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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취재] 9.24 평화대행진 준비하는 중앙실천단 '평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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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민중의소리 | 2006-08-23 08:46 | VIEW : 2,5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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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을 설득하기도 하고..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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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평택 지키는 '괴물'이 나타났다"
[동행취재] 9.24 평화대행진 준비하는 중앙실천단 '평화랑'
배혜정 기자
서울에 '괴물'이 나타났다.
10여명으로 구성된 이 '괴물'들은 하루 12시간이 넘게 지하철을 타면서 1천명 넘는 사람들을 만나 1백만원의 모금을 마련키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괴물'들은 바로 9.24 4차 평택평화대행진을 준비하고 있는 평택중앙실천단 '평화랑' 단원들이다. 지난 7월 27일 결성돼 평택시내에서 10만 준비위원모집에 매진했던 이들은 평화대행진이 열릴 장소인 서울에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나흘 전부터 서울 지하철을 돌면서 모금과 서명활동을 벌이고 있다.
22일 기자가 약 4시간 가량 동행취재한 결과 이 사람들, 진짜 '괴물'이었다.
하루 모금 목표 1백만원.."못하면 안들어간다!"
이날 오전 11시 미대사관 앞에 모인 실천단 '평화랑' 단원 11명은 평택 범대위가 주최한 '버시바우 대사 면담요구'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바로 지하철 선전을 떠날 참이었다. 잠깐 인터뷰를 하자는 말에 멈칫하는 듯 했지만 살풋 난감한 표정이 스친다. 하루 전날 동행취재를 하고싶다는 기자의 청도 애써 물리친터라 그 이유가 궁금했다. 실천단일 경우 보통 취재를 반기는 게 정상아닌가?
그러나 박영준(33)단장의 말을 들어 본 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이해가 간다. 이날 지하철 모금 목표액이 무려 100만원이란다. 오늘 이 목표를 달성 못하면 숙소에 안들어간다고 박 단장은 강조했다. 어제까진 9.24 평화대행진에 참가한다는 서명을 받는데 매진했다면 오늘부터는 모금을 중심으로 하겠다는게 이들의 계획이다.
역시나. 기자가 쫒아다니면 혹시나 '전투력(?)이 상실될까봐' 그랬나보다. 기자는 '모금운동에 반드시 도움이 되겠다'는 약속을 한 뒤 동행취재를 시작했다.
11명의 실천단을 4명과 7명으로 나눠 행선지를 달리 했는데 두 팀이 각각 50만원씩을 모금해오기로 했다. 4명 쪽이 불리한 듯 보였지만 박영준 단장 말에 의하면 저 4명은 워낙에 베테랑인지라 문제없단다.
단장이 포함된 팀은 오늘 하루종일 2호선을 탈 예정이란다. 지하철 2호선은 승객들도 적당하고 한번 타면 계속 돌 수 있어 실천단들이 즐겨 타는 코스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발한 이들은 2호선으로 갈아타는 동대문 운동장까지도 신속하게 선전전을 진행했다. 그러나 모금된 돈은 달랑 1천원. 실천단 오상우(36)씨는 "한 칸에 한명이면 안되는데.."라며 머쓱해했지만 그래도 아침실천 2시간 동안 11만원이나 모금한 이들이니 섣부른 실망은 금물이다.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서부터 모금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7명은 또 다시 3명, 4명으로 나눠져 맨 앞칸과 맨 뒷칸에서 서로를 향해 내려가고 올라갔다.
"시민여러분. 저희는 평택미군기지확장 문제를 서울 시민분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평택에서부터 올라온 청년들입니다. 안녕하세요."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이들은 여느 실천단원들과는 좀 달라보인다. 격식을 차려 깔끔한 모습으로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면티에 운동화 차림은 지양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실천단의 홍일점인 김진선(34)씨는 치마정장에 구두까지 신었다. "발에서 불이 날 것 같아요." 지하철 1바퀴만 돌아도 발이 퉁퉁 붓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그래도 진선씨는 치마 정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무리의 청년들이 인사를 하자 시민들의 눈이 일제히 쏠리다가 이내 눈을 감는 사람이 절반이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MP3, PSP가 보급되어 있는 것일까. MP3에 귀를 맡기고, PSP에 눈과 손을 맡긴 젊은이들은 지하철에 벼락이라도 떨어지지 않는 이상 하던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요량으로 보였다. 그러나 더 집요한 실천단들. 한 명이 이른바 '아지'를 뜨는 동안 나머지는 일일히 시민들에게 선전지를 돌리고, 눈을 마주치며 설명을 하고, 모금함을 내밀었다. 한두 곳에서 지갑이 열리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천원짜리가 나온다.
