렇게 뜨거운데 미국의 전쟁 기지가 왜 필요한가"라고 묻고, "평택 미군기지는 한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전쟁을 위해 군사적 태세를 갖추는 것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달라는 대로 주는 정치 지도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른바 '은혜론'에 대해서도 "미국은 60년 동안 한반도에 군사기지를 가지고 군대를 막강하게 유지하고 전쟁태세를 갖춤으로써 소련을 해체하고, 중공을 해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아시아의 반공체제 확산을 막는데 큰 덕을 봤다"며 "몇 서너배 갚을만큼 갚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태춘씨의 고향 후배인 김지태 위원장은 "그 지역에서 지금까지 살던대로 농사를 짓고, 내년에도 올해처럼 농사를 짓고, 나이드신 분을 모시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소망뿐이 없다"고 했다.
문정현 대표는 "이제 마지막 가을일까 싶어서 어쩐지 초조하고 긴장된다"면서도 "금년으로 끝난다면 너무 처절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박은옥씨에게 평택 팽성 지역에서 평화바람이 거둔 햅쌀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회상', '마클 일병에게', '리철진 동무에게', '떠나가는 배' 등으로 1시간 30분여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정씨 부부와 함께 '사랑하는 이에게'를 합창하면서 지난 12주간의 노정을 마쳤다.
▶평택 주민과 평화바람, 평통사 활동가들이 평택 지킴이 모집 활동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공연장 한켠에서는 평화바람, '평통사' 활동가들이 '평택지킴이' 모집 활동과 평택 지역에서 거둔 햅쌀을 판매해 투쟁 기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평화바람 여름(29)씨는 "평택에서 나온 쌀은 굉장히 맛이 좋다. 내년에도 농사를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시민들이 이 쌀을 먹어보고 미군기지 확장을 막겠다는 취지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평통사 유영재 팀장은 "12월 11일 2차 평화대행진을 준비하면서 5만명의 평택지킴이를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차 평화대행진'을 앞두고 팽성대책위는 오는 11월 6일 오후 2시 팽성대책위는 팽성 대추리 황새울들판과 대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풍물놀이와 고사, 연날리기, 차전놀이 등의 행사를 갖는다고 전했다.
작성일자:2005-10-25 오후 10:52:20 / 수정일자:2005-10-25 오후 10: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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