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협정 폐지하라" 국회 '기습시위'
국회비준 없이 3월 미군에 전달..통외통위 위원들 문제제기
서정환 기자
22일 오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실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소속 2명의 활동가가 "의원 여러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폐지 되어야 합니다!"라고 외치다 국회 경위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들려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작은 선전물을 들고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 상정에 항의하는 평통사 활동가들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통외통위 3차 전체회의를 시종 조용히 방청하던 이들은 지난 해 말, 한미간에 체결된 방위비분담금 협정안이 상정되자 방위비 분담금 협상 폐지를 요구하는 선전물을 펼치며 침묵 시위를 벌였으나 곧 국회 경위의 제지를 받았다.
이에 이들은 외투를 벗고 같은 내용의 주장이 부착된 티셔츠를 내 보이며 구호를 외치다가 결국 회의장 밖으로 쫓겨났다.
이날 깜짝 시위를 벌인 대전충남평통사 유한경 사무국장은 "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통과되면 국민들의 혈세가 엄청나게 낭비될 것"이라며 "방위 분담금 재협상과 국회 비준을 거부해 달라는 호소를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적용될 새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지난 해 12월, 이보다 451억원이 늘어난 7255억원으로 합의되어 국회비준을 받기 위해 이날 통외통위에 상정된 것.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그 체결 과정에서부터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와 병력 감축, 미군기지이전 사업에 따른 삭감 및 특별협정 그 자체의 부당성 문제로 논란을 일으켜 왔다.
한때의 소란을 뒤로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은 위원들의 논의에 부쳐졌는데, 이들 평통사 활동가들이 호소한 이 협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올해 새로 지급될 방위비 분담금이 협상이 국회비준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국회는 이미 지난해 예산안 심사에서 올 3월 1일 미군에게 줄 방위비 분담금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헌법마저 무시한 심각한 절차적 하자"라고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문제점을 매섭게 지적한 최재천 의원(왼쪽)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즉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방위비 분담금이 마치 관행에 따른 필수예산으로 취급되어 올 3월 1일, 미군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따라서 "헌법상 절차를 위반하며 처리된 방위비분담금 예산 집행을 중지할 것과 방위비 분담협정 국회 동의의 졸속처리 중단과 및 재협상" 등을 촉구했다.
권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북지원에서도 그렇게 철저한 분석을 시도해 달라"고 주문(?)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방위비 분담금이 국회비준을 거치지 않고 예산에 잡혀서 통과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장관은 이 문제가 시정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송민순 장관은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현재 무소속인 최재천 의원은 방위비 분담금이 미2사단 이전비용에 쓰이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용산미군기지 이전은 한국이, 미2사단 이전은 미국이 비용부담을 한다는 원칙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사용 입장에 따라)깨지고 말았다"며 "3년 동안이나 이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이를 부정해 온 한국 정부는 도대체 뭐라고 변명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번 협상 이전까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국방부가 맡아오면서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고 인정하며 "최재천 의원이 지적한 방위비 분담금 사용에 관한 문제도 우리가 이를 지급하는 취지에 맞게 쓰일 것과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최재천 의원이 "정보 공개와 자료제출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 법안들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과연 올려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국회법과 관례에 따라 통외통위의 문턱을 넘어서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