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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최종숙님(78세) 인터뷰 [일부]
아이고, 워떤지해서 만인간을 다 밥먹고 살게 해야 할텐데 걱정이유, 살게 해야 할텐데 그거유. 우리가 육십년 살었지, 그렇게 사니까 갠신이 워떻게 나 다리뻗고 잘만하니까... 장만해놓은 집을... 여기 나가면 어디서 살어 못살지.
- 60년 전이면 전쟁 전이네요?
여기 오면서 해방됐어. 여기 와서 2년인가 1년인가 있다가 해방됐지. 난 거기까정밖에 몰라. 안동네[옛 대추리]에서 살다 뭐 쬣겨나거나 그러들 않고. 죽는 거나 그게 목적이지 다른 거 목적없슈. 이봐유, 여기 늙은이가 어디로 쫓겨나나.
- 아저씨는요?
그 양반도 돌아가셨지. 연세가 많아서, 그냥 뭐 여기서 쬣겨난다는 소리 듣고서 노인네가 심해병[?]이 나가지고 그냥. 사진도 많이 찍었지, 다 어따 내버렸나봐. 팔십하나에 가셨거든요. 팔십하나라서 그냥 여기 안 쬣겨나면 찬성이고 좋지. 늙은이들이 어디가 살어. 그래서 서너달 [전에], 동지달에 돌아가셨슈. 부대안에 비행장에서 쬣겨난 게 아니고 그냥 애 하나 데리고, 큰 딸 하나 데리고 그냥, 바깥양반하고 여기 그냥 오두막... 꼭 저렇지 뭐 저런 거 사가지고 와가지고서. 밤새 그냥 손이 안 뵈야.
- 손이 안 뵈다니요?
손이 안 뵈게 일했다고 들에서. 모를 조금만 이렇게 도랑이고 어디고 그냥 삽으로 파가지고서, 그냥 거기다 모 얻어다가 모 줏어다가 심어서, 거기서 벼 이삭나면 먹고 그랬슈. 고생 진탕하다가 돌아가셨어. 너무도 고생많이 하셔서, 팔십하나면 돌아가실 연세가 됐지만, 하도 고생을 너무 해서. 몸땡이만 나와서 세끼 딸들 여기 나와서 다 여우살이시키고 두 늙은이 남으니까 허전하고 한도 없지 뭐. 여기 1반뜸에 사시는겨?
- 예, 1반.
신부님 말씀하는 게 딱딱 들어맞두만. 내가 몸이 괴로워서 촛불행사도 못 나가유. 그냥 막 감기가, 며칠 좀 댕겼더니 감기 들어가지고서 막 앓기도 많이 앓었슈. 그리구 난 그거야 다, 뭐 숨길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고, 그냥 이 집만 안들어가서 내 생전 여기서 살까, 땅속으로 가는 게 원이지, 다른 거 원없슈. 누구라고 해서 미운 것도 없구. 그런디 여기서 쬣겨난다는 것은 진짜 너무, 어디로 갈 데가 없잖아? 돈있으니 딴 데 가 집을 사, 돈있으니 땅을 사서 벼를 이삭을 잘라먹어. 그냥 겨우 일년에 그까짓 거 논 열마지기 있는 거 그냥 남 줘가지고서 그냥, 집안 내가 하면, 일년에 돈 이백도 받거나 말거나 그거 가지구서 일년 열두달 내내 그냥 자식들 조금씩 주고 풀칠하고 사는 거지. 심들어유 살기. 내가, 죽는 신세가 낫다구 했어. 너무너무 힘들어서 살기가. 그전까지 뭐 나무를 때서 저기하나? 그냥 옥돌침댄가 그놈 하나 깔고 자니까 아주 옛날 사는 것하고 지금 사는 것 하고, 옛날 살기가 나아유. 옛날 나무해다가 불때면 방이 뜨끈뜨끈 하잖어. 지금 깐 거 세게 조금 켜놔야 금방 식어. 소용없어.
- 고생하신 얘기 좀 들려주시겠어요? 저희들은 모르잖아요, 어떤 고생하셨는지...
