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의 사주를 받거나, 충동질에 휩쓸려 광화문에 모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고 소식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국민 모두가 월드컵 열풍에 들떠 있던 지난 6월. 이 땅에서 저질러진 대부분의 미군 범죄들이 그렇듯이, 그때는 두 여중생의 죽음도 그 많은 범죄들 중의 하나로 그렇게 덧없이 잊혀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두 여중생들의 한맺힌 영혼은 그렇게 쉽게 우리 곁을 떠나가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언론 매체들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미군들이 자신들의 법정에서 모두 '무죄'로 면죄부를 부여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는 현실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미군의 행위를 비난하고 미국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하는 시위에 참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두 소녀의 억울한 죽음을 두고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불평등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침묵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학교 친구들의 손을 잡고,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무등태우고, 어머니가 어린 딸을 가슴에 안고 광화문에 집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평화 시위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애초 이 시위를 이끈 사람들은 지난 6월 이후, 의정부 미군부대 앞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끈질기게 시위를 벌여온 나이 어린 여중생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광화문 촛불시위도 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이 시위가 지난 6월 이후,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02년 6월 사고 직후 의정부 미2사단 앞에 모인 사회단체 회원들과 중고등학생들의 시위, 용산 미군기지앞 시위, 유가족의 눈물, 여러분들이 직접 참여하신 광화문 촛불시위를 그 당시에 촬영한 사진들로 양희은씨의 '상록수'와 함께 다시 한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 미군기지오면 전쟁나고, 모심으면 평화온다! 팽성주민여러분! 힘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