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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맥주병 사건 피해자 조수환씨와 술을 한잔 했습니다
황왕택 통신원
새벽 4시경 전화벨소리가 울려서 받아보니 조수환씨(이하 조) 였습니다. 술을 한잔 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젯밤 세시간을 자고 무척 피곤했지만 지난 밤에 술먹고 미군부대 정문앞에 가서 새벽 1시경 항의를 하다가 주먹으로 정문을 쳐서 손에 상처가 난 것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꼭 가야겠단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재빨리 갔습니다.
의사가 상처난곳이 아물때까지 술먹으면 절대 안된다고 했으나 , 얼굴에 난 상처를 볼때면 울분을 참지 못하고 가슴속이 답답해서 어쩔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기에 나 역시 따라주는 술을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의정부역에서 화요일날 ‘살인폭행미군 처벌과 치료비 배상을 위한 미군범죄 끝장천막농성’을 진행하는 기자회견자리에 오지 않아 아침에 무슨 일이 있나 집에 찾아갔을때 최근에 기자들 만나고 생전처음해보는 집회에 따라 다니다 보니 몸이 무척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몸 아프다는 사람에게 집회나오라고 말하는것도 인지상정이 아닌 듯 하여 그럼 몸 편히 가누고 나오라는 이야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온 터라 사실 내심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 술먹고 있으니 내심 어려운점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는 약간 술이 취한채로 나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도와줘서 고마운 것은 알지만 내가 어떤지 혹시 아냐? 나는 당사자다. 얼굴을 볼때면 치료비걱정등 이후 모든 것이 불안하고 잠도 안온다. 얼굴보면 가슴이 탄다”
“ 미국준장인가 하는 사람이 사과하고 미2사단 관계자가 의정부 시장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 그 XX들은 나에게 왜 사과를 안하는가? 당사자인 내게는 전화한통 없고 사과한마디 없고, 하물며 치료비등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없이 참 웃긴 XX들이다 , 대변인이 당사자는 아니지 않는가? 난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불안한 심정이다. 언론은 한참 찾아오고 그러더니 이제는 나에게는 남은 것이 없이 모든 것이 내 책임으로 된 것 아닌가? 내 얼굴에 있는 상처까지도”
술한잔 하면서 내내 든 생각은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끝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함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조가 그동안 기자회견, 집회등에 참석한 것이 얼마나 힘든 고통을 수반했는가를 내 스스로 나누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혹시 비오는데 비 맞고 있는 이를 우산 씌워주는 사람은 아니었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픔은 나누고 기쁨은 배로 하라는 말이 있는데, 난 단지 내가 그동안 책에서 배우고 동영상을 통해 본 미국에 대해 관념적으로 그저 싫고 미국의 패권정책등에 대해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고통을 나누는 것.
가슴의 분노와 한을 먼저 함께 나누기보다는 그저 잘못된 것이니 싸운다는 정당성에 의해 투쟁한것은 아닌지 심히 고민이 들었습니다. 조가 나의 벗이고, 형제라면 내가 당사자라면 어떠하겠는가?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근에 주변사람에게 천막농성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업이 너무 바빠서, 우리 일도 장난이 아닌데,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마음은 있는데 단체, 조직에서 공유를 못해서 ’ 물론 충분히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갑니다.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닐텐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내가 당사자라면 어떻겠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4일째 되는 날입니다. 미군범죄의 사진전을 하면서 윤금이 누이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사람들은 지나가다가 끔찍한 그 사진을 보고서 다들 분노하고 어떤이는 암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천막에 온 이들이 한마디씩 던집니다.
저 사진은 빼자고. 그렇게 말한 사람의 심정도 충분히 공감은 갑니다.
그러나 이땅을 살고 있는 조국의 현실은 노동자, 농민 , 청년학생, 도시빈민, 자본가등 누구나 할것없이 언제라도 미군에게 그런 경우를 당할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두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탱크로 여중생 2명 깔아죽여도 무죄, 야간에 집단적으로 맥주병으로 가격해도 불구속, 그저 미군사령관이 사과한마디 하고 본인에게는 한마디 사과도 없이, 치료비조차 즉각 지급하지 않는 현실, 사과 한마디 나왔다하여 언론에서는 잠잠해지는 현실, 그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그저 사과 한마디로 끝내버리 려는 미국의 기만적인 작태 , 코미디 같은 현실이지만, 비분강개라는 것을 실감케 하는 조국의 암울한 현실입니다.
어떤이들은 그런 비판을 합니다. 왜 미국이라면 그렇게 싫어하는가? 미국사람중에서도 좋은이가 있는데 꼭 부각시킬 필요가 있는가라고. 맞습니다.
나 역시 미군도 젊은이들이기에 그럴수도 있다고 충분히 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죽이면 처벌받고, 사람얼굴을 맥주병으로 패서 얼굴 12센티 상처나게 하면 감옥보내라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 국가와 국가사이에 자주적이고 대등하게 처리하라는 것입이다. 미군이 제 아무리 사과하고, 인성교육 한다해도 그것은 다 헛짓일수밖에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죽여도 무죄이고, 살인폭력 저질러도 불구속인 현실이 바뀌지 않는데 미군이 무슨 인성교육을 해도 그것은 흡사 한국의 성인남자들이 민방위 훈련가서 받는 따분한 교육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만일 미군이 아무리 살인강간폭행을 저질러도 한국사람들과 같이 처벌받고 피해배상 즉각 처리한다면 이 더운 여름날 바빠서 숨쉴틈도 없는 이때 절대로 천막치는일 따위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땅에 미군이 있고 내가 한국땅에 살고 있는한 조와 같은 경우는 내가 당할수도 있기 때문에 의정부역에 ‘미군범죄 끝장을 위한 천막농성’ 을 치는데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 투쟁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사에 덧붙임
* 황왕택 통신원은 의정부청년회 회원으로 경기북부 미군대책위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경기북부 미군대책위는 의정부역 광장에 천막을 치고 미군범죄 끝장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황 통신원이 천막농성 4일째에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