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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대추리
<내리> 너머로 해 뜨기 전
긴 긴 <활주로> 잠 깨기 전
<평화동산>의 <소녀와 파랑새>
옅은 잠 깨여 몸 떨었다
사람들 뜬 눈으로 밤 새우고
논둑의 풀잎들 이슬 털 때
운동장 <구본주 동상>에 해 비치고
사방은 이미 포위됐다
<황새울>로 군인들이 들어가고
분교엔 전투경찰이 들어차고
피투성이 젊은이들 줄줄이 끌려나와
기지 너머로 실려갔다
-음, 황사도 없는 음, 그 오월 사일
방패와 곤봉들 오전 내내 거기 번쩍거리며 춤추었다
할머니는 길 가 벽에 기대어 울고
그 <벽 속의 시인>들도 통곡하고
애들 그네도 미끄럼틀도 포크레인에 뭉개지고
들판엔 칠십리 철조망이
물대포에 학교 유리창들이 깨지고 거기
<초상화>도 산산조각 흩어지고
지붕 위의 평화 구호도 내려져 구겨지고
학교는 일순간에 사라졌다
-음, 내일은 어린이 날 음, 오늘은 우리 애들 운동회 날
국방부 굴삭기 오후 내내 대추분교를 초토화시켰다
도지사는 그 모든 걸 구경하고
합참의장은 경찰을 치하하고
들엔 야전 텐트 줄지어 들어서고
간이 화장실도 여기 저기
<들집> 마당엔 저녁 회오리 불고
평화동산엔 <깃발들>이 몸부림 치고
도두리 벌 <문무인상>은 논둑에 엎드려
노을 들판을 어루만졌다
그저 어루만질 뿐이었다
-음, 황사도 없는 음, 그 오월 사일
들에 검은 헬기가 수없이 다녀가고 파란 보릿대 모두 쓰러졌다
음, 모두 쓰러졌다
2006. 5. 7 / 정태춘 사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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