고생을, 굶기를 밥먹듯 하고, 첫애 나가지구서 쌀이 없어가지구서 쌀 한 말 갖다 먹으면 일을 장정이 일주일 해줘야 혀. 쌀 한 말 갖다먹으면. 그러니 사람 애들은 대여섯씩 되고, 쌀 한 말 갖다가 저그 아버지가 갖다놓구서는 일을 일주일을 해주면은 그 지간[기간] 뭐 먹고 살어. 애들 공부도 못 시켰어. 그래서 딸들이 머리 좋아서 공부도 잘허는디 뭐 있이야 공부시켜주지. 지금은 나한테 막 구박하는겨. 허다 못해 니아까꾼이라도 니아까질이래도 공부를 시켜야... 눈을 떠가지고서는, 지금 시집을 가가지고 공부해요 우리 딸들이. 그려 고생을 말도 못하게 했지.
밥이나 배불르게 먹는다고 밤이구 낮이구 그냥 나도 애 젖먹이는 걸 놔두구서 저 맨날 모 심으러 저 도두리, 원정리, 내리 다 거가서 모품팔러 댕겼슈, 그 때 모품팔면은 돈 오천원도 받고 그때 돈에. 삼천원도 받고. 삼천원이면 그 때 쌀 한 말 값이거든. 근데 이 부락에서는 이천원밖에 안줘. 저 외지로 가야 삼천원 받지. 그렇게 해서 지금 뼉대기가 아파서 고물이 됐시유, 너무 고생을 해서, 고생한 얘기를 어다 다 해유. 내 지금도 옛날에 고생을 해서 쌀내끼를 도랑에다 내비들 안해요.
- 쌀내끼요?
쌀, 쌀. 밥, 밥. 밥풀 하나 안 냄겨유. 옛날에 너무 고생을 해서. 배가 고파서 애 젖 빨리려면 배가 고파서 애들 울고, 밥 좀 한 숟갈 얻어먹을라구 부잣집가서 애들 젖 좀 멕이구. 우리 세끼는 한 쪽 멕이구 나 밥 얻어먹은 사람은 이 쪽 멕이구. 이렇게 해서 내가 둘을 길러냈슈. 젖을 나눠먹여서. 내가 배가 고프니까 어떡혀. 그래서 난 고생한 얘기는 책으로 하면 열 권은 넘어유.
쌀이 있어야지. 몸땡이만 나와가지고 집 장만해가지고 사는 게 그거 고생에 말도 못허지. 나는 그거지, 부대 안에서 살다가 쬣겨오거나 그건 없슈. 뭐 있어야 집을 지어놓고 살지. 쥔네는 안방에서 살고 나는 옷방에다가 방 하나 얻어가지구 애 하나 낳아가지고서는, 먹고 살수가 없어서 요기 조그만한 오두막 집 사가지고서는... 여기서 안 쫓겨나야 허잖어. 그거유. 원체 못 살어가지구서 그냥 이거 터 갠신히 장만해가지고서는. 이것도 몇 번 지은 거여.
- 몇 남매 두셨어요?
딸 여섯이고 애들 늦게 나가지고 서는 아들. 즈덜 먹고 살어야지 즈덜도 세끼허고. 즈덜도 세끼 가르키고 먹고 살어야지. 엄마하고 애초 며느리하고 한냥 살어야지 며느리하고 따로 살다가 들어가면은 서로 어색하구 괜히 거리감이 생겨서 못살어유. 내 죽을 때까정만 여기 나가라고 안허면 좋겄어. 지금 여덟이니까 칠십여덟이니까 지가 암만 징그럽게 살어봤자 십년 밖에 더 살겄슈. 십년 안쪽이지. 우리 친구들도 많이 죽었슈.
그냥 사는 게 고역혀... 내가 열아홉에 나이도 어려가지고 그냥 배도 고프고 애 하나 낳아가지구서 거지마냥 여기저기 댕기메 얻어멕여서 길러서 길러놓은 세끼들이지, 저기서 쬣겨나거나 그건 없슈. 뭐 돈 있으야 집을 짓고 쬣겨나오지. 쬣겨나온 사람은 여기 요렇겐 안 쫓겨나와. 저기 저기 노인정 회관에 삼반 삼사반 사람들이 우리네마냥 나이 많이 먹은 사람들이 거기서 헐어가지고 나가서 살으랑께 이리 나온거유. 우리는 못 살어가지고 이리가도 남의 집이고 저리가도 남의 집이니까 그냥 남의 집에 살다살다 이거 집 지은 거지... 이렇게 애들 쓰는데 커피라도 한 잔 타드릴까?
