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인권보호센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평화영화제(26~29일) 개최 허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측은 18일 “경찰청이 장소 사용을 허가한 지 1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갑자기 불허를 통보해왔다”며 “이는 ‘인권보호센터’의 취지에 정면 배치되는 처사로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당초 인권보호센터에서의 평화영화제 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군사정권 시절 고문으로 악명높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의 이미지를 씻어버리고 인권보호센터로 거듭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영화제 상영작품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그린 영화 ‘대추리의 전쟁’이 포함됐기 때문.
‘대추리의 전쟁’(정일건 감독·푸른영상 제작·사진)은 2005년 2월부터 2006년 5월까지 평택 팽성읍 주민들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미군기지 이전을 앞둔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의 고통, 주민들 사이의 갈등, 시민사회의 반대 움직임 등을 여과없이 담았다.
경찰청 임국진 인권보호센터장은 “영화 제목처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과 주민들의 충돌 장면이 포함됐을 텐데 이를 경찰 건물내에서 상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추리의 전쟁’을 상영하지 않는 조건으로 장소를 내주겠다고 평통사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평통사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평통사 최문희 조직국장은 “영화제 전날인 25일 오후 7시에는 경찰청 앞에서 여는 전야제에서 ‘대추리의 전쟁’을 상영할 계획”이라며 “경찰들도 함께 보면서 평택의 진실을 마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