시민 오주혜(21)씨는 "평택 문제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미군이 우리 나라에 이득되는 일을 하나도 안하는데 미군을 위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이는지 모르겠다"며 천원짜리 한장을 모금함에 넣었다.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탄 김모씨는 "나는 잘 모르는데 우리 아들이 평택에 대해 안다고 해서 모금한다"고 말하며 지갑을 열었다. 엄마 옆에서 열심히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젤리를 퍼먹던 석정원(15)군은 평택에 대해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대번 "미군이 우리 땅 뺏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봤단다.
실천단 중 최고참인 박준석(37)씨는 선전문 컨셉을 '억울함'으로 잡았다.
"평택미군기지확장 부지 349만 평. 그 속을 들여다보니 골프장 30만평에 위락시설 만드는데 그 부지가 수십만평이랍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미군들 골프장 만들고 호화건물 지어준다고 농민들이 농사짓고 살 땅을 뺏겠답니다. 조만간 정부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분들이 살고 있는 집들을 강제철거한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서울 시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
호소력 깊은 박씨의 목소리에 대학생 하모씨(20)씨는 가지고 있는 동전까지 탈탈 털어 모금함에 넣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주민분들이 너무 안되신것 같아요. 거기서 오래 살고 계신 분들인데 강제철거는 너무 한 것 같습니다."
한창 선전전이 무르익을 무렵 지하철의 '감초'격인 지하철 상인이 실천단을 쓱 지나쳐 다음칸으로 넘어갔다. "그게 이 바닥의 예의법도"라고 실천단의 '찍사' 나주철(31)씨가 귀뜸했다. 실천단도 상인들이 먼저 한 칸을 선점하고 있으면 그 칸은 그냥 지나쳐 간단다. 그러나 한 번 아귀가 안맞을 땐 만났던 상인과 계속 마주치는 경우도 있는데 성질 급한 상인은 실천단들에게 욕을 퍼붓기도 한다고.
반공 할아버지 대처법, '무대응이 상책'
'문래'에서 내려 잠시 한숨을 돌리던 실천단 중 서기욱(30)씨가 슬그머니 기자에게 모금함을 내밀며 실천활동에 함께 할 것을 요구했다. '올 것이 왔구나'
"민중의소리 기자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압력에 '동행체험취재를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선전지를 받아들었다. 왕년의 실력이 안나올까 두려움에 떨면서...
그러나 왕년의 실력을 찾을 새도 없이 첫번째 칸부터 어느 반공할아버지의 욕이 쏟아졌다. "이 빨갱이 새끼들아. 사람들 선동하지마"
양쪽에서 쏟아지는 욕더미에 정신을 못차리는 가운데 무조건 알겠다고 머리를 조아리고 다음칸으로 옮겨갔다. 이는 실천단이 알려준 '반공 할아버지 대처법 제 1번'이었다. 지하철안에서 반공할아버지들을 만나면 실천단들은 그냥 알았다고 하며 지나간다고 한다. 대응할 시간에 다른 시민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겠다는 전술인 것이다.
초반부터 욕을 먹었더니 은근히 부아가 난다. 다음 칸에선 모금함을 돌리며 동참을 호소하니 이게 웬일. 한 칸에서 6천원을 모으는 기염을 토한 기자, 처음 해보는데 이정도면 잘했다는 실천단의 칭찬에 금방 어깨가 으쓱해진다.
지하철은 어느새 신촌을 지나고 시청을 지나 시작점이었던 동대문운동장역에 당도했다. 근 3시간 반 가량 모은 금액이 125,000원. 아침에 모은 118,000원을 합치면 한 팀이 목표로 한 50만원의 절반을 채웠다.
역 밖으로 나오니 찜통같은 더위가 한창이다. 한 삼십분 쉬었을까. 이들은 다시 2호선 한바퀴를 돌겠다며 주섬주섬 모금함과 선전지를 챙겨나섰다. 그리고 다시 목표액 50만원에서 10만원을 더 높였다. 4인 팀 보다 인원이 많으니까 6:4 비율로 부담을 줄여주자는 거다. 이들은 '화이팅'을 한번 크게 외치더니 다시 지하철 안으로 총총 사라졌다.
약 4시간 동안 별 할일도 없이 따라다니기만 했는데도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평균나이 서른을 훌쩍 넘는 이들은 그 흔한 '아이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정말 이 실천단들, '평택을 지키는 괴물'이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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