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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이호순님(68) 인터뷰 [일부]
우리는 딸 하나에 아들 둘이야. 25살에 시집왔어. 아들 하나가 35살짜리가 있는데 결혼을 아직 안했어. 지금 나랑 같이 살고 아주 착해. 내가 작년까지 직장을 다녔는데 넘어져서 손을 다쳤어. 수술을 했더니 지금도 아파서 일을 못 다녀. 오늘은 화분에 상추, 열무 심었어. 이젠 몸이 말을 안 듣고...
이 집이 원래 오두막살이였는데 5년 전에 집을 지었지. 남편이 살아 있을 때 지었는데, 집 지어서 2년 동안 살다가 돌아가셨지. 농사는 밭 40평, 논 300평 정도 밖에 안돼. 황새울 가는 길에 있는데 이번에 뺏기지. 다른 집은 많은데 우리집은 워낙 없었어. 소작도 안 짓고 그걸로 먹고 살았어. 우리 막내야 직장 튼튼하니까, 결혼하면 아파트를 사주던지, 안 데리고 살아 혼자 살지.서로가 편해. 옛날과는 바뀐 시대잖아. 다행히 결혼할 때까지 나랑 여기서 살겠다고 해서 얼씨구나 좋다 했어.
작년에 손을 다쳐 일을 못 다니니까 심심해. 난 죽는 날까지 송장을 떠며서 간다고 해도 못 나가. 어디로 가? 우리네 같은 사람이. 내가 이 나이 먹어서 직장생활을 할꺼여? 여기서 나가면 15평짜리 아파트 하나 못 얻어. 아들이 모신다고 해도 답답해서 못 살아. 내가 바람 쐬러 큰아들네 가도 기껏해야 두세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오는데, 우리 며느리가 "왜 어머니는 오시기만 하면 바로 가시냐"고 하면 "아니 얘, 난 답답해서 못 있겠다" 하지.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대지는 원래 산 이였는데 사람이 살지 않았대. 산을 다 파가지고 집짓고 그랬지. 여기에 사람이 안 사니까 여기로 터전을 잡은 거지. 원대추리에서 살 때는 남부럽지 않게 살았대. 남겨진 문서도 없고 난 잘 알지 못하지만 시아버님을 모시고 살았으니까 얘기로만 들었어. 남편이 삼형제 중에 막내인데 여적까지 맏이 노릇을 하고 살았지. 우리 남편이 살아 있으면 원대추리에서 산 얘기, 쫓겨난 얘기 잘 알텐데. 우리 시아버지는 워낙 쫀쫀한 양반이라 술 마시고 분통터져 하는 얘기는 없었어. 나한테는 잘 안하시더라구.
너무 살기 좋았어. 초상이 나면 일이 아무리 많아도 초상을 다 치러야지 일을 시작했지. 지금 원대추리 사람은 많이 나가고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많았지만 갈등없이 조화롭게 살았어. 그땐 여기가 바닷물이 들어오는 갯벌이였어, 그래서 그걸 메우려고 외지인이 많이 들어왔어. 워낙 화목해서 누구나 환영이였지. 옛날로 치면 250호 정도 되서 국민학교 한 학년에 두반씩 있었어. 젊은 사람들이 돈벌러 나가면서 사람이 줄더니 결국엔 폐교됐지. 온 동네사람이 나와 몸으로 때워서 만든 학교야. 우리가 직접 만든 학교니까 딴 사람이 와서 터치 못 해.
처음에 여기 시집왔는데 비행기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못 살겠더라구. 아기를 낳았는데 깜짝깜짝 놀라면서 잠을 못 자는 거야. 귀가 쟁쟁하고 밤에도 잠을 못 잘 정도여서 하늘에 대고 욕도 많이 했어. "야, 이놈의 비행기야, 이제 잠 좀 자자"고 해도 소용없는 얘길 하는 거야. 지금은 정찰기 같은 것만 날라다니는데 아휴, 옛날엔 말도 못했어. 밤에도 전혀 잠을 못 자. 비행기소리에 첫아기가 태어난 지 3일만에 죽었어. 지금도 어디 가서 하소연 못하는데 그땐 뭘 했겠나. 가족끼리 가슴만 썪였어. 그 아이 죽고 한동안 아이가 없었다가 생겼지.
미군기지에 2개의 수문이 있었는데 1개는 막히고 1개는 여름에 장마가 지면 넘쳐서 기름범벅이야. 여름이면 걱정이지. 옛날에는 물이 없지 않았는데 작년에 기지 내에서 뭔 공사를 하더니만 물이 많이 줄었어. 옛날엔 물이 떨어진 적이 없는데 지금은 물이 약해.
미군기지가 있으면 요모조모로 손해라 저녁이면 잠도 안 오고 걱정이야.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 성당에도 잘 나가고 싶은데... 우리 친정집이 성당 다녔지. 구문답책도 있어. 우리 딸은 수녀가 됐는데 어렸을 때부터 영특했어. 맨날 일 다니니까 돌봐주지도 못했는데 어느날 일 다녀오니까 줄넘기를 하면서 100을 세는 거야. 기특해서 "누가 가르쳐줬냐"고 물었더니 “엄마, 난 누가 가르쳐 줘서 아는 거 아니야” 하더라구. 동네아이들이 하는 말 듣고 배운 거지. 국민학교도 7살에 들어갔어도 계속 공부를 잘 하더라구. 올해로 수녀원 간 지 21년째 됐는데 종신서원을 6년만에 했지. 지금은 서강대학교 대학원 다녀.
전에는 인심이 참 좋았어. 지금은 그거에 3분에 1이나 되나. 명절땐 밥 안해도 이 집에서 부르고 저 집에서 불러서 그러다 보면 며칠을 밥을 안해. 마을도 많이 안 변했어. 가까이에 산 있잖아? 거기엔 여름이면 수풀이 우거지고 조선송도 많았어.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니까 할아버지들이 거기서 많이 놀았지.
난 촛불집회 갈 때 ‘오늘은 뭐 좋은 소식 없나’ 해. 이번에 지장물조사 할 땐 욕이 저절로 나와. 내가 아무리 기도를 해도 영혼은 못 잡겠어. 육신만 살지. 3주 동안 마을 지키고 서 있는데 바람도 많이 불고 사람들 고생 많았지. 우리 아들은 “엄마, 걱정 마세요. 안 없어지니까 몸이나 건강하세요.” 그렇다고 걱정이 안되나. 엄마 걱정 따로 있고 아들 걱정 따로 있지.
* 미군기지확장반대 활동 이외 용도로 사용하지 말아주시고, 퍼가거나 인용할 경우 반드시 출처와 시간을 밝혀주십시오(유랑단 평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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