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0일 (일) 19:16 국민일보
1950년대부터 미국의 혈맹이었던 한국이 미 의회에서 일본의 10분 1도 안되는 관심밖에 받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 문제가 거론될 때나 언급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년간 미 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한·미 관계의 미래에 관한 의회의 태도’ 보고서를 19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이런 식으로 가면 한·미 관계가 10년 후에는 붕괴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전하며 양국 정부간 미래에 대한 깊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미 의회에 한국은 어떤 존재?
2년간 국방 분야에서 일해왔다는 공화당 상원의원 보좌관은 “한·미 동맹이나 한국에 관한 주제가 그 자체로 논의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항상 북한 문제와 연관시켜서였다”며 “의회 보좌관들에게 한국의 지도자가 누군지 묻는다면 아마 20명 정도만 맞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그런 지식 없이도 일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의회에서 큰 관심이 될 뿐이며 북한 문제는 한·미 동맹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의회 관계자는 북핵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인다면 한반도 방위 공약이 미국에 어려운 선택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한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미 의회 내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국의 대북 정책이 너무 관대하고 순진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는 것이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쪽도 대북 포용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하는 식은 아니라고 했다. 북한과 양자대화를 주장하는 의원들조차 상호적이지 않고 일면적으로 북한에 돈을 지불하거나 유인책을 쓰는 데 비판적이다.
보고서는 의회 관계자들이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대체로 낙관한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대로 간다면 10년 후 한·미 동맹이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의회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올 12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한·미 관계가 극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대답한 사람도 드물었다.
한국이 지대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도 미 의원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 정부의 노력이 오히려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미 FTA가 양국 관계를 증진시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미 의회에 대한 한인 커뮤니티의 영향력도 위안부 결의안과 북한 인권 문제 외에는 미미하다고 했다.
한·미 의회 교류 역시 미국쪽에서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데다 매우 피상적인 교류로 인식하고 있다.
의회 관계자들은 한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여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며, 특히 아프간 파병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노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물들은 북한 정책에 좀더 유연성을 보이기 위해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삼는다든가 취임 초기 미국 정부를 화나게 했던 데 대한 보상이라고 여기고 있다.
한국은 중국 때문에 필요
미 의회 인사들은 중국 때문에 한국이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이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대부분이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고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2004년 중국에 갔다가 한국을 방문했으나 주된 관심은 주한미군 시찰이었지 한국이 아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한·미 동맹이 동북아에서 미국 이익을 증진하는데 중요하다고 봤으며,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동북아에서의 미국 존재를 유지하는 것을 꼽았다. 북한을 억지하고 부상하는 중국을 제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응답자들이 한·미와 미·일 관계를 비교하라는 질문에 후자에 훨씬 강한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한 보좌관은 ‘한국은 ‘문제아’로 인식되는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10배 이상의 관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동훈 특파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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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는 한미관계 어떻게 전망하나] 인식 변천사
2007년 5월 20일 (일) 18:55 국민일보
CSIS 보고서는 1950년대부터 2006년까지 미 의회의 한국에 대한 인식 변천사도 소개했다.
미 의회는 한반도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는데 한국전쟁 이후 30년 동안은 북한의 재침을 막기 위한 광범위한 컨센서스가 존재했다. 이는 1953년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한반도의 지속적인 미군 주둔에 핵심적으로 표명돼 왔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초기 냉전시대에는 친밀한 정치적 군사적 협의를 통해 탄력적인 동맹을 확립하고 한국 경제 재건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1970년대 중반 주한미군 철수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동원한 ‘코리아게이트’가 한국 정부와 의회에 불행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한·미 동맹은 결코 손상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냉전체제 붕괴와 더불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가 대두됐다. 미 행정부는 새로운 한반도 정책 전망을 제시했고 이에 의회도 지지했다. 하지만 중대한 변화의 조짐이 1차 핵 위기 및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가시화됐다. 미 의회는 1999년 공화당의 북한자문그룹이 발표한 포괄적인 리포트에 이런 시각을 담았다. 이 자문그룹은 북한의 미국 위협이 클린턴 정부 시절 증대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보고서는 그동안 한반도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던 미 의회가 보다 소극적으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북 중유 제공 등에 대해 승인하고 대북조정관을 파견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 의회는 참여정부 들어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야기된 반미 촛불집회 및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등으로 쌓여온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대북 인권 문제 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국 정부를 겨냥한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2005년 몇몇 의원은 동북아 지역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의원들의 시각이 일치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한·미 관계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 한쪽을 탓하기 전에 냉전 해체와 한국의 민주화 진전 및 미국의 대한반도 관심 축소 등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동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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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美의회, 한국에 대한 이해도 낮은 편"
입력시각 : 2007-05-21 05:35 목록보기 인쇄하기
[앵커멘트]
미국 의회 관계자들은 한미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는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는 지난 1년간 실시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습니다.
워싱턴에서 정영근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미 의원과 보좌관들은 미래 한미군사동맹과 한미관계 전반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관계 전반에 관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며 관심도 비교적 적은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가 코리아 파운데이션의 의뢰로 지난 1년간 의원과 보좌관, 전문가등을 상대로 실시한 면접조사결과 이같이 나타났습니다.
제이슨 포레스터 CSIS 연구원은 '미래 한미관계에 대한 미 의회의 태도'라는 보고서에서 이처럼 평가했습니다.
최근 몇년간 한국의 반미감정 악화와 북한 핵프로그램과 인권탄압, 한미 FTA 협상등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비자면제 프로그램등은 워싱턴에서는 커다란 관심거리가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인권법 제정 추진을 제외하고는 한국계 미국인이 미 의회의 한국관련 문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미관계에는 미 의회내 군사와 외교, 재무위원회의 영향력이 크지만 한국계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 의원들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 의회나 행정부내에 한미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역할을 하는 구심점이 없어 의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미국의 쇠고기와 자동차 수출문제가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한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포레스터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에서 YTN 정영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