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
|
| |
|
| "거봐, 나 없다고 주민들이 흔들렸나?!" 김지태이장 인터뷰 |
|
◆ 출처 : 민중의소리 | 2006-09-15 21:59 | VIEW : 3,352 |
| |
 |
"거봐, 나 없다고 주민들이 흔들렸나?!"
[옥중인터뷰] 김지태 대추리 이장
서정환 기자
머리가 상당히 길었다. 그는 주로 모자를 쓰거나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고 다녔었다. 지난 6월 5일, 수배상태에서 평택서로 자진 출두한 이래 구속된지 벌써 석달이 지났다. 이제는 소위 '이대팔' 가르마도 넘기고 있었다.
15일 오전에 만난 미군기지확장저지 팽성주민대책위원회 김지태 위원장(47세, 대추리 이장)은 지난 6월 30일 면회에서 보았을 때 보다 훨씬 환한 낯빛이었다.
그는 지난 13일 주택 강제철거에 의한 마을 파괴도 뉴스로 보고 얘기를 전해 들으며 "아주 소상히 알고 있다"고 했다.
"직접 보고 있지 않았으니 마음은 아무래도 남들보단 더 편하지 뭐"라곤 했지만 그 웃음은 씁쓸했다.
김 위원장은 일주일 후인 22일에 마지막 선고공판을 받는다. 지난 9월 1일 열린 재판 이후 김 이장의 변론을 맡은 담당 변호사들은 "최소한 집행유예는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를 기다리는 주민들은 당연히 김 이장이 '무죄 방면'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다음주 금요일이면 김 이장을 되찾아 올수 있다는 것에는 조금도 의심이 없었다.
'나가시면 제일 먼저 하실 일이 뭐냐'고 물으니 "나가고 말고는 아직 (선고일 까지)가 봐야 알지 않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이내 "일단은 적응을 먼저 해야지, 그 동안 일이 어떻게 되어 왔는지 좀더 확실히 파악해야 하고 그 다음에야 뭘 할지 결정하는거지 뭐"라고 예의 그 눈이 푹 감기고 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웃음을 짓는다.
그에게는 출소 전 마음의 정리나 앞으로의 계획 구상이 그리 큰 일이 아니었다. '주민들의 뜻'만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 들어올 때 경찰들 한테도 그랬어. '나 하나 잡아 가둔다고 주민들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지금 봐봐 주민들의 투쟁이 흔들렸나? 자기네들이 명령 받고 시키는 대로 따르다 보니 우리에 대해서도 윗 대가리만 없애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원래 팽성주민대책위가 했던 일이 주민들의 뜻을 따라가기만 하던 거야"
과연 3개월 씩이나 위원장이 자리를 비웠어도 주민들은 촛불 집회를 지키고 한데 뭉쳐 서울이나 평택역 집회에 쫓아 다녔다. 대추리 역사관을 만들고 주택 강제철거를 막아냈으며 농삿일에 팔을 걷어 붙였다.
그는 출소 후에도 기꺼이 "나 자신이나 다른 무엇도 아닌 주민들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22일 그가 풀려나게 된다면, 그가 가장 먼저 할일은 24일 열리게 될 제4차 평화대행진에 참석하는 것.
"가기는 가야 할텐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부담이 된다. 뭐, 딱히 할말도 준비하지 않는데"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수줍은 웃음이다.
규정된 면회시간 10분이 다 되어가자 국방부의 마을 파괴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며 긴 하루를 보낸 주민들에게 전할 말을 부탁한다.
그러나 그가 예전에도 자주하던 말이다.
"아픔과 고통이 클수록 승리는 더 빨리 찾아 온다"는 것.
돌아서는 그를 향해 '건강하시라'고 인사했다. 다시 돌아올 그가 크게 아파도 괜찮아야 할테니까.
"김 이장 구속은 법 적용이 아닌, 주민과 지도부 분리"
김 이장을 구속시킨 범죄사실들은 거의 대부분이 집시법 위반. 그의 변론을 맡은 장경우 변호사에 따르면 그 중에는 일상적으로 마을안에서 행해지는 촛불집회 마저 포함되어 있다.
유일하게 폭력 시비가 걸린 사안은 2004년 9월에 벌어진 국방부 직원들과의 드잡이질.
지난 22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두 국방부 직원들은 '발로 옆구리를 한방 차였다', '넥타이를 끌어 당겼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이 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장소에 김 이장이 언제 왔었는지 사실 관계를 가리는 심문에도 증언이 엇갈렸다.
또한 그들은 "당시에는 별 큰 일도 아니고 해서 소송 걸만한 가치를 못느꼈다", "증인으로는 나왔지만 고소는 내가 한 게 아니"라며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는 뜻도 전혀 밝히지 않았다.
무려 2년이나 지난 사소한 사건을 오로지 김 이장의 구속을 위해 억지로 게워낸 국방부의 속셈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덕우 변호사는 최후 변론을 통해 "김 이장을 구속하고 기소한 진정한 이유는 법 위반 따위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나라 농민의 땅을 뺏고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미국에 저항하는 주민 지도자를 분리시키려는 것"이라며 재판부에 올바른 판결을 요청했다.
판사가 피고(김 이장)에게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없냐"고 묻자 당시 김 이장은 어깨를 부르르 떨며 "할 말 없습니다"라며 피고인석에 다시 앉았었다.
김 이장은 이날 면회에서 "변호사들이 내가 할말을 다 하시니까 별로 할말이 없더라"며 너털하게 웃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