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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이병철님(71) 말씀 [일부]
○ 어떻게 대추리에 살게 되셨나요?
1965년 음력 2월초에 동백흥농계 농사 짓기 위해서 왔지. 지금은 좋아졌지만 그때 가래, 가래라고 아나 모르겄네? 가래로 뚝을 막아서 갯물 못 들어오게 하고 그랬다고. 40년 전에 그때만 해도. 그러니까, 그렇게 애써서 농장을 만들어 놓으니까, 자연적으로 생긴 것처럼 와보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서 “적지다!” 하고선 무조건 주민들 말도 안 들어보고 미군기지 여기다 책정해놓고... 도대체 알 수가 없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인가 나라를 좀먹는 사람들인가 알 수가 없다고.
○ 흥농계 계원으로 들어오신 거에요?
계원은 못됐고. 내가 충남 부여에서 왔는데, 그때만 해도 소작을 지으러 온 거야. 소작권을 사 가지고. 쌀 열 가마 거두면 세 가마 주고 일곱 가마 내가 먹는 거야. 삼칠제로다. 동백흥농계도, 인터뷰 수차례 해서 잘 알겠지만, 여기도 여러 사람 응골 들어서 나갔어. 응골병 들어서.
○ 권리금 주고 소작권을 살 때, 몇 평에 얼마 하는 식인가요?
그렇지. 그때 권리금이 얼마정도였지? 쌌어. 쌀로 한 열 가마. 이천평에 열 가마 열다섯 가마 이렇게 줬거든. 그때는 한 구간을 이천평씩 해놨드라고. 이천평씩 해놓고, 그 후에 경지정리를 해서 천오백평 단위로 해놨지. 그때 흥농계 논을 한 육천평 지었었지.
○ 그때 피해당하신 일은 없으세요?
피해 안 당했다고 볼 수 없지. 구계로 붙어야 유리할지 신계로 붙어야 유리할지 그거 갖고 고심들 많이 하고. 신계 구계 싸우는 사람들 속에서, 속담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거기서 고생들 진탕하고.
○ 동네 분들이 그 소작을 하셨어요?
그렇지. 여기 도두2리 그 동네 있잖어? 충남서 이사 많이들 왔어. 흑농계 소문을 듣고 와가지고 여기서 살았었지.
○ 지금은 직접 붙이시는 논 있으세요?
지금도 삼천 평 경작하는데 남의 거지, 소작.
○ 농사 짓기 힘드시죠? 연세도 있으시고...
힘들어도 지금은 기계로 다 하기 때문에 별 것은 아닌데, 힘들어도 여기 있어가면, 살아가면 그만인데, 만일에 미군부대 확장되서 전부 뜬다고 보면 갈 곳이 없는 거야. 그렇다 해서 늙어갖고 아파트 생활한다는 것도 그렇고. 여기서 남의 농사라도 지으면 애들 식량이라도... 애들이 전부 식량 같이 먹고 살지. 삼천평 농사지어서 애들하고 같이 먹고 사는 거지 뭐.
○ 만약에 넘어간다고 보면은 보상을 얼마나 받으시는지...?
보상받아봐야 알겠지만, 얼마라고 말 못하고, 걔네들이 준다는 거 정착금 천오백하고 일인당 이백오십 씩이면 둘이니까 오백만원 그거지 뭐여. 그리고 이 집은 얼마씩 줄지는 몰르고. 주면 이 집이나 그냥 보상받으면 이것하고, 남의 소작논을 지으면 거기서 이태 동안 나오는 수량 그것을 준다는 거야. 근데 그게 얼마씩 나올지...
○ 소유지가 없다고 하셨잖아요... 땅에서는 나올 게 없네요?
땅에서는 나올 게 없고, 보상금이라는 거는 오로지 이것[집]밖에 없지. 경작하는 사람들하고는 처지가 좀 다르지. 이 동네도 많어, 나 같은 입장에 처해있는 사람. 1반에도 십여명 될 걸 아마. 집만 가지고 있는 사람. 1반이 그 전에는 오십호 정도 됐었는데, 지금은 한 사십호 되나?
○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대추리가 다른 마을에 비해서 풍요롭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누가 와서 보든지 이 들판을 쳐다보고 동네를 보고 “이 동네 부촌이다 [그러지만]” 실상 파고들면 부자 몇 사람 안돼. 농촌에서는 자기 경작권을 가지고 있어야 부자 소리 듣는 건데, 남의 논 경작해야 얼마나 나와? 도지 줘야지...
○ 도지가 몇 할이나 돼요?
