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봉투 안에는 편지 한통과 돈 2만원이 들어있었습니다. 편지에는 자신을 광주사는 고3 여학생으로 밝히면서 "대추리에 사시는 분들께"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한겨레를 통해 대추리 상황을 알게되었고,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편지를 썼으며, 가지고 있던 돈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오늘 저녁 촛불행사장에서 시험준비로 한창 바쁠 고3 여학생이 보내온 편지를 읽어 드렸습니다.
이 편지 한통은 군부대로 투입과 강제철거 행정대집행 예정 및 군부대 투입 소식으로 마음이 심란했던 대추리 도두리 어머님 아버님의 마음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은 흐뭇하게 미소지었습니다.
여고생의 예쁜 편지 내용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대추리에 사시는 분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에 사는 고3 여학생 김민혜입니다.
한겨레를 통해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고백하면 논술준비 차 보기 시작했는데 여러분들의 소식을 보자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도서관에서 울뻔 했습니다. 사실 일주일 전에 그것도 한달 전 기사를 본거라 이 운동이 끝났음 어떻하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곳엔 비가 와서 꽤 쌀쌀합니다. 거기는 위쪽이니까 더 추울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저 같이 미숙한 눈으로 볼 때도 여러분은 그저 여러분의 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위해 싸우신다는 게 느껴지네요.
제꿈은 농부와 NGO 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기사를 보았을 때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돈은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만원짜리가 이것 밖에 없습니다. 좋은데 써주세요. 그리고 기사들을 보고 바로 쓴거라 편지가 두서가 없네요. 제 마음도 잘 전달되지 않구요. 그렇지만 집에 가면 귀찮아서 않쓸 것 같으니까.. 봐주세요.^^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힘내시고. 꼭 지키세요. 기도하겠습니다.
2006.4.22
여고생이 보낸 한 통의 편지가 팽성주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면, 국방부가 보낸 한통의 편지는 팽성주민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습니다.
<사진_민중의소리>
바로 지난 4월 17일 소인이 찍힌 국방부 오금용 중령의 이름으로 된 편지입니다. 이 편지는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대추분교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겠다는 통지서였습니다.
대추리 도두리는 지금 초긴장 상태입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병력과 철거용역, 그리고 군부대는 나이드신 팽성 주민들이 감내하기엔 너무나 크고 무거운 짐입니다.
이 짐은 평택 남쪽에 위치한 작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만의 몫은 아닙니다. 한반도의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 내야할 우리의 짐입니다.
평택지킴이들의 작은 힘, 시민들의 작은 힘, 하나 하나가 모아져야 이 생명과 평화의 땅 대추리 도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