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
저는 여기 평택군 팽성면 도두리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오랫동안 살았던 평택 사람 정태춘입니다.
그리고, 저는 평택을 떠난 뒤에 가수가 돼서 방송국에서 주는 신인상도 받고, 음반 판매도 많이 되는, 소위 연예인이라 불리는 사람들 속에도 속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흔히 말하는 운동권 가수로서 10여 년 이상 그 진영의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현실을 둘러볼 때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모순을 안고 있었고, 그로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또,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싸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오늘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런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미국이라는 나라와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하나의 심각한 현실이고, 이것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를 제대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반미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실천활동을 해 왔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은 오랜 기간동안의 고민과 실천 속에서 얻어진 아주 자연스런 것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도 우리사회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되고 있는 [미군기지 확장과 평택 총 집결 반대] 싸움에 동참하면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말하지 않습니다. [반미]를 외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나의 고향 평택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미군이 주둔해 있었고, 그런 우리의 현실 때문에 그러한 주장이 여기 고향의 어떤 분들에게는 대단히 무책임하고, 과격하기만 한 구호로 들릴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이 누구인지는 잘 아실 것입니다. 부대 앞 상인들과 부대 종사자들, 그 가족들처럼 미군 부대와 관련한 일에 생계를 걸고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가 지금 모인 것은 우리 고향, 우리 땅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고, 그 분들의 입장이야 어떻든 그 분들도 바로 그 [우리]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은 갑자기 자신의 생활 터전을 잃기를 바라지 않고, 그렇게 될까봐 걱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
대주리의 주민들이 이제 또 다른 어느 야산 언덕으로 내몰리지 않기를 바라듯이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입장은, 평택에 더 이상의 미군의 증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고, 그로인해 더 이상의 주거지와 토지를 수용 당하지 않는 것이고, 더 이상의 소음과 폐수, 범죄의 피해를 바라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남북한이 무력 경쟁을 포기하고, 한반도에 평화 공존의 틀을 다지고, 이에 바탕하여 주한 미군이 모두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고, 미군 기지는 모두 우리 시민들의 땅으로 회수되어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우리 정부는 말로만 10년 후 자주국방을 말하지 말고, 그 이후 주한미군의 철수 계획, 그와 관련하여 생계를 유지하던 분들에 대한 전업 지원 등 구체적인 보호 대책 또, 미군 철수 이후 그 기지의 활용방안 등에 대해 공론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또, 최근 한미간에 은밀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한 미군의 재배치 계획들에 대해서도 양국 정부의 입장이 어떤 것들인지 공개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당장 [평택 안의 미군기지 확장과 미군 집결]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싸움은 아주 당연한 것입니다.
여기는 우리의 고향이고, 우리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팽성읍 대책위원회에서 요청한 고문 직을 수락하였고,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저의 소신이나 입장을 우선하지 않고, 여기 고향 주민들의 입장과 정서에 맞춰서 그리고, 가장 헌신적이고 선도적으로 싸우는 분들 곁에서 도울 생각입니다.
저는, 정확히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주한미군은 머지 않아 결국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리라고 믿습니다.
이걸 믿지 않는다면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 때까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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