- 아니요... 요즘은 어떻게 소일하세요?
뭐하고 지내냐고? 놀지 뭐. 먹고 놀지유. 뭐 늙은이가 뭘 해유?
- 뭐하고 노시는데요?
그냥 동네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이 우리 집으로 와, 늙은이한테. 와서 그냥 앉았다 그저그저 그렇지 뭐. 여기서는 내 고향이지만 평택 가도 거지여, 거지. 여기서는 내 마음대로 살지만 평택 오면 타관 아니여? 못살지.
- 노인정에는 안 나가세요?
노인정에는 회비만 내고 잘 안가유. 거 가도 화투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우리는 화투에 취미가 없으니께. 무릎팍 이런 데가 죄에- 골병들어가지고 골병들어서 아파서 어디가 옹그리고 오래 있덜 못해유. 말도 못하게 고생했지. 이런 공그리 바닥에서 자식을 낳고 공그리 바닥에서 잤다면 말 다했지. 돈 없으니까 어떡혀. 저 진일면 큰집에서 식구가 열 식구라 나는 그냥 우리집 바깥양반하고 이불 하나 가지고 이리 그냥 잘 보금자리를 찾아온 거야 그냥. 그러니까 집 있어 뭐 있어. 지금이니까 집들 잘 짓고 살지. 그냥 이런, 잘 지어야 방 두 개 밖에 더 있어 옛날에는. 그러니까 어디서 방 얻을라문 방도 못 얻어가지구 냉방에서 자식을 낳고 살고.
고생한 얘기 어다 다 해유, 어다 다 해유 고생한 얘기. 죽는 것도 하나 두렵지도 안혀. 그냥 아프지 않고 자다가도 그냥 가는 것 같았으면 좋겄어. 너무 고생을 해서. 이런 마디가 다 아파서 저기도 못해유, 빨래 같은 것도. 이리 와서 저기 뭐여, 내가 지금 젊으면은 어디가 일이라도 해주고 먹고 산다지만 지금 늙어빠져가지고 갈 때가 됐으니 누가 어디가 쳐주기나 해유? 옹그리고 앉아서 일도 못해유. 이런 데가 죄 아파서.
- 농사일만 하셨어요?
젊어선 했는데 지금은 못해유. 지금은 내가 죽을 때가 됐는데 무슨 농사일은. 호미질도 못해유. 죄 마디마디가 죄 아파가지고. 물 한 바깨쓰도 못 들어. 젊어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잠도 안자고 일해가지고 쌀 한 말 가져오면은 일주일을 먹어야 하는디, 일주일 그거 쑥 뜯어다가 쑥죽 쒀먹고 나물 뜯어다 나물죽 쒀먹고 그라문 금방 배고프지 뭐. 애들 안 굶길라는께 어떡혀. 그래갖고서는 나중에 내가 애들 얼추 길러놓고서는 장사, 광우리 장사 했슈. 장사 하루면 백리를 더 걸어갔어. 저 본정리, 계양, 영창, 도두리, 신흥, 원정리, 저 수원 가서 물건 뗘가지고 와서 그저 일보러 댕기면 다리가 우두둑우두둑 해유.
그렇게 고생을 했슈. 그렇게 해서는 애들 밥 멕여가지고 시집보냈지. 공부도 하나 못 시켰슈 돈 없어서. 애들이 막 날더러 막 남은 중핵교도 가고 고등핵교도 가는디 엄마는 짐승마냥 밥만 멕여서 길러서 지금 시집가서 인제서 지들이 중핵교 공부하는 애도 있고 그래유. 나 고생한 거는 이루 말할 것도 없고. 엎드려서 일을 쪼금도 못해유. 저 텃밭에 강낭콩 심고 싶어도 엎드려서 하면은 허리가 척추가 내려앉어가지고 여기가 아파가지고 그냥 엎드렸다 언능 일어나야 해유. 땅바닥도 여기 앉으면은 언능 못 일어나유. 일어나서 다리 이렇게 움직여야지. 이렇게 좋은 세상을 주거지(?)를 찾나유? 지금 살기 좋잖아유.
- 뭘 찾는다고요?
죽었으면 좋겄다구... 고향이 어디셔?
- 전주요, 전라도.
