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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득님 (67세) 인터뷰
[편집자 주]
내가 김순득 할머니를 인터뷰한 2005년 4월은 대추리 도두2리 등 미군기지 편입 예정지에 또 한번 거센 풍파가 인 시기였다. 한적하고 인정 많던 마을이 본격적으로 두 동강 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국방부 부지확보팀의 현역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감정원 직원들이 집들을 ‘재기’ 시작했다. 줄자로 재는 사람들은 냉정했고, 하나 둘 입소리를 듣고 집안에서 논밭에서 모여든 주민들은 땅을 치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면서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것은 주로 ‘마을의 결정’을 어긴 변절자들을 향한 것이었다. “돼지세끼 하나라도 똘똘 뭉쳐서 해야 옳을 일인데 이렇게 되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심정은 비단 김순득 할머니만의 것이 아니었다. 마을주민들, 특히 여성들은 마을에 미군기지 확장이라는 우환이 생긴 이래로는 그저 평범한 대화를 하다가도 욕설이 간간이 자기 입에서 튀어나오면 멋쩍어하면서 “내가 원래 이렇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됐다”며 웃곤 했다. 김순득 할머니도 그런 분이었다. 할머니는 하지만 “저 사람들이 이사기길 바라시느냐”는 물음에는 이내 음색이 부드럽게 바뀌면서 “좋긴 뭘 좋아. 같은 팽성 사람인데 하냥 같이 살면 좋지.” 하고 말씀하셨다. 김순득 할머니와 지장물조사 현장에서 인터뷰하면서 ‘집안 사정’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동네 젊은 사람들이 기계로 논을 갈아주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형편이었다. 중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는 “갈아주던 젊은이들이 기지 반대 싸움에 진력하느라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한다”는 얘기에 크게 낙심해 잠을 못자고 진통제를 주사받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었다.
"돼지세끼 하나라도 똘똘 뭉쳐서 해줘야 옳을 일인데"
- 지금 심정이 어떠세요?
속상하고 혈압올르고 분통터지지. 동네 애쓰는 보람없이 이렇게 해니까 너무해는 거 아녀 이거. 그러니까 답답하고 복통할 노릇이라고. 한두 집 때문에 가무래기 되는 거 아녀 이거. 한두 집 때문에. 안가고 싶어도 떠나게 맨드는 겨. 이거 이놈들이 솔직히 얘기해서 부추기는 것밖에 더 되는 거여? 대추리 사는 놈 깡통 찰 놈들, 개뿔도 없는 놈들, 나갈 놈들만 있네. 4가지가 하나도 없을 놈들만. 팔어처먹고 나가서….
- 몇 집이에요?
멫 집이 뭐여? 대엿 집 되네. 내가 알기로도 여기서. 동네 어른들, 애쓰고 댕기는 사람 보람없이 탄복할 일이고, 아유 심장이 뛰고 너무 저기하네. 똘똘 뭉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렇게 나가는 놈이야 들어오는 놈이야 천방지축 되는 거 아녀. 가무래기만 되는 거 아녀. 돼지세끼 하나라도 똘똘 뭉쳐서 해줘야 옳을 일인데 이렇게 되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어.
- 토지공사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놈들 4가지 없어. 그놈들도 불만이지. 그놈들도 다 높은 디서 시키니까 도리는 없는 상황이지만. 먹고살라니까. 높은 놈들이 시키는 거 때미 더 잘못이라는 거지 나는.
- 여기 어른들에 대해서는요.
