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면담 요청 기자회견문 >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귀하
한국 정부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 강행의 일환으로 8월말 대추리, 도두2리 마을을 파괴하는 강제철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철거용역업체 선정을 마쳤고, 강제철거와 미군기지 확장 예정 터의 성토 작업을 위한 자재와 장비 확보에 나선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군사작전처럼 진행될 강제철거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폐허로 만들 것이며 강제철거를 저지하는 주민과 지킴이들에 대한 유혈폭력 사태를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 한 일이어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 실현을 위해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이 파괴되고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게 되며 우리 국민의 혈세가 쏟아 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리차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은 지난 8월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하여 기존에 합의되었던 12,500명 외에 주한미군을 추가로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무현 대통령도 주한미군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미군기지 확장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인정하면서 시설 규모의 축소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연장선에서 국내 한 언론은 주한미군의 감축 정도를 반영하여 평택 미군기지 확장 계획을 축소하는 방안을 미군 일각에서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왔던 미군기지 이전협정의 전면 재협상 주장이 타당성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한미 간에 합의한 국책사업이고 이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한미동맹이 위태로워진다는 이유로 ‘재협상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지가 매우 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이 본래 미국 측 요구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한국 정부가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여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국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 없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고, 그럴 경우 충분히 평화적 해결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만약 미국이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양국 정부가 합의한 사항임을 이유로 우리의 제안을 묵살하고 사업을 원래 방침대로 강행하겠다면 평택미군기지 확장이 미국의 요구로부터 시작된 것인 만큼, 우리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5월 4일, 대추분교 철거와 농지 강점에 이어 8월말에 주택철거를 강행한다면 또다시 대규모 유혈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이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귀하에게 정중하게 면담을 요청합니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 귀하와의 면담을 통해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해결방도가 모색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귀하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합니다.
2006년 8월 22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