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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팽성읍 내리에서 허세욱 열사 삼우제 열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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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민중의소리 | 2007-04-23 12:47 | VIEW : 1,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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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평의 땅, 이 한줌의 흙도 떠날 수 없어
평택 팽성읍 내리에서 허세욱 열사 삼우제 열려
윤보중 기자
△21일 오후 5시경, 평택 팽성읍 내리에서 허세욱 열사의 삼우제가 진행됐다. ⓒ민중의소리
지금 황새울 들녘은 초록은 간데없고 시커먼 흙먼지만 날리고 있습니다
쟁기 소리는 간데없고, 파괴의 굉음만 귀를 가릅니다
차마 당신에게 이 들녘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당신이 구천을 떠돌며 미군을 괴롭히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21일 평택 팽성읍 내리에서 8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허세욱 열사의 삼우제가 진행됐다.
이 날 삼우제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을 비롯해 평택지역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이들은 허세욱 열사와의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주한미군철수 투쟁과 한미FTA 저지를 위한 투쟁을 결의하는 등 생전에 허세욱 열사가 염원하던 투쟁의 의지들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다졌다.
이 날 행사는 “죽어서도 미군들을 괴롭히겠다”던 허세욱 열사의 유언에 따라 대추리 일대에 유품들을 태운 재를 뿌릴 계획이었으나, 국방부가 끝내 거절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이들은 내리 언덕에서 내리 검문소까지 행진한 후, 젯상을 차리고 분향과 헌화식을 진행했다. 삼우제를 마친 뒤에는 평상시 허세욱 열사가 입던 옷을 태운 재를, 들판에 뿌려 허세욱 열사의 유언을 대신했다.
삼우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제상 음식들을 나눠먹고, 헌화한 국화를 철조망에 매달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과 허세욱 열사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 날 제주로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서영석 공동대표와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 이은우 상임대표, 팽성노인회 방승률 회장이 함께 했다.
△ 평택지킴이 '푸른들'. 그가 '새야새야.를 불렀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민중의소리
△ 김도수 씨가 자작시 '형님 세욱이 형님'을 낭독했다. "자식새끼 하나 두지 않고 홀연히 떠난 형님, 부디 해방세상에서......"ⓒ민중의소리
우리는 그에게서 전태일을 보았고, 우리는 그에게서 다시 희망을 만났다
허세욱 열사는 1953년 5월 9일, 경기 안성에서 9남매중 다섯째로 출생했다. 중학교를 다니던 그는 서울로 상경했고 이후 막걸리, 꽃, 박카스 등 온갖 배달일을 했다. 그가 한독운수에 입사해 택시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간 것은 1991년이다. 그의 나이 마흔이 되던 1994년, 봉천동 철거투쟁에서 ‘운동’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는 당시에 봉천 6동에서 철거민으로 지내면서 강제철거에 맞서 투쟁하던 빈민운동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그는 “참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린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채 살던 때라 늘 그날이 그날 같았다. 빈민운동을 하던 강인남이라는 여자 간사가 용역깡패들에게 얻어 맞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냥 구경만 했었다. 그 뒤 많은 것을 깨달았다”라며 늘상 회상했다고 한다.
이 후 허세욱 열사는 1995년 관악민주연대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였고, 1998년에는 참여연대, 2000년에는 민주노동당에 입당할 만큼 사회운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언제나 “앞장서지 않는다. 누구의 위에도 서지 않겠다”며 늘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한독택시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할 당시에도 그는 이 일에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이후 민주택시연맹 한독분회 대의원과 함께 통일부장을 겸하기도 했다.
2002년 6월,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허세욱 열사는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미군에게 무죄가 발생한 뒤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범국민 촛불행사에 참여해 투쟁을 호소하고 함께하는 시민들을 격려했다.
그는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던지 “미군이 세운 추모비 대신 내 퇴직금으로 꼭 두 여중생의 추모비를 세우고 싶다”며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다.
△팽성노인회 방승률 회장이 허세욱씨의 옷을 태우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후 허세욱 열사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에 가입해 주한미군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그에게 평택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지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문제점을 담은 유인물을 손님들에게 나눠주겠다'며 1천장을 가져간 지 며칠 후에 다시 찾아와 “유인물을 또 찾아갈 수 없느냐”며 사이다 1병을 내밀었던 소박하고 성실한 활동가였다.
허세욱 열사는 근무 중에 차를 세워두고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노동분회 활동을 펼칠만큼 열성적이었으며, 2006년 5월 4일에는 대추리에 작전을 감행한 한국군에 저항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쫓아가 막다가 현장에서 연행되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2007년 4월 1일 오후 3시 55분경, 협상시한을 넘겨 진행 중이던 한미FTA 협상장 하얏트 호텔 정문에서 70여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온몸에 휘발성 물체를 끼얹고 분신한 허세욱 열사는 불길 속에서도 한미FTA 반대의 구호를 외쳤으며, 온몸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화석처럼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지만, 기자들을 향해 연신 구호를 외침으로써 마침내 세상에 노동자 허세욱의 진심을 알려냈다.
하지만, 그 댓가는 전신 3도 화상과 기도가 타들어가는 고통이었으며, 보름만인 4월 15일 유명을 달리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내주는 것이었다.
이 날 삼우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시종일관 입술을 다물고 눈물을 참느라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덤프트럭과 철조망, 군 초소와 경찰병력으로 군데군데 진을 쳐놓은 대추리를 먼 발치에 보면서 분노를 곱씹기도 했다.
이들은 허세욱 열사의 “전태일 열사를 닮았던 허세욱 동지여! 버스비로 여공에게 풀빵을 사주고 십리를 걸어갔던 전태일,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며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치며 분신했던 전태일”을 외치면서 “장시간 운전과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활동가들의 식사를 챙겨주었던 당신, 미군기지와 FTA를 공부하며 망국적인 FTA를 폐기하라며 분신했던 당신은 정말 우리시대의 전태일이다” 며 경의를 표하고 눈물로 아픔을 전했다.
허세욱 열사의 삼우제에 참석한 대추리 주민들은 “허세욱 열사에게 미안하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미군기지가 되든 폐허가 되든, 죽어서라도 돌아올 것이다”며 삶의 터전과 희망을 상실한 분통함을 쏟아내기도 했다.
동요 '노을'의 소재였던 황새울은 먼 발치에서 나마 트럭의 소음과 먼지만 느껴질 뿐, 내리 마을에 펼쳐지는 짙은 녹색의 봄은 보이지 않았다.
철조망과 도랑으로 만들어진 이중 장벽, 군데군데 파헤쳐진 포크레인 구덩이들이 어느새 깊은 웅덩이가 되어버린 논, 아무렇게 자란 풀들과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돌덩이들이 이곳이 더이상 들이 아닌 황무지임을 알려줄 뿐이었다.
△대추리 주민의 마음이 허세욱 열사의 가는 길에 얹혀진다.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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