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전협정·LPP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굴욕성과 위헌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안과 LPP(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안이 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될 전망이다.
통외통위는 이날 상정된 안을 갖고 내달 4일 공청회를 개최한 후, 7일 상임위 차원에서 안건을 처리하고 8일이나 9일 올해 본회의 회기 안에 비준 처리 여부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평택 지역 주민들이나 시민사회단체는 '단 한평의 땅도 내 줄 수 없다'는 각오로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22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상황이고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67명은 지난 15일 '용산, LPP 철저 검증 모임'을 발족시켜 그 동안 재기돼 온 굴욕성이나 위헌성 시비를 철저히 가린다고 벼르고 있어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대다수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여당이라는 입장을 고려한다는 점, 또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한나라당의 속성을 볼 때 두 법안의 국회비준 동의는 무난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끊이지 않는 용산기지이전협정의 위헌성과 굴욕성
용산미군기지이전에 대한 한미간의 협의 내용에 대해 그 동안 국내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 왔다. 이러한 비난 여론에 밀려 한미 간의 협상 테이블에는 불합리한 요소들이 올라가게 됐으며 가서명도 애초 예상보다 수 개월 뒤로 밀려야 했다.
용산 협정의 위헌성 여부의 대표적 사례는 ▲주한미군의 지역군 역할 부여와 한미상호방위조약과의 상충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권의 침해로 압축된다.
주한미군의 지역군 역할 부여와 한미상호방위조약과의 상충 여부는 주한미군 재배치가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일환으로 진행됨에 따라 확대되는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 즉 동북아 지역군화가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를 한반도에 한정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권의 침해는 포괄협정(UA)만을 국회 동의 대상으로 삼고 이행합의서(IA)는 조약인 UA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규정한 하위규범이라 하여 직접적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소요비용의 구체적 항목과 총액을 법률적 효력이 있는 조약(UA)에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한 채 IA라는 편법을 이용,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중요 사안에 대한 국회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게 했다며 위헌성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UA에는 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시키는 사업 시행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SOFA 합동위원회와 그 산하 특별분과위원회가 지도록 하고 있고 IA 개정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어 그 권한의 막강성이 국회 비준동의권까지 침해한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굴욕성의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 정부가 이전 비용의 전액을 부담한다는 원칙이다. 한국 정부는 요구자 비용부담 원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이라면서 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시작으로 체결된 90년 합의 각서를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측은 독일 라인마인협정 당시 독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공군기지를 이전하는데 NATO가 일부 비용을 부담했다며 요구자 부담 원칙의 보편성을 부정했으며 최근 용산기지이전 움직임은 해외주둔미군재배치전략(GPR)에 따른 것으로 이는 명백히 미국의 이해와 요구에 의한 측면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비용부담 총액이 명시되지 않는 점, '기타비용'의 불명확성, C4I 기반 및 교체, 성능향상비 부담의 부당성, 방위비 분담금과의 겹치기 부담 등 다양한 것들이 비용부담의 부당성과 관련 돼 있다.
LPP 개정안, 문제 공론화 돼 있지 않지만 분명히 짚고 가야
LPP 개정안은 주한미군부대의 일부 시설과 구역을 반환하고, 우리측은 미합중국측에 대하여 주한미군의 이전에 필요한 새로운 시설과 구역을 공여하기로 한 02년 3월 체결된 LPP 협정안 중 미 2사단 재배치 계획의 발표 등으로 개정작업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추진된 것이다.
한미 양국은 10차례에 걸친 FOTA 회의를 진행하면서 기존 LPP를 재검토, 춘천을 비롯한 주요 도심지에 소재한 일부 미군기지를 조기에 한국측에 반환하고 미 2사단의 재배치를 단계적인 통합계획에 따라 추진키로 한 것이다.
LPP 개정안에서 의정부와 동두천 일대 6개 기지를 추가로 반환받고 의정부와 이천 일대의 미군기지 신규건립 계획을 백지화, 춘천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 기지의 반환일정을 단축시킨 것은 2사단 재배치 계획을 반영한 결과다.
이번 LPP 개정을 통해 한국정부는 2사단의 부지 1천118만평을 추가로 반환 받아 전체 반환부지 면적은 기존 주한미군 기지의 64%인 5천167만평으로 늘어나게 됐다. 반면 공여지는 김천 3만평, 포항 10만평과 평택 349만평을 합쳐 모두 362만평이다.
단순 수치 계산상으로는 한국 정부가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리고 정부는 반환부지와 공여지의 엄청난 비율차를 이유로 미 2사단의 평택 이전의 합리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반환될 미군기지와 훈련장의 면적이 실제 내용과 달리 크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연합과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가 2003년 11월부터 2004년 9월까지 10개월에 걸쳐 전국의 94개 미군기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작성한 '주한미군기지 현황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의 반환면적의 75%에 해당하는 훈련장의 절반 이상이 임시 공여지이기 때문에 '반환'이 아닌 '해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시 공여지를 반환 부지 현황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평택에 새로 공여하는 미군기지에 대한 국민의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반환받는 땅의 면적을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기능을 상실하고도 반환되지 않는 미군기지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장산에 위치한 레이더 시설, 대구 달성군 상원산의 무인 통신소 등은 기능이 축소되거나 소속 부대가 빠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그 동안 정부는 쓸모 없는 미군 기지 면적을 방기했다고 볼 수 있다. 주한미군지위협정 제2조제3항에 의하면 “더 필요가 없게 되는 때에는 언제든지 합동위원회를 통하여 합의되는 조건에 따라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새로이 미군기지가 이전할 지역에 대하여는 지역주민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평택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 주민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국회 비준을 받는다 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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