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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광고 쏠림 현상, 공론화 해보자
[미디어오늘 2006-09-28 17:12]
신문과 정부는 밀접한 관계다. 보도와 광고가 주요 매개다. 신문은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신문은 정부의 필요에 의해 정부 광고를 싣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이 같은 신문과 정부 관계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어느 한 쪽으로 쏠리거나 치우치면 곤란하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대표적인 보수신문 ‘조중동’ 3개지가 10대 일간지에 실린 정부 광고의 40%대를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지에 할당된 정부 광고는 쏠림 현상을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들 신문의 시장 점유율이 70%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광고효과 또한 높을 수 있고, 정부 광고도 그런 점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민주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광고비로 활용하는 데 최상의 효과를 거두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문 시장과 정부의 광고 집행이라는 과정을 표피적으로 볼 때는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다 해도 3개 보수신문이 지난 수십년 동안 걸어온 궤적을 살펴보면 광고 쏠림 현상이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 신문의 현재를 과거로 연결시켜 살피면 누구나 잘 아는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측면이 드러난다.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달성하는 역사적 진통을 겪었던 우리 사회의 실상 하나가 분명해진다.
이들 3개 신문은 민주화로 인해 누구나 누리게 된 과실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신문은 긴 독재치하에서 언론을 포기한 대가로 부당한 경제적 당근을 대신 받아 챙긴 음습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대학생과 시민사회의 엄청난 투쟁과 희생 속에 달성된 민주화에 아무 노력 없이 편승한 이들 언론은 오늘날의 정치 민주화와 시장 경제의 혜택을 향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신문은 과거의 작태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한 일이 없다. 거꾸로 자신의 기득권을 변호하고 키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독자를 늘리기 위한 경품과 상품권 등을 무차별 살포하면서 신문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군부독재의 나팔수 역을 하면서 민중을 탄압한 권력에 부역했다. 그러다가 정치군인들과 야합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고, 평화적 정권 교체가 된 뒤의 본격적 민주화와 개혁 작업의 발목 잡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3개지가 어두운 과거에서 챙긴 신문시장 과점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87년 6월 항쟁이후 생긴 매체들이나 지역 신문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중동’에 실리는 정부 광고 비율이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까지 40%선을 유지했다. 큰 변화가 없다.
이들 3개지가 정부와 불편한 관계인데 왜 정부의 광고가 그리 많으냐는 식의 질문은 적절치 않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어떤 보복 심리에서 정부 광고를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진보적 시민사회 단체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조중동’의 공통적인 특성은 고질적인 것이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렇다 해도 몇 가지 짚어보면, 우선 과거 청산에 부정적이다. 이들 신문 자체의 과거를 청산치 않기 위함인지 사회 전반에 걸친 과거 청산, 역사 바로 잡기에 한사코 반대한다. 남북문제에서도 친미적이다. 냉전 논리를 확산하는 데 열중한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서도 국적이 없는 보도를 양산한다. 성장, 복지문제에서 복지 후진국인 우리의 현실을 외면한다. 복지 선진국의 부정적인 면만 집중 부각, 복지의 씨앗부터 자르려 한다. 복지는 군사독재 시절 성장 우선정책을 펴면서 그늘에 가려져 왔다. 복지는 민주화 이후 추진되고 있으나 이들 신문은 한사코 반대한다.
그러나 이 정부가 추진하는 몇 가지 정책에는 적극 찬성한다. 한미FTA 협상이나, 평택미군기지 이전, 이라크 파병 등에서는 정부와 같은 길을 걷는다.
신문은 보도비평이라는 공적 기능과 기업으로서 영리추구라는 두 가지 차원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할 숙명을 지닌 조직체다. 신문의 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로 구체화됐다.
광고는 신문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하는 정부 광고가 사회 개혁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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