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평화대행진
할머니는 알고 계실까?
그 날
강제철거가 있었던 그날
포크레인을 향해 삿대질 하던 사진이
할머니 크기만 하게 포스터가 되어 나왔다는 것을
할머니는 자신의 사진을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웃으실까?
부끄러워 하실까?
오늘은 할머니의 사진이
할머니만 하게 나온 포스터를
홍대앞에 붙이러 갔다.
이곳이 미국인지, 한국인지,
정체불명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네온싸인 반짝이며 밤늦도록 불야성을 이루던밤.
한국사람도 영어로 말하던 거리에서
이상하게 할머니 사진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던 홍대앞.
초라한 것도 아니고
슬픈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잘것 없는것도 아닌
그것은 포크레인을 향한 삿대질이 아닌
홍대앞 젊은 넋들에게 보내는
젊은 것들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느냐?
미국놈들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아느냐?
짠물 빼가며 평생 갯벌을 일구었다.
그걸 통째로 날름 먹으려는게 미국놈들이다.
토요일은 밤이 좋다더니
홍대앞
넘실대는 사람들 사이로
대추리 할머니가 있다.
초라한것도 아니고
슬픈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잘것 없는것도 아닌
대추리 할머니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