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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전 비용, 수상하다 수상해-한겨레21
 평택범대위  | 2007·04·03 22:02 | HIT : 2,029 | VOTE : 373 |
주한미군 이전 비용, 수상하다 수상해


미군 기지 이전 비용으로 둔갑한 방위비 분담금, 국회의 대응은?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한국의 필요에 따른 것은 한국 쪽이, 미국의 필요에 따른 것은 미국 쪽이 각각 비용을 부담한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문제가 여론의 관심사로 떠오를 때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가 줄기차게 내놓은 모범답안이다. 더 이상 ‘정답’으로 써먹기 곤란하게 됐다. 왜? 사연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계산은 의외로 간단하다.



△ 3월20일 권행근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장이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미군기지 이전 시설종합계획(MP)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강창광 기자)






우선 ‘사연’부터 알아보자. 정부가 말하는 ‘한국의 필요에 따른 것’은 용산기지 이전을 말한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로 시작되는 용산기지 이전의 당위성에 토를 달 이는 없을 게다. ‘용산기지 이전은 노태우 정권 때부터 우리 쪽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란 정부의 말도 딱히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기지 이전이 오로지 ‘한국 쪽의 필요’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란 점은 분명히 해야겠다. 온 나라에 흩어져 있는 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통폐합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를 뛰어넘어 ‘유연성’을 추구하는 주한미군의 새로운 역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용산기지 이전에 드는 비용을 한국 정부가 몽땅 떠안을 이유는 없는 게다.


‘미국의 필요에 따른’ 미 2사단 이전


이제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부분을 따져보자. ‘미국의 필요에 따른 것’은 수도권 북부에 주둔하고 있던 미 2사단 이전을 뜻한다. 미 2사단은 ‘인계철선’ 구실을 해왔다고, 그래서 북한의 ‘오판’을 막아왔다고 치켜세워지는 주한미군 전투력의 핵심이다. 미 2사단의 후방(평택) 이전 역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미군 재배치 전략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21세기, 세계 각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신속기동군’으로 기능한다. 냉전 시절엔 ‘전장’ 가까이에 가능한 대규모 병력과 물자를 미리 배치해두는 게 중요했다. 언제든 적의 도발에 전면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냉전, 특히 ‘테러와의 전쟁’ 시대엔 신속한 상황 판단과 발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면전의 가능성이 줄어든 대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된 탓이다. 미군 스트라이커 부대가 한반도에 처음 배치된 일에서 알 수 있듯, 주한미군은 이런 일련의 변화 과정을 선도하고 있다.

용산기지를 뺀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다룬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은 지난 2002년 10월 국회 비준을 거쳐 공식적으로 발효됐다. 그러나 국회 비준 직후부터 미 2사단 재배치 논의가 꼬리를 물면서, 협정이 발효된 지 불과 7개월여 만인 이듬해 5월 한-미 양국은 2사단 이전 배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경기 동두천과 의정부 일대에 있는 미 2사단의 6개 기지가 포함된 개정 LPP 협정이 마련됐다.

개정 LPP는 1조에서 “서울 이북에 배치된 캠프 캐슬 등 6개 기지를 반환대상 기지 목록에 추가하고, 동 기지의 대체시설에 대한 자금 지원은 미국 쪽이 부담하도록 한다”고 적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미 2사단 이전은 ‘미국의 필요에 따른 것’이니, 미국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해 10월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지 16년여 만에 용산기지 이전 협정에 서명했고, 같은 해 12월 국회는 용산기지 이전 협정과 LPP 협정을 함께 비준했다.


이자수익도 거두고 이전비용도 때우고?


다음은 ‘계산’을 따져볼 차례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은 3월20일 17개월여 협상 끝에 완성한 미군기지 이전 시설종합계획(MP)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도 “LPP에 따라 용산기지와 한국 쪽이 이전을 요구한 기지 8곳의 시설 비용은 한국 쪽이 담당하기로 했다”며 “미국 쪽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 있는 시설을 이전하는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방부는 한국 쪽이 부담할 비용은 공사비와 설계·사업관리비, 부지 매입비 등을 합쳐 총 5조5905억원으로 추산했지만, 미국 쪽이 실제로 부담하는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저 “아직 미국 쪽과 협상이 완료되지 않아 상황이 계속 변할 것인 만큼 확정해 얘기하긴 곤란하다”며 “전체 비용은 약 10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과 미국이 대략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고만 밝혔다.



△ 2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방위비 분담금 삭감을 주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 연합)






미국 쪽이 얼마만큼의 비용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비용 가운데 상당 부분이 우리 정부의 주머니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판단의 근거는 많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1월18일 서울 외신기자클럽에서 강연을 통해 “미 2사단을 서울 북부에서 평택으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의 50%가량은 방위비 분담금에서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주한미군 주둔비의 일부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주는 자금이다. 그러니 벨 사령관의 발언은 미국 쪽이 부담하기로 했던 2사단 이전 비용의 절반은 우리 정부가 대신 내줄 것이란 뜻이다. 정부가 강조해온 ‘필요에 따른 부담 원칙’이 무너진 순간이다.