나는 저기 충청도가 내 고향이여. 친정. 충청도. 저기 충청도 낙화암 있는 디, 부여. 그래도 나는, (이 동네 사람 고생한 건 말할 것도 없지) 그냥 아무 것도 몰르고 땅 속에 들어가는 게 편하지 아주 산다는 게 아주 고통스럽다 했어. 부여로 시집갔으면 이런 고통 안 받잖어. 친정이 부연데 거가 고향인데 뭘 얻어먹겠다고 우리 강고모가 중신해가지고서는 여까지 와가지고서는 수많은 고생하고 말년에 와서 나가라니 어다 나가. 눈물날 노릇 아니여? 어딜 나가? 갈 데가 없어. 뒤는 물이지 앞에는 비행기장이지 어디루 나가. 나가서도 못 살어유. 옛날 우리 나올 때는 젊어서 일이나 해주고 밥 얻어먹고 그러지. 일해주고 밥얻어먹지, 없어서. 모 심는데, 젖맥이가 있잖어유? 그러면 인제, 애기가 젖 먹으러 큰 애들이 업고 오잖아 모 심는데다가...
[돌아가신 아저씨가] “어떻게 장만한 논인데 그러냐”고 아 이렇게 손 집어다 울으셨다니까. 아이구 막 벌떡 일어나서 그냥 그래서 우리 막둥이가 혼났슈. 운명하실 때 보고 혼났나구. 막 복통을 해가지고 입에서 그냥 숨도 못쉬고 그냥. 내 지금도 그냥 제사는 지나갔어도 내 머리에 생각이 안 떠났슈. 그냥 막 울으셔, 일주일 굶고. 일주일을 굶더니 곡기 딱 끊고서는, 내가 “밥을 끓여올까유 어쩔까유”[하면] “아무 때고 나 밥 달라허면 밥 가져오라”구 그러구. “사람은 죽을 때 굶어야 죽는 거”라고 “굶어죽기 마련”이라고. 그래갖고서는 사흘을 그냥 물 한 숟갈씩 잡숫고, 그 전날은 밥이랑 두어 숟갈 잡수셨는데 사흘을 밥 딱 끊고, 또 사흘을 물 한 숟갈씩 아침에 물 한 숟갈 샘키더니 엿새째 가니까 그냥 뭐 변색을 하더라구. 하도 복통을 해서 “여태 살은 게 헛 살었다” 그려. “내가 여태까지 살은 게 내가 어려서 부모 잃고 엄마 아부지 어머니 잃고 남의 집으로 댕기면서 수많은 고생했는데” [하면서] 막판에 팔십하나에 가셨는디 나 하나 두고 가니까 “생목숨 갈지 말고 사는 데 까정 살다가 오라”구 허드라구. 아이구 뭐가 그냥 원통해가지고 그냥. 말 할 것도 없지.
- 아저씨 사진 없어요?
아저씨 사진 없어유, 애들이 죄 가져갔어. 사진은 왜유? 촬영해갈라구? 촬영해가면은 뭐해유, 돌아가신 양반. 나는 살었으니께 저렇게 찍어주는디. 없어. 다 내버렸나봐. 있었는디 없어. 아주 그냥 막 밥 안 잡숫고 막 울으실 때 누가 사진을 가져오더라구. 띠 맨 것도 있고 그냥 지팽이 짚은 것도 있고. 그런데 싹 없어졌어, 우리 아들이 다 내버렸으니께.
- ...
심난한 게 그냥 어휴... 남은 인생 어떻게 사나... 이거 질 때 얼마나 고생했나 몰라 우리 할아버지, 호랍길해가지고 그냥, 다 벽돌 갖고. 나하고 둘이 호랍길해가지고, 흙벽돌 이게 흙벽돌 집이여.
- 호랍길이 뭐에요?
사람 안 얻고, 이렇게 밟어가지고 흙파서 개가지고서 그냥 벽돌 찍어서, 집 짓는 거지.
- 두 분이서요?
잉, 돈이 있어야 사람 집 짓지.
- ...
이거 해가면 대통령한테 들어가는겨?
- 대통령한테도 보낼 거에요.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신 거에요?
잉, 다했지 그럼. 뭐, 한 시간이 넘게 했는데. 저 노인네도 앉혀놓고, 저 노인네도 하구려, 금순네도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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