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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울 벼야!! 정말 미안해
[포토 에세이] 그들이 한 것이라곤 생명을 죽이는 작업뿐이였다.
평화바람 , 2006-05-24 오후 4:26:33
▲철망에 갇힌 벼
어제 황새울 들판에도 드디어 고마운 비가 내렸다.
비도 내렸겠다 그동안 마른땅에서 안간힘을 껴?버텼을 벼들도 고개를 내밀겠다싶고
누군가의 부탁도 있어 서둘러 집에서 내려왔다.
오랜만에 타본 16번버스에는 낯익은 동네 할머니들과 나까이와 민들레, 건초도
보인다.
들어는 길 물댄 논이며, 모가 가지런히 심어져있는 논을 보자니 왠지 우리처지가
서글퍼진다.
비가 내린 대추리에는 흙냄새가 진동했다. 서둘러 카메라들고 황새울들판에 나홀로
출사를 나왔다.
단비로 흙은 어머니 살처럼 보드라웠고, 들판도 제법 푸르러졌다.
뻐꾸기며 까치며 이름도 모르는 새소리가 커다랗게 들린다.
커다란 아카시아나무에서는 아카시아향기가 나고 새들은 숨어서 제소리를 낸다.
이에 질세라 환경평가가 끝났는지 한동안 비교적 잠잠하던 미군 헬기가 연신 뜨고
내린다.
▲20여일동안 그들이 황새울에 한 것이라곤 생명을 죽이는 철조망을 치는 작업뿐이였다
논 곳곳을 돌아다며 보니 20일동안 군이 친 철조망은 거대하고 흉물스렀다.
수렁하나가 모자른지 하나를 더파거나 더 넓게 파놓았고 철조망이 몇개가 들어갔는지
셀수도 없다.
그걸로도 성이 안차는지 오늘도 포크레인은 밤늦도록 계속 파헤치고있다.
지난 여름에 그렇게 냇가하나 있었으면하고 바랬다. 아이들과 가재잡으며 놀고
더운날 멱도 감으며 더위도 식히고 시골스런 풍경이다싶어서 그런데 냇가가 아닌
강이 생겨버렸다.
그런데 그강은 죽음의 강이다. 그속엔 사람을 억압하는 철조망이 있고, 물이 흐르지
못해 썩어가는 곳이다.
곳 그강에는 모기며 날벌레가 알을 까고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과 군인들까지도
괴롭힐 것이다.
▲비가 내린 황새울에는 직파한 벼가 성큼자라있다
그래도 직파한 벼들이 줄맞춰 나는걸 이보다 더 예쁠수가 없다.
그 고운 색에 자꾸 눈이 가게 만든다. 내새끼도 이렇게 예쁠꺼나...
대추리에서 산지 1년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나에게도 이렇게 예쁜데
평생 키워온 주민들은 어떻겠느냐?
▲푸르렀던 보리도 누렇게 익어간다.
낟알을 키우던 보리도 누렇게 익어가고 도랑에 물도 흘러 개구리밥이 자라고 소금쟁이도
찾아왔다.
오늘 저녁에는 개구리 소리도 들린다.
이런것이 평화인데...군인들은 진정 평화를 모르는가? 아님 외면하는가?
곱게 자란 벼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멀리 수렁건너 철조망에 갇힌 벼들을 찍으면서
황새울에 뿌려진 벼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리고 영농단에서 마저 뿌려지지 못한채 썩어가고 죽어가는 볍씨들에게도 ...
진정으로 지켜주지 못해서, 철조망에 갇히게 하고 뿌려지지 못하게해서...참으로
미안했다.
▲황새울 영농단 구석에 뿌려지지 못한채 말라가고 썩어가는 볍씨들
곧 그들이 군화발과 포크레인으로 뽀독이난 벼들을 갈아엎어 더이상 자라지 못하게
할 것이다.
수로를 막아 자리자 못하고 말라 죽일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가 막힌지 한달째...새만금의 생명들이 죽어가고있단다.
황새울 들판에 철조망이 쳐진지 20여일째...황새울 벼도 곧 죽을 운명이다.
새만금을 보면서 황새울을 생각한다. 그들의 운명이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럼 난 뭘 할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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