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생명의 터전에서 동북아의 화약고로
[칼럼] 국방부 대추리 점령이 남길 교훈
이도흠 한양대 교수 , 2006-05-05 오전 7:45:07 코리아포커스 기사 펌
http://www.coreafocus.com/news/service/article/mess_column.asp?P_Index=27434&flag=
이제 이 땅에 더 이상 벼는 자라지 않는다
참여 정부란 곳에서 선량한 시민과 학생과 농부가 피를 흘리며 개처럼 끌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과 맞서겠다는 말로 진보 진영의 환호를 받고 당선된 이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미국이 오로지 제 나라 이익과 이해관계, 전략에 맞추어 이 땅을 전쟁기지로 활용하겠다는데 국민 상당수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항에서 덜컥 땅을 내주었다.
대추리가 씨를 뿌리고 가꾸는 자의 땅으로 남기를 그리 고대했건만, 결국 군과 경찰은 폭력으로 이 땅을 갈취하고 생명을 죽이는 자들의 기지로 바꾸었다.
국방부와 경찰은 4일 새벽 대추리에 진입하여 행정대집행을 수행하고 미군기지 이전 터에 철조망을 설치하였다. 경찰은 시위대를 포위하고 토끼 몰듯 한 끝에 상황을 종료하였다.
정부의 거짓말...
1,000여 명의 시위대는 오로지 이 땅을 지키겠다는 열정과 일념으로 115개 중대 1만 3천여 명의 경찰에 분연히 맞섰건만 말 그대로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210여 명이 부상당하였고 500여 명이 연행된 끝에 땅을 적들에게 내주었다.
이제 이 땅에 더 이상 벼는 자라지 않는다. 총과 칼과 대포와 미사일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이제 이 터전에, 벼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키를 키우고 사람은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짓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총알과 포탄을 쏘는 소리에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가 일고 그 분노가 커질수록 탱크와 미사일은 늘어날 것이다. 이제 이 들에 새들은 더 이상 나래를 펴고 군무를 펼치지도, 깃들지도 않으리라. 대신 미사일과 폭탄을 가득 탑재한 비행기들이 사람과 생명을 죽이기 위해 뜨고 질 것이다. 하여 대추리는 생명과 평화의 땅에서 전쟁의 화약고, 갈등과 분노의 전초 기지가 되리라.
정부는 말한다. 평택기지 확장이전이 끝나면 평택은 명실상부한 국제평화도시가 되고, 한반도의 평화는 더욱 굳어진다고. 정부는 2020년까지 제조업, 교통물류, 관광 등 9개 분야 89개 사업에 18조 8016억 원을 쏟아 붓기로 하고, 지난해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전쟁의 화약고, 갈등과 분노의 전초 기지가 되고야 말 대추리
평택시 일대에 첨단농업단지, 도시첨단산업단지, 평택호 관광지 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특성화 대학도 세우고 외국인 학교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아니 동두천의 예만 보더라도 미군기지가 있는 곳에 도시가 발전된 전례가 없다.
도시의 막대한 지역을 미군이 점하고 있고 도시 에너지와 물류의 상당 부분을 미군이 우선적으로 독점하기에 도시의 균형발전이나 마스터플랜을 꾀하기가 힘들다. 요식업소와 매매춘 등 미군을 상대로 하는 소비산업, 또는 퇴폐․향락업이 먼저 발달하고 그런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것도 한 요인이다. 설사 잘 살게 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 수혜자는 이 땅의 농민이 아니다.
평화의 공고화 운운하는 것도 사기다. 총구가 있는 곳에 폭력과 갈등이 있다. 군사 기지는 오로지 모든 무기를 녹여 보습을 만들거나 무기를 없애고 생명들을 불러들일 때에만 평화의 터전이 될 수 있다.
평택은 대중국 전략군사기지가 될 것
주지하듯, 평택 미군기지는 동아시아 및 대중국 전략, 신군사전략,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고 유사시 중국을 효과적으로 타격하기 위해 설정된 대 중국 전진기지다.
미국의 신군사전략의 핵심 목표는 전략적 경쟁자의 출현을 미리 좌절시키겠다는 것이고, 그 대상은 바로 중국을 뜻한다. 미국은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 최고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포위하기 위하여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에 미군을 배치하였다.
이제 상해, 북경 등 중국의 대도시를 가장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평택에 PAC-3 등 최첨단 무기를 갖추고 언제든 중국을 타격할 전진기지를 만든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측 관계자는 “만약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군에 발진기지를 제공하면, 중국은 그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전에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려 했다가 북한이 야포로 미군기지와 서울을 공격하겠다고 하여 시물레이션 작업한 결과 미군이 5-10만이 죽는다는 결과가 나와 중지한 적이 있다.
들을 빼앗겼지만 봄은 더욱 찬란하다
이런 전례와 현금의 동아시아 질서로 볼 때 우리는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미국과 중국의 싸움 사이에서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제 대추리는 대추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동북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화약고로 변한 것이다.
저항의 본부였던 분교조차 허물어졌고 그 기름진 논에 철조망이 들어섰지만, 그러나 싸움은 오히려 지금부터다.
대추리의 들을 빼앗겨 봄도 사라졌지만, 우리들 마음속의 봄은 더욱 거대한 싹을 틔우고 있다. 공병대가 그리 철조망을 둘렀어도 벼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무럭무럭 자라듯이 우리들 가슴에 자리한 평화의 싹은 더욱 힘차게 잎을 내고 줄기를 키우고 마침내 꽃을 피울 것이다.
농부들은 철조망을 뚫고 벼를 보듬으러 갈 것이다. 대추리에 대한 국가의 폭력을 지켜보면서 평화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부조리와 불의에 분노하는 마음이 이 사람 저 사람의 몸에서 싹을 트고 이는 촛불시위로 타오를 것이다. 시민단체와 노조는 이제 구체적 행동에 들어갈 채비다. 국회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대추리는 한반도의, 동북아의 봄을 부르는 전령
설사 이런 저항에도 불구하고 미군기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좌절할 것은 없다. 전쟁이 일어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다.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고 포탄이 쓸어버린 땅에도 생명은 자란다. 평택에서 뜨고 지는 전쟁 무기를 보면서 세계 인류는 더욱 평화를 갈망하고 이를 실천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어느 날 세계 곳곳의 평화지기들이 모여 철조망을 걷어내고 다시 이 땅에 벼를 심을 것이고 이곳 대추리는 대 중국 전진기지에서 평화의 터전으로 승화할 것이다.
대추리는 한반도의, 동북아의 봄을 부르는 전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