몇 할이 아니고, 그러니까 천오백평에 쌀 열 가마서부터 어떤 사람은 열다섯 가마까정 준다나 봐. 여기 그나마 남의 농사 짓는데, 아주 참 따지고 보면 인정이 메말랐다고 볼까. 아래윗집에 살면 왠만하면 그런 거 갖고 싸우지 말아야 원칙이고 그렇게 싸워선 안 되는 건데, 이웃사람이 농사짓는 것도 주인네보고 “내가 도지 더 줄게 달라”고 뺏어서 막 짓고. 지금 여기가 살벌한... 도두2리, 신대4리라는 데 있잖아, 거기가 그렇다고. 거기가 아주 살벌하다고. 이 동네는 좀 덜 하다고 봐야지.
○ 천오백평에 열 가마 열다섯 가마 준다고 하셨는데, 수확량은 얼마나 되죠?
한 삼십 가마, 그러면, 열다섯 가마 준다는 것이면 반 준다는 거지. 열 가마면 삼분의 일 주는 것이고.
○ 미군부대 문제 생기면서 가마수가 올라갔나요?
올랐다고 볼 수는 없는데, 미군기지 확장되면서 인심이 살벌해졌다는 것은 뭐냐면, 평택 사는 아주머니가 요전에 여기 와서, 대추리 앞에 이천여평 농사가 있는데, 원칙을 따지고 보면 [도지를] 열다섯 가마만 주면 되는데, [어떤 사람이] “삼십 가마 줄 테니 달라” 그러드려. 근데 “이[게] 뭐가 있구나” 해서, 삼십 가마 준다고 뭣 때메 그러는지 나보고 와서 묻더라고. 미군부대 확장 문제가 나오니까 여기서 천오백평에 얼마씩 돈 준다고 [하는 거] 있잖어? 경작하는[직접 짓는] 사람한테. 그거 받기 위해서 그렇게 장난질치더라고. 삼십 가마 주더라도 그거 받으면 낫거든, 돈 천만원 받으니까. 말하자면 경작보상이라고 하던가, 딴 데는 3년 것을 주는데 여기는 2년 것이라는 말이 있더라고.
○ 아까 말씀하신 이태치 말이죠? 이태 동안 소작지어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만큼을 금전으로 계산해서 주겠네요.
어. 소작을 짓는 사람에 한해서. 소작을 지어도 그 뭐냐 정부에서 나온... 가만 있어봐, 뭐라 그러지? 직불제라고! 직불제를 타먹는 사람에 한해서 그 돈을 준다는 거야. 그것도 직불제를 원 지주가 찾아먹는 사람은 지주에게로 다 돈이 오고.
○ 소작인한테 가는 게 아니고요?
직불제를 소작인이 타먹으니께 그 돈을 소작인이 찾어먹고, 직불제를 지주가 타먹은 사람은 지주에게로 다 가고 소작은 아무 것도 없고.
○ 직불이 지주에게도 가고, 소작에게도 가고 왜 그런 거에요?
원칙은 소작인을 줘야 맞는 건데, 논 임자가 “내가 찾아먹어야겠다” 그러고 승인 안 해주면 안돼[소작인이 못 타먹어]. [지주가] 직불제 찾아먹겠다고 “내가 짓겠다 내놔라” 그러면 한마디로 겁이 나는 거야. 그러니까 [소작인이 지주한테] “당신이 찾아먹고 난 농사만 짓게 해 달라.” 옛날 이조시대 때 소작인 그것허고 똑같은 거야.
○ 직불제의 원칙은 소작인에게 가는 건데, 지주가 소작인의 약한 처지를 악용해서 너 농사지을려면 이거 나한테 양보해라. 강탈하는 거에요?
한마디로 그거지.
○ 법이 직불제를 소작인에게 주게 되어 있다면 일단 소작인에게 가는 거네요, 통장으로 집어넣든... 그런데 정부 모르게 소작인과 지주가...?
정부 모르게 할 것도 없이 그냥 직불제 신청을 하면 되는 거니까 정부에서는 모르지. 지주가 하던 것을 짓는지[자경을 하는지 소작을 주는지] 그건 모르잖아, 정부에서는. 그래서 직불제 통장 계좌번호만 적어서 보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러니까 정부에서는 모르지. 원칙은 소작인들을 주는 게 맞는 건데, 쌀값이 오르지 않으니까 그거 갖고 보상을 해주는 건데...
○ 기지확장 문제 나오기 전하고 후하고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 전부터 그 짓들을 했는데. 소작을 하는 사람이 경작권은 있는데, 돈[경작보상금] 나온다니까, 확장한다고 하는 바람에, 더 지주들이 찾아먹는다고 하는 사람들 많지. 직불제도 직불제지만, 직불제를 내가 찾아먹어야 돈이 내게로 오는 게 아녀. 그러니께 지주가 “내가 농사지어야겠다”고, 그 돈 때문에. 소작인이 “나 그거 타치 안할 테니 농사나 달라”고, 그렇게 합의해서 농사짓는 걸 많이 보지. [소작인이 지주한테] “직불제니 뭐니 그것은 관여 안할테니 농사나 지어먹고 도지나 주마” 이런 식으로... 여기 뭐 살벌혀. 지어먹는 사람이 “한 가마 더 줄 테니 나 달라”고. 왠만한 의리 있는 사람이라면, 한 가마 액면으로 따지면 얼마 돼? 그렇게 또 줘, 그 한 가마.
