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평화대행진
역곡역 촛불 집회...한국전 참전 미군 예비역들도 첫 인사
서정환 기자
"5월 4일에 무슨 일(강제행정대집행)이 있었는지 모두들 아시죠!?"
"예~!"
"9월 13일 무슨 일(주택 강제철거)이 있었는지 모두들 아시죠!?"
"예~!"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이 더 이상 생기는 것을 막고, 평택 땅에 전쟁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여기 부천 시민들도 9월 24일 서울시청 앞으로 모입시다!"
(...문정현 신부와 부천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대화 중)
△역곡역에서 열린 '평택미군기지확장 및 한미FTA 저지를 위한 부천 촛불문화제'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평택미군기지확장 및 한미FTA 저지를 위한 전국 행진단(부제-민중의 역전이 시작된다)'이 부천에 당도했다.
지난 8일 서울을 출발하여 의정부, 인천, 군산, 광주, 나주, 창원, 부산, 울산, 대구, 구미, 안동, 제천, 평택, 청주, 대전, 안산 등 전국을 돌아다닌지 보름만이다.
행진단은 행진의 최종 목적지이자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의 심장부 서울을 코 앞에 두고 부천 시민들 앞에서 한판 '대동굿' 같은 촛불 문화제를 펼쳤다.
보름 간의 여정 동안 행진단은 '종합 예술인'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부천 역곡역 남부 광장에 모인 약 200여명의 시민들 앞에서 행진단은 흥겨운 율동과 노래, 영화 '왕의 남자'를 재구성한 마당극 등을 선보였다. 행진단의 공연에 역곡역을 지나는 시민들 중 발길이 멈추지 않은 이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부천역 촛불 집회에서는 특히 미국의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의 회원 중 한국전 참전 예비역들이 찾아와 매우 특별한 연설을 시민들과 나눴다.
윌슨 우디 파월씨는 "54년 전, 내가 아주 젊었을 적에 한국에 온적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전쟁에 참전 했는데, 나는 당시 그 전쟁의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 전쟁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는 나에게 그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I do not believe in it)입니다"라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택 미군기지확장을 저지를 위해 싸우는 여러분과 함께 이 자리에 서 있어 매우 자랑스럽고 환대해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 평화재향군인회 윌슨 파월씨(왼쪽)와 찰스 에이키씨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찰리 에이키씨는 "우리는 한국 전쟁 때 북한 군인들에게 대포를 쏘며 환호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라며 "누가 당신에게 '그가 너의 적이다'라고 가르친다면 결코 그 말을 믿지 마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을 온 몸으로 경험했던 벽안의 노신사들의 고백을,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숨을 죽이며 듣고 있었다.
행진단은 "9.24평화대행진은 평택 투쟁을 끝장내려는 미국과 한국 정부에게 평택을 더러운 전쟁기지로 내줄 수 없다는 완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평택미군기지에 대한 한미간 재협상을 전 국민적으로 촉구하는 위력적인 투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9.24투쟁을 더욱 가열찬 투쟁의 의지로 준비하여 끝내 포기하지 못할 대추리, 도두리의 평화를 지켜달라"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숙소인 성공회대학교 까지 걷는 짧은 구간을 행진했다.
23일 아침에 서울 시내에 입성할 행진단은 오전 8시 30분 성공회대학을 출발하여 자이툰 부대 철군을 위한 9.23반전집회가 열리는 서울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24일 제4차평화대행진에서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 및 평택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눈과 귀가 이들이 전국을 돌며 거두어 온 '선물 보따리'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객석(?)을 가득 메운 부천 시민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가족과 함께한 촛불 집회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