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동지들이 저와 황상진 지회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평택에 내려와 보낸 지난세월이 헛되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힘든것도 잠시,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저와 황상진 지회장은 무엇때문에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는지 영문을 모르고 있습니다.
단지 수사2계 담당형사로 부터 걸려온 전화의 내용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내용은 '저와 황상진지회장은 검사로부터 구속영장이 신청되었으며 그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위해 구인장이 발부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21일(월) 오전9시30분까지 평택경찰서로 와서 평택지원에서 실질심사를 받아야한다' 정도입니다.
참 어처구니 없죠? 구속영장의 이유와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무방비로 당해야하는 사실이말입니다.
동지들! 오늘은 의미있는 날입니다.
오늘이 바로 에바라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같은 날은 여러 동지들과 소주한잔, 밤샘 이야기 나눠야함에도 노동조합의 창립을 축하해야할 그 노동자들은 아직까지도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텐트속에서 6개월이 넘도록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4명의 조합원들중에서 노영호, 김진동동지는 얼마전 보석으로 출소하여 불구속재판을 받고 있고, 황상진 지회장은 언제 구속될지모르는 상황에 처해있으며, 1명은 해고가 된 상태입니다.
요즘 교섭이 진행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사항만 합의되고 있을뿐 노동조합사무실제공과 조합활동을 위한 간부들의 활동시간등과 관련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노동조합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가 봅니다.
단지 마지못해 형식적인 교섭에만 임하고 있을 뿐입니다.
불법적인 직장폐쇄에도, 관광비자로 들어온 일본, 대만의 노동자들을 불법적으로 사용해도, 쟁의행위 이후 고용된 비정규직(아르바이트노동자, 파견노동자)을 고용해도 하나도 처벌받지 않는 사회,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만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는 자본과 정권 그리고 검경찰....
이것이 이 사회를 단편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한 장면입니다.
노동조합을 만든일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는 일이었다면 처음부터 노동조합을 만들 마음을 갖지 말았어야 했나봅니다.
노동법에 규정된 노동3권은 그냥 몇몇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그림의 떡이니 생각하며 순종하며 노예처럼 살 걸 그랬습니다.
'70년대 전태일열사의 요구조건과 30년이 지난 지금의 요구조건이 똑같은 나라에 살고있다'는 어느 동지의 말처럼 이 사회는 나이만 먹어갈뿐 이 사회의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더욱 심화되고 있을 뿐입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했습니까?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위한 우리의 발걸음에 또다시 우리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돌아가지 않고 그 부름에 당당히 나서야겠습니다.
여러 동지들의 따뜻한 동지애에 다시한번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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