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식들은 돌아올 수 있기를..."
935일 째 대추리 마지막 촛불행사.."대추리여 영원하라"
배혜정 기자
"우리는 꼭 이 땅을 되찾을 것이고, 우리가 아니라도 우리 자식들이 이곳에 와서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촛불행사의 막을 내리려 합니다."
"이것으로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한 팽성 주민 촛불행사, 935일 째 행사를 여러분의 힘찬 함성과 박수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24일 오후 7시부터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진행된 '영원하라 대추리여' 사회를 맡은 김택균 팽성 주민 대책위 사무국장이 울먹이며 촛불행사의 마지막을 고하자 여기저기서 낮은 흐느낌들이 터져나왔다.
행사 내내 꽁꽁 참았던 눈물이 보일새라 주민들은 눈가를 훔치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대추리, 도두리에 마음의 빚을 진 참가자들은 그 누구도 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언제나 든든한 투사같던 문정현 신부도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어린아이 마냥 펑펑 울음을 터트렸고, 그런 문 신부를 양쪽에서 부축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통일연대 한상렬 상임대표의 눈가도 축축하게 젖었다.
"이렇게 (눈물바다로)끝맺으려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버렸다"는 김 사무국장의 눈에서도 슬픔과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흘리는 대추리 김순득 할머니.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조금 더 열심히 투쟁하지 못해 주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이날 '영원하라 대추리여' 촛불 행사에는 각계각층,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인 약 500여 명의 참석자들이 주민들과 함께 했다.
대추리, 도두리에서의 정든 추억도 한아름, 허탈함과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도 역시 한아름 안고 마을에 발을 디딘 사람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서로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주민들과 참가자들은 말없이 어깨를 얼싸안고, 등을 두드리며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행사장 안으로 들어섰다.
25일 한미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13일째 서울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한상렬 목사도 지친 몸을 이끌고 대추리를 찾았다. '대추리 주민들에게 사과를 드리고 싶어서'였다.
"제대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저 자신과 우리 운동의 현실에 대해 사과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조금 더 힘을 합쳐 투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용서 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주민들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읍소한 한 목사는 "참다운 삶을 위한 주민들의 투쟁은 또 다른 불씨가 되어 이 땅 어디에서든 타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원 대추리 이장이 지근까지 평택 투쟁에 함께 한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심란한 마음을 애써 감춰보려 하루종일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던 대추리 신종원 이장이 한상렬 목사의 '사과'에 되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달했다.
그는 "지금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쫒겨나지만 미제가 우리나라에 영구주둔할 수 없고 그 기간이 채 10년도 안될 것"이라며 "10년 뒤 이 땅에서 대추리, 도두리 마을을 다시 건립할 때 꼭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와!"하는 함성과 함께 수백개의 촛불이 일렁였다.
지난 해 트랙터들을 조직해 평택 논갈이 투쟁을 함께 만들었던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의장은 "주민들의 투쟁은 생존권 투쟁이 아닌 이 땅의 자주권을 위한 투쟁이었다"며 주민들의 노고를 치하했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대추리 도두리를 빼앗기긴 했지만 우리 마음 속에서 지워버리지 말자"고 당부했다.
주민들의 든든한 후원자인 문정현 신부도 "미국놈 몰아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고통도 없이 우리가 어떻게 미국놈들을 쫒아내느냐. 그런 의미에서 935일째 촛불행사는 매우 값어치 있는 노력이었다고 확신한다"면서 지난 4년동안의 투쟁을 갈무리했다.
△평택 지킴이들의 노래 공연.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문화예술인들. "3년간 현장에서 잘 놀고 갑니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900여일 동안 촛불을 놓지 않은 대추리의 어머님들에게 '2007년 디딤돌상'을 수여했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