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고 학교 안에 들어오면 안돼"
"집들이를 해야 하는 거 아냐?"
"보일러는 잘 돌아가나?"
"대추리 주민증도 줘야지"
아침부터 대추리 일대가 분주하다.
16일 오전, 경기도 팽성읍 대추리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최중규씨 땅에 천막 1동이 들어선 것이다.
미군기지 확장에 따른 토지 강제수용 집행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민들만의 싸움으로는 이 땅을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논밭에 텐트를 치고 마을을 지키는 평화촌 건설 계획이 본격화 된 것.
'평화촌 건설 계획'은 집주인이 떠난 빈집 입주하기, 일명 '빈집 프로젝트'와 함께 대추리 도두리 평화마을 만들기의 일환이다.
평화촌에 입주한 첫번째 주인공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기획실장 윤용배씨.
"주민들은 지난 3년간 일관되게 기지확장에 따른 강제토지 수용에 반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강제 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강압적이고 폭력적 방법으로 주민들을 쫓아내려는 의도를 멈추지 않고 있고, 그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윤씨는 "정부가 끊임없이 여론을 조작하고 있지만 국민들 현명하게 아는 순간 철회될 수 있다고 본다며 주민들은 올 봄에도 이 땅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결코 미군부대가 들어설 수 없다"며 국민들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그는 정부 정책이 철회되는 날까지 평화촌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3인용 텐트 하나를 세우는 데 주민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말 한마디라도 건넸고, 겉으론 웃고들 있었지만 다들 말로 할 수 없는 찡한 심정들이었다.
△윤용배씨는 기지이전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평화촌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대추리 마을 이장이기도 한 김지태 팽성대책위 위원장은 "천막을 치고 기지싸움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윤용배씨에게 축하를 드려야 하는 건지 위로를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하겠다는 그 뜻이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대신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주민들을 내쫓으면 나가겠지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어차피 나가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고 천막을 치고라도 기지이전을 막고 이 땅에서 살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록 온기 하나 없는 곳에 천막을 치고 이 추운 겨울을 나는 게 무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기지싸움에서 이겨나가는 데 밑거름 될 것이라 믿고, 앞으로 천막촌 촌장이 대추리에 더욱 큰 세력으로 부각되는 날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고 밝혔다.
윤용배씨는 "주민들과 함께 이 땅을 지키겠다는 마음과 텐트만 있으면 누구나 하룻밤 묵고 갈 수 있다"며 MT장소로, 아이들 현장학습 체험장으로도 제격이라고 말한다.
윤씨와 마을 주민들은 대추리에서 도두리까지 남부럽지 않은 거대한 텐트촌이 만들어지고 사람들로 북적일 날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