벨 사령관의 발언을 실증이라도 하듯, 주한미군이 그동안 기지 이전 비용을 위해 방위비 분담금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월간 <신동아>는 지난 3월16일 내놓은 최신호에서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금 등 한국이 지급한 자금 약 8천억원을 2002년부터 서울과 미국의 금융권에 예치해두고, 그중 일부에서 이자수익을 거둬왔음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3월18일엔 <연합뉴스>도 “(문제의) 8천억원 가운데 7천억원은 (주한미군 쪽이) 지난 2002년부터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군사건설비로 모두 미국 금융권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앞선 보도를 확인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이미 ‘미국 돈’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파헤쳐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사무처장은 이를 두고 ‘일종의 돈세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정부의 주머니에서 나온 예산이 ‘방위비 분담금’이란 이름으로 국적을 바꿔, 버젓이 미국 정부의 자국군 기지 이전 비용으로 쓰이게 됐기 때문이다. 정작 이해하기 어려운 건 우리 정부의 태도다. 그동안 줄기차게 밀어온 ‘모범답안’이 여지없이 깨졌는데도 크게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LPP 협정에 적시된 ‘미 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 쪽이 부담한다’는 규정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이미 ‘미국 돈’이기 때문에 “용도에 대해 간여할 수 없다”는 게다.

‘냉정’을 잃지 않기는 정부를 견제·비판해야 할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지난 2일 정부가 제출한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협정 비준동의안’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내놨다. 간단히 말해 2년마다 한-미 당국이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에 합의한 뒤, 이를 국회에 비준 동의안 형태로 제출해 예산 집행의 근거로 삼는 과정이다.

통외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심사보고서에서 “정부는 종래의 입장을 번복해 방위비 분담금이 기지 이전 비용으로 집행되고 있음을 시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분담금 협정과 LPP 협정이 별개임에도 분담금으로 기지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불합리함은 물론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강한 ‘문제 제기’에 비해 대응은 초라하기만 했다. 법안심사소위는 “정부는 향후 미국 쪽과 협의해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는 부대의견만 단 채, 분담금 협정을 정부가 비준하도록 동의했다. 국회 통외통위는 지난해 10월에도 용산기지 이전과 LPP 협정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껏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인터뷰_ 최재천 의원]

“의혹 해소 위해 청문회 추진할 것”


정부는 거짓말하고 관료들은 미루고 보수 언론은 침묵했다며 비난



△ 최재천 의원(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지난 2004년 8월 국회에서 외교통상부 소관 사항에 대한 비공개 당정협의회가 열렸다. 이제는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과 김숙 당시 북미국장 등이 주요 현안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핵심은 주한 미군기지 이전 비용이었다. 최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최재천 의원은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반 전 장관 등은 “말도 안 된다”며 거세게 반박했다. ‘이면합의’의 존재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위비 분담금을 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할 것이란 최 의원의 우려는 2년 반여 만에 현실이 됐다. 최 의원은 3월21일 <한겨레2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의혹 해소를 위한 청문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를 거듭한 끝에 미군기지 이전 시설종합계획(MP)이 발표됐는데.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기지이전 협정에 적시된 이전 시점이 2008년 말에서 2012년으로 늦어졌다. 이는 조약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국민의 부담에 대해서도 예산 조달 등 내용이 달라진다. 국회 비준을 다시 받아야 한다. 법령은 한 글자만 고쳐도 개정을 해야 한다. 조약도 마찬가지다. MP가 최종적으로 완성됐는데도 예산 소요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선 간섭할 만한 근거가 없다. 통제장치를 두면 좋겠지만, 미국이 거부할 게 뻔하다. 투명하게 집행을 감시할 수 있는 사전 보고가 안 된다면, 결산 심사처럼 사후에라도 통보를 하도록 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전용을 미리 예견했는데.

=2004년 7월 한-미 두 나라는 제10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에서 용산기지 이전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8월11일과 23일 두 차례 외교부와 비공개 당정협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미 2사단 이전 비용은 전액 미국이 부담하기로 협정에 돼 있지만, 방위비 분담금을 전용하기로 이면합의를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과 김숙 북미국장이 막 대들더라.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하지만 결국 우리 것(용산기지)은 우리가, 미국 것(2사단)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은 깨졌다. 정부가 국회도, 국민도 속였다.

국회가 할 일이 많아 보이는데.

=비준동의안을 다시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 협정 내용이 바뀌었으니, 다시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게 가장 합법적인 수단이다. 앞선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부분과 국회를 기망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부분을 밝혀내기 위한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정부가) 거짓말을 한 것이 있다면, 모두 밝혀내야 한다.

지난해 10월에도 청문회 추진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가?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를 여야가 합의해놓고 어물쩍 넘어갔다. 국회가 합법적 통제조차 못하니, 정부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게다. 관료들은 무조건 미루고, 보수 언론은 미국과 관련된 사항엔 철저히 침묵한다. 국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도 그렇고, 기지이전 사업도 그렇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렇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하면 또 ‘반미’로 몰아가겠지….


http://www.hani.co.kr/section-021106000/2007/03/0211060002007032906530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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