○ 소작하시는 분들끼리는 자주 만나세요?
특별히 자주 만날 것도 없어. 내 땅 있는 사람도 남의 농사 짓고, 부자도 남의 농사 막 져, 소작. 농사 짓는 사람들 대부분 남의 농사 많이 지어.
○ 이 동네 살면서 겪으신 일 중에 기억남는 거 있으세요?
여유있이 살었으면 몰라도... 밤낮 쩔쩔쩔쩔하고 먹고 살기 위해 뛰어다닌 것 뿐이지. 애들은 많지, 지금이니까 돈벌이가 벌어먹고 살기가 좋지만, 옛날에는 그렇게 뭐 돈벌이가 잘 됐어? 일년 남의 집 고용살이해야 쌀 일곱 가마, 최고 많이 받아야 열두 가마. 이렇게 받고서 남의 집에서 일년 머슴살이하고. 내가 여기 이사 온 뒤로도 그게 많이 있었지. 이거 머슴살이 없어진 지 얼마 안돼.
○ 촛불행사에는 간혹 가세요?
내가 촛불행사에는 참석을 못혀. 왜냐하면 내가 10월 5일날 위암수술을 했거든, 대수술을. 그래갖구서, 가고 싶은데 저 우리 노인네[부인]가 다니고 나는 못 오게 혀. 면역이 약해져서, 사람많은 데 가지 말라고 그러더라고. 찬바람 쐬고 허면 감기 올 염려성이 많다고. [수술한 뒤로는] 촛불행사 그 때 한 번 딱 가봤구만,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인가 와서 본정 다목적회관에서, 그때 한 번 참석해보고 그 후로는 안 갔어.
○ 어르신도 여기 확장되는 거 반대하시죠?
물론 반대지. 찬성하면은... 내가 충분히 먹고 살 것을 쥐고 나가면 찬성할지도 모르는데, 뭐 보상이라는 게 받을 거 뭐 있어? 이거 집 보상하면 몇 푼이나 주겄어? 그러면 이거 가지고 나가서 어디 가 살어? 여기서 그냥 살면은 남의 논이라도 농사지으면서 먹고는 살 수 있잖어.
○ 요즘도 평택에 자주 나가시는지...
지금 안 나가. 더러는 나가는데 나갔다가 바로 들어와. 모르겄어. 그것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평택에서 어디 가고 싶지 않아, 시장 갔다가 잠깐, 아니면 병원이면 병원에 갔다가 고거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오는...
○ 밖에 나가면 아는 사람들이 여기 얘기 할 텐데요...
여기, 같은 팽성읍에서도 그런대잖어. 대추리서 왔다면은 보상을 굉장히 많이 받아갖고 떼부자됐다는 줄 안대, 지금. 이 대추리 도두리 사람들이 보상을 많이 받아서 떼부자된 줄 알고 있다니까, 평택이고 어디고.
○ 누가 그런 소릴 하는 걸 들으셨어요?
어. 나도 평택서 시장입구에서 민중약국에서 얘기를 하는데 그러더라고. 여기 보상 굉장히 많이 나오는 줄 알고 얘기허길래 그 얘기를 했지. 작년 몇월달인가 시청에서 공시지가 나왔더라고. 대지. 그거 뭐 한 돈 십만원 밖에 더 돼. 12만원인가 10만원인가. 그렇단 얘기허고, 여기 논 6만 7천원이라는 얘기했더니 깜짝 놀래. 그것 받아 어디 가서 뭘 허란 얘기여. 자기네들도 그런 줄 몰랐다는 거지. 보상을 굉장히 많이 받는 줄 알았다는 거지. [그 사람] 복덕방한다고 그러더라구.
○ 그래서 뭐라고 해주셨어요?
해주나마나 여기 실정 얘기를 해줬지 뭐. 이 동네 실정. 사실 그래서 지금 매일같이 촛불집회 밤으로 허고 그런다고 말이지.
○ 더 해주실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뭐, 그렇지 뭐. 물어보는 말이 나오면 답변할까, 더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여. 가급적이면 여기를 뜨지 않고 여생을 여기서 보냈으면 [하는] 그것 뿐이지 딴 거 없어.
○ 미군이나 미국에 대해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전에는 솔직한 얘기해서 미군들을 갖다서 뭐냐 625사변 그때로 추슬러 올라간다면 고맙다는 생각을 했었지, 유엔군이니 누구니. 그렇지만 점점 갈수록 문산인가, 동두천인가 여학생들 탱크에다 치여죽이고, 아 이놈세끼들 난폭한 행동하기 시작하는 거 아냐. 별로야. 달갑지가 않어. 아 그놈세끼들 그 재랄하니까 일본놈들 그 독도 가지고 재랄허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괴씸한 생각만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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