답답하지. 불쌍해지. 추우나 더우나 일도 못하고 이렇게 쫓아댕기는 면목을 봐서라도 돼지 세끼 하나 강아지세끼 하나라도 그 사람들[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협조를 해줘야 옳을 일인데 못해주고 이렇게 뿔뿔이 흩어지니까 아주 애타. 개탄스럽고 너무 딱하다고 진짜. 뭐라고 말할 수 없지. 죽일 수 없고 살릴 수 없고 죽을 수도 없는 일, 이거 정말 분통이 터질 일이여. 우리야 고향에서 죽지, 나가서 살어야 답답해기만 하고 자손들이 와서 돈 줘야 먹고 살고. 농사 조금 지어서 먹고 살고 뭐 하나 부러울 일이 없는디 눈물이 나고 말을 못 해지. 나가서 외롭게 살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 그런 심정이라고. 도와주는 것만 해도 고맙고 항상 마음적으로 고마워서 뭐라고 심정이 딱해고 안타까워. 도와주는 사람들 안타깝다고. 뭐라고 말할 수 없어.
- 많이 화가….
우리 할아버지[남편]도 혈압도 있지 당뇨도 있지, 오지도 못하고 가지도 못하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나가고 싶어, 이렇게? 이러구 나와 서 있는 심정이 얼마나 속상허겄어? 가정에서 행복하게 가만히 있어서 될 일을 이렇게 난리를 부리니. 가만히 사는데 왜 나가라고 그려. 싫대는디 왜 나가라고 그러는지. “나는 싫다.” 의논 한마디 없이 남의 집에 와서 재고. 속상햐. 속상해다고.
- 저 사람들 이사가길 바라세요?
아니. 이사간다고 하니께. 될 수 있으먼 하냥 해주먼 옳지. 이사가먼 뭘 좋아? 다 팽성 주민인데, 원수 아닌 다음엔. 그치? 안 그려? 하냥 협조해서 사는 게 좋지. 안 그리어? 먼저 재니께 얄미워서 하는 소리지. 땅도 밟지 말고 농사도 짓지 말라는 거지. 그 세끼도 종자 담궜드라고. 농사는 지을라고 담궈 놨는디, 재가는 걸 보니까, 대추리 땅을 밟고 농사를 질 놈이 먼저 신청을 했느냐 그랬지. “남 하는대로 해지 백 명이면 백 명이 화합을 해서 떨어지면 하지 네놈이 그렇게 해느냐” 내가 아까 야단쳤어. 욕해먼 무슨 소용 있어?
-고향 여기세요?
영감 고향이 여기여. 난 천안서 시집왔지.
- 많이 돌아가셨죠?
그려. 혈압올라서 다 죽은 겨. 고소를 해야 돼 고소. 지금 돌아가신 분들 신경쓰고 혈압올르고. 심장뛰고 혈압올르먼 고소해야 돼. 남들이 해 놓은 거 무효로 만들고는 정말 낯짝 좋으네 진짜. 개인적으로 먼저 신청한 사람은 신고하라고 했는데 신고도 안하고 밝히지 말라고 했디야. 밤에 와서 하기도 하고 구멍구멍으로 하겠다는 거여. 벌써 밝히지 말라고 하는 건 그 소리여.
- 왜 명단을 달라고 하셨어요?
회의를 해서 돌려놓으려고 하는 거지 뭐여. 이렇게 애쓰는 사람도 있는데 협조해달라고.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동네 어른들이. 대책위에서 하는 사람들도 모르게 몰래몰래 하는 거니께 잘못이지. 애쓴 것이 무효가 되는 거 아니여. 젊은 사람이 농사 짓지도 못해서 논도 못 갈고 논 갈던 것도 내놓고 그런 걸 봐서라도 참아야 할 거 아녀.
좋은 땅 대대로 손자들이 지어먹을 농토를 비행장을 줘서 묵사발을 만들어서 쌀 한 톨 못 지어먹게 깡통차게 만드는 나라가 잘못하는. 높은 놈들이 먼저 잘못하는 겨. 4가지가 없는 겨. 짓고 싶으면 저 산 같은 데나 버리는 땅에 이왕지사 있게 하지 왜 미군들을 이렇게 좋은 땅에, 쌀도 맛있어서 서울 사는 우리 아들네가 고맙다고 비싸도 좋은 쌀 줘서 고맙다고 코가 땅에 닿게 인사를 해서 재미가 나서, 우리 며느리가 농사짓게 하는 데 도와줄께 농사지으라고 하는데.
