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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심은 김장 배추 해 먹을 거여유" 대추리 김영녀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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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민중의소리 | 2006-08-29 13:37 | VIEW : 2,3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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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주민 김영녀(81) 할머니 ⓒ민중의소리
"오늘 심은 김장 배추 해 먹을 거여유"
대추리 4반 주민 김영녀(81) 할머니 구술록
서정환 기자
빈집 철거, 뒤이어 곧 있을 주민 강제퇴거를 앞두고 있는 대추리 주민 김영녀(81) 할머니. 25일 낮, 그의 집에서 만난 김영녀 할머니는 마침 올 가을에 거두어 먹을 김장 배추를 심어 놓고 오는 길이었다. 김 할머니는 그 배추를 먹을 수 있을까? 인터뷰 내내 풀어낸 김 할머니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편의 이야기와 같아, <민중의소리>는 그 육성을 가감 없이 구술식으로 받아 옮긴다.
오늘은 김(지태) 이장네 집서 배추 심는데서 일했시유. 우리도 한 삼백 포기 심고. 따른 집은 천 포기 심은데도 있는디, 수십년 하던 일이니께 그 길로 하지 힘으로 할라 그(러)면 못해유.
여그 있음 그르케 텃밭에 뭐라도 심어서 먹고 살지, 딸랑 이 집한체 있는데 여그서 나가면 어딜가서 뭐 해 먹고 살거유? 큰 아들은 법무사 사무보는데, 요즘 벌이가 시원찮다 그러대유.
작은 아들은 대구서 보험회사 다니는데 인자 올라갈 때 까지 오라가서 곧 나올 거구유. 난 시방 혼자된 딸이랑 같이 사는디, 아들, 며느리 즤들끼리 편케 살라구 하지 뭘 거기서 어찌 같이 살아유. 내가 승질이 그렇게 못 되유. 아들들도 '거그 살 만큼 사시다가, 나올 때 까정 사시다가 오시라'구 '타치'를 안혀유.
동네 할마시들 하고 모여 앉아도 한 띄에 10원 짜리 민화투 치는거 아님. 맨날 그 얘기만 해유. 어떡혀든 이 쌈을 이겨야 하는디, 이겨야 살 수 있는디. 만날 그 얘기유.
△촛불집회 장의 대추리 주민 김영녀(81) 할머니 ⓒ민중의소리
빈집도 부시러 온다는디, 거그 지킴이들 또 때리고 쫓아 불랑가... 우리 부락에서 많이들 나갔잖유. 그란디, 우리 부락 지킨다구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여. 을매나 고마운지 몰러유.
나 아 때(아이 때)는 왜정 때 였는디, 여그 일본군들 비행장이 있었쥬. 그 때는 기술도 모자라 비행장도 쪼매 했슈. 그런디 열 여듧인가 아홉인가에 미군놈들이 마구 들어 온거유. 그 때는 돈 한푼 받지도 못 했슈. 그것두 가을겨울에 쫓겨 나가, 사람들이 움막 짓고 겨우내 살았슈. 봄 되가 지금 자리에다가 집을 짓는 사람도 있었는디, 우리는 아부지가 나 열 다섯에 돌아가가 집도 지대로 못 짓고 살았슈.
나중에 스물 셋에 천안으로 시집살다가 영감이 하도 노름하고 술 마신께 김 이장 아부지(김석경 옹, 형제 사이)가 '매형 여그 데려다 놓으면 좀 낫지 않을까'하고 삼십 오년 전에 다시 돌아 온거유. 영감이 집 짓는 일 했던지라 이 집도 그 때 다시 지은거유.
그 사이 사람들이 뻘을 메워 논을 만든거유. 전에는 요 앞이 다 바다였슈. 새우젓 배, 고기 배가 많이 들어와서 거기다 장사하고 먹을 것 사다 먹고 살았쥬. 근데, 박정희 대통령 때 (아산만)방조제 지응께, 동리 앞에 뻘이 생겼쥬. 그래가 '우리 집은 이 만큼 하겠소' 해서는 선 그어 놓구 각자 자기집 땅에 지게로 등짐 져서 논을 만들어 놓은거유.
시방은 경지정리도 하구 논이 좀 좋아유. 근데 저걸 다 손으로 맨등거유. 맹글어 놓구두 한 삼년은 농사 못짓고. 그 위에다가 물 가둬 놨다가 빼고 해서 소금기를 시친거유. 그거를 또 뺏아 간다구 하니 참...
내가 88년 12월 24일에 세례를 받았슈. 영감 죽은 연도는 잊어도 그날은 안 잊어유. 세례명이 '에밀리아'유.
요즘엔 뭐 우리 조카, 김지태 이장이나 빨리 풀어 달라구 기도혀유. 김 이장에 을매나 또랑또랑 했는디, 다서 여섯살 때 부텀 김장할 때 시레기 엮는 일도 돕구 그랬슈. 요즘에 대학 나와가 농사 지스(으)면서 어머니 아부지 모시구 살겠다는 이가 어딨대유. 근데두 그런 사람을 왜 잡아 가두는지 몰러유.
때문에 요즘에 김 이장 아부지(김석경 옹)가 소 밥맥이러 다니느라 고상이유. 옛날에도 김이장이 어디 갈라면 "아부지 소 밥 좀 줘유"라고 맽기고 당기며 애지중지 했는디...
응답이유? 응답은 무신 응답이유. 기도는 그냥 하는거유. 여태 늘 해온 겅께.
쫓겨나긴 어딜 쫓겨나유?! 올 갈(가을)에도 오늘 심은 배추 따다가 김장해 먹을 거유. 여그서 태어나 여태 살았응께 여그서 죽을거 밖에 없시유. 난.
△대추리 주민 김영녀(81) 할머니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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