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정부는 물, 물을 끊는단다-
2006년 3월 31일
황새울 들녘에서
이 넓은 들녘은 논이다. 봄철이다. 논농사를 지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천륜이다. 한 뼘의 땅이라도 놀리면 아니 된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 그런데 정부는 농사행위가 불법이란다. 처벌하겠다고 억지를 쓴다.
팽성읍 도두2리 대추리 마을 공동체는 불법이든 말든 자연의 순리를 따라 농사짓기를 시작했다. 고통 중에 엉킨 주민은 하나다. 하나 된 마을을 여기 말고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농사를 짓겠다는 한 마음 한 뜻이다.
병술년 3월 31일 이른 아침 마을 주민 모두가 나와 트럭을 타고 논에 왔다. 물대기가 어려워 건답직파를 한다. 비료, 볍씨, 농기계 만반의 준비가 다 되었다. 문무인 상을 바라보며 풍년을 기원하며 논에 간다. 하늘엔 새떼들이 마중한다. 하늘을 나는 저 기러기 떼가 농부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 지. 날씨는 어제와 달리 푸근하다.
할아버지는 논바닥에 깔려있는 짚을 모아 불에 태운다. 불장난이 아니다. 그 일도 힘들지만 농사를 짓는 일이라서 몸에 밴 일이다. 볍씨를 뿌리기 전에 비료를 살포한다. 통에서 나오는 비료에 얻어맞아도 얼굴이 따끔따끔하다. 멀리 골고루 흩어져 땅에 떨어져야 한다. 부인들 대부분은 볍씨를 채운 작은 통을 어깨에 메고 한 줄로 서서 볍씨를 뿌린다. 쉽게 보이지만 온 종일 팔을 휘두르는 것도 힘든 일이다. 초조와 긴장 가운데 짓는 농사라 할 이야기도 많다. 옆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니 고된 줄도 모른다. 하늘을 기러기 떼를 보고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볍씨를 뿌린 후 바로 흙을 덮어주어야 한다. 논에 떨어진 벼가 춥기도 하겠지만 기러기 떼가 날아와 다 쪼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한 트랙터는 굉음을 내며 흙을 파 날려 덮어준다. 아, 장엄하다. 넋을 놓고 바라본다.
직파는 수작업이 더 정겹다. 직파의 모습은 아름답다. 건답직파기도 일을 한다. 뒤에 비료, 볍씨 통이 따로 있다. 통에 담아 자동으로 흙파기를 하며 씨를 뿌린다. 처음 보는 기계라 넋을 놓고 바라보긴 했지만 어쩐지 살벌하다. 능률은 엄청나다. 직파기 한대가 하루 일곱 구간(한 구간이 천오백 평)을 해낸단다.
이렇게 직파를 했지만 문제는 물이다. 논 바로 옆에 안성천이 흐른다. 정부는 이 물조차 끊는다고 한다. 물, 물이 없으면 씨를 심었지만 자라기는커녕 말라죽는다. 상상해보라! 파종을 하고 바로 옆에 물이 있는데도 물을 대지 못할 경우 농민의 눈이 뒤집어질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논두렁 사이를 둔 농부들이 물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물은 생명이다. 물이 없어 벼가 죽는다면 바로 농민이 죽는 것이다.
협의매수를 하고 고향을 떠난 사람도 눈치를 보아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나 보다. 끝까지 싸우고 있는 주민들이 화가 나겠지만 아직도 농사짓고 싶은 농심은 버리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농심을 이해한다. 몸과 마음을 다 하여 농사짓는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는 평화촌 이루기, 일일주민되기, 양수기모으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5월까지는 농사짓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 팽성에 오시는 손님은 손님이 아니라 팔다리를 걷어붙이고 농사일을 하러오시라. 싸우면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오늘이다.
평택미군기지확장을 위한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 모두 와서 대추리 도두2리 주민들을 만나본 일이 있는가. 이곳 황새울에 단 한 번이라고 둘러보고 법을 만들었어야 했다. 당신들은 이미 주민들로부터 단죄를 받았다. 당신들은 자격이 없는 의원들이다. 외롭게 고통 받는 농민을 위로하는 정치인으로 돌아와라. 하기야 두 농민이 맞아죽었어도 문상조차 못하는 저들이 아니었던가. 기대할 것도 없다. 힘없는 민중의 편에 서는 관료, 정치인을 볼 수 없단 말인가!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끼어 함께 돌아갈 것인가. 개인적 친분을 가진 의원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가난하고 고통 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제 목소리를 내라고 충고하지만 공염불과 같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은 개인의 영달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영어의 몸이 되었던 정치인들이 많다.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 기여는 지금도 요구된다. 과거로 만족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거를 팔아먹는 것이다. 안탑깝다.
미군기지확장을 위한 법, 실정법을 어길 마음이다. 사람을 해치는 법이기 때문이다. 범법자라고 하자. 그러나 내일을 위하여 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 지금 팽성에서는 일거수일투족이 범법이다. 기지 확장을 정부의 법적 권리라고 한다. 법절차를 따라 권리를 찾아라. 우리는 법을 어겨 감옥에 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