- 이 문제 있기 전에는 저 집이랑 어떻게 지내셨어요?
괜찮았지. 아무 문제없을 때는 다 똑같은 팽성 주민이니까.
"젊은이들이 바뻐서 논을 못 갈아준다니까 잠을 못 자요"
- 끝까지 싸우실 거예요?
나는 동네 으른들, 대책위 사람들 끝까지 하는대로 끝까지 싸워야지. 안 싸워? 이렇게 먼저 하면 우리 애들은 허탕감을 느껴. 허탕감. 허탕감 들지 안 들어? 힘이 있어야지. 약이 오르고, 이렇게 하는 거 보니까 사지가 벌벌 떨리고. 우리가 힘이 있어? 그래도 똘똘 뭉치면 지까짓 놈들이, 우리가 절대 안 나간다면 설마 올까 올까 하는데. 어디서 왔어?
- 신부님이랑 함께 있어요. 평화바람이라구.
어이구, 다들 애써. 엄마, 아버지 다 살아 계시고?
-예, 젊으세요. 60대.
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러 내가. 그래서 대추리땅 밟지 말라고 했잖아.
-아저씨는 많이 편찮으시다면서요.
응, 어떻게 알았시유?
- 신○○씨한테 물어봤어요.
예, 그래요. 오래 못살 것 같아요. 신장도 나쁘지 폐도 나쁘지. 이런 걱정을 들으면 막 양. 이런 소리도 안 듣고 좋은 소리만 들어야지, 이런 얘기 들으면 걱정된다고. 죽을까봐.
-이런 얘기 들으면 뭐라고 하세요?
아, 속상해 죽겠다지. 속상해 죽겠다지. 말도 못해. 논도 다 내줬거든. 신○○ 이런 사람들이, 대책위 사람들이 다 갈아줬거든. 아들들은 다 나가있고, 그 사람들더러 갈아달라고 하는데 바빠서 못 갈아준다니까 그 얘기를 듣고 잠을 못 자는 거야. 바빠서 못 갈아준다니까. 잠을 못 자고 아파 죽는다고 해서 진통제 맞고 그런다니께. 속상한 일만 있으면 잠도 못 자고 진통제 먹고 그런다니까. 이러다가도 좋은 소리만 하고 나쁜 소리는 못한다니까. 이번 얘기도 못핸다니께. 기분 나쁜 얘기만 하면 잠도 못자고 밤에도 아이구 어이구 하길래 “아픈가. 왜 이려.” 하니까 “논을 안 갈아준다니께 내가 걱정이 되서 잠이 안온다”고 하더라구. 걱정되는 얘기는 하지를 말아야 해.
- 미군기지 들어온다는 얘기 듣고는 아저씨는 어떠셨어요?
속상하지. 옛날부터 여기서 커가지고 고향에서 살고 싶지. 누구든지 고향땅 뺏기면 좋은 놈들이 누가 있댜. 항상 이런 놈들이 잘못하는 거지. 동네 협조를 생각하거나 뭘 하거나 면목을 보거나 어떻게 먼저 신청을 해서 먼저 재러 나오냐 이거야. 농사도 못 짓고 애쓰고 다니는구만. 발벗고 어떻게든 안 나갈 것 만들려고 애쓰는디 저렇게들 하니까 쳐다도 보기 싫고 밉지. 안 그랬던 사람인데 갑자기 이렇게 하니까 미운 거지. 한 주민인데 이렇게 했다니께 미운 거지. 미울 일이 뭐 있겄어. 때려죽인 집 없는데 미울 일 없지. 쳐다도 보기 싫고 대화도 하기 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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