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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라도 마을을 벗어나면 불안해져" -문정현신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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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민중의소리 | 2005-10-28 10:17 | VIEW : 1,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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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마을을 벗어나면 불안해져"
[인터뷰] 평택 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 문정현 상임대표
김도균 기자
"마음이 초조해 지는 건 정부가 언제 어떻게 어떤 강도로 어떤 형태로 나올지 모르니까... 실제 겪어봐야 알 수 있으니까 그게 불안하고 답답한거지요"
평택 미군기지확장을 막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워왔던 문정현 신부에게도 요즘 하루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하룻밤 사이에 이웃들이 마음이 바뀌어 협의매수에 응하는 경우도 생기고 몇몇 집들은 할머니 등 노인들만 남겨두고 젊은이들끼리 짐을 싸 떠나는 경우도 생겼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토로하는 주민들도 있고 마음속으로 삭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동요가 없을 수는 없다.
"정해진 날짜는 하루 하루 다가오고, 정부계획은 연말까지라는데 그때까지 완전히 협의매수를 끝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 이러저러한 조치들이 취해질텐데 그때가서는 정말 치열한 싸움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문 신부는 남은 이들만으로도 싸울 수는 있다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점심 무렵 황새울 들판을 바라보던 문정현 신부는 집 앞을 지나는 마을 주민을 붙잡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몸이 안좋아 감기약을 지어가던 아저씨를 껴안고는 아파서 어떻게 싸우겠느냐며 등을 토닥여 준다.
"아이구 이렇게 아파가지고 어떻게 싸우려고... 빨리 나아야지"
아저씨도 멋적은 웃음을 짓는다.
"요즘은 마을을 뜨는 게 불안해요. 오늘도 군포에 강연이 있는데, 9월 24일부터 유럽을 방문하던 중에 26일 국방부가 주민설명회 한다고 마을에 들어와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지. 그때 난 프랑스에 있었는데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고. 힘은 못되더라도 아픔이 있는 곳에 같이 있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지금은 이곳 생활이 문정현 신부에게는 전부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팽성 주민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게 문정현 신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협의매수량은 자꾸 수치를 부풀려서 많은 주민들이 협의매수에 응했다고 선전하고 주민들 사이에 동요를 일으키려 하고 있어요.
날강도나 다름없는거지. 아직도 우리 국민들을 깔보고 권위주의적인 생각으로 말이지. 정부가 계획하면 그게 곧 국책이 되고 강행하고 모두 군사독재의 잔재들이라구. 어째 시대가 흘러도 권력만 잡으면 날강도로 변하는지..."
△마을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문정현 신부가 굉음을 내며 마을을 가르는 미군 항공기를 바라보고 있다 ⓒ민중의소리
386들이 정치권에 들어가 별로 역할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보면 나름대로 역할들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시대도 많이 변했고 최근 강정구 교수 사건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문 신부는 강정구 교수가 불구속된 건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시대의 변화를 보면 올 것이 온 것이지.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면서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이 그 미국의 정체가 드러나고 이제 진짜 반미운동이 벌어질 때가 온 것인데... 평택 싸움이야 말로 우리가 자주를 되찾는 데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어요. 어떻게든 싸워서 이겨야 하는 일인데 말이지. 만만치 않아요"
90년대 후반 소파개정국민행동을 만들 때만해도 미군철수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은 미군철수면 미군철수지 소파개정은 무슨 소리냐고 하기도 했다.
매주 화요일이면 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했고 그러다 매향리투쟁이 벌어졌다. 맥팔랜드 사건이 있었고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터졌다. 그렇게 몇년간 치열한 싸움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소파개정을 한다 했는데 속알맹이는 바뀐게 없는거지요. 그런데도 가만 보면 달라진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에요"
작년, 재작년 전국 60여개 중소도시를 유랑하면서 문정현 신부는 지역의 풀뿌리 단체들부터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을 많이 만나왔다. 이들을 만나면서 든 생각은 정말 많이 바뀌고 달라졌다는 것. 이제 갖춰질 건 다 갖춰졌는데 그 힘을 어떻게 규합하느냐가 문제다.
"APEC, WTO... 왜 평택싸움에는 힘이 안 모이는지"
문정현 신부는 지금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정점에 서 있고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러나 혼자서 뜻을 이룰 수는 없는 법. 힘들이 모아져야 가능한 일인데 지금 상황만으로 봐서는 이 싸움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미국의 군사패권주의, IMF, 세계은행, WTO 등 그 근본은 다르지 않지요. 이번에 1천명 이상의 농민들이 홍콩에 간다고 하고, 노동자들도 세계화의 벽을 허물어 내겠다고 하고, APEC 정상회의에 항의를 한다고들 하는데 이 싸움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왜 평택싸움에는 힘이 모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징조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갈길이 막혀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결정적인 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이 문 신부의 생각이다.
"평택미군기지 확장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미군은 더 이상 발딛을 수 없을 거에요. 만약에 강제철거를 하게 된다면 정부도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라고 봐요.
부안투쟁을 보자구요. 정부는 초기부터 강경하게 탄압해 전체 군민들이 분노하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과거의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있어요. 소환장을 보내고 집시법 위반 등등으로 기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잖아요"
지난 7.10대회와 돌탑 사건, 국방부의 기습 설명회 과정에서 공권력을 투입했던 것 말고는 아직까지 부안과 같은 물리적 탄압을 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도 조심하고 있는 눈치라고 보지만 정부 언제까지 이런 태도로만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문정현 신부의 판단이다.
평택지역의 관변단체들을 회유하고 통제하고, 기지확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팔자 고친 사람들, 돈 더 받겠다고 싸우는 사람들로 매도하고 주민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다시 싸움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정부의 물리적인 탄압은 언젠가 시작될 것이고 그래서 더욱 초조하고 긴장되는 나날들이다.
"단 한평의 땅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주민들의 싸움에는 정당성이 있는 반면 외교문제가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정부 주장에는 정당성이 없어요.
결국에는 정당성을 가진 주민들이 이길 수 있다고 보거든요. 진실을 언제까지 땅에 묻어둘 수는 없는거지. 계속해서 들춰질 겁니다"
매향리 폭격장 폐쇄의 경험, 효순이 미선이 투쟁의 경험, 맥팔랜드를 집요하게 쫓아 한국법정에서 판결을 받게한 경험이 우리에게는 있고 설령 땅을 빼앗긴다 하더라도 그 정당성은 묻히지 않을 것이라고 문 신부는 말한다.
문정현 신부는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9일 평택 범대위, 팽성 주민대책위 대표들과 함께 평택역 앞 노상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성을 앞둔 그의 모습은 비장했다. 팽성 주민들과 언제까지 이 외로움 싸움을 계속하게 될 지 모른다. 어느 순간에 공권력이 들이닥쳐 농성천막이 철거되고 또 누가 누가 끌려가게 될 지도 모른다. 곧 몰아닥칠 추위와도 싸워야 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강제철거의 위협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정현 신부는 결국에는 이 싸움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
"아마 처절한 싸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정당성이 덮여지지 않는 한 이 투쟁은 계속될 겁니다"
2005년10월28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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