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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이민강님(66세) 인터뷰 [일부]
정리: 지선 - 이어폰을 끼고 녹취한 것을 풀다보니 아휴, 한숨 한번에 고상한 사연이 줄줄 나오던 이민강 아버님의 얼굴이 생각난다. 한 마디가 잘린 손가락과 얼굴의 점이랑 인터뷰 한다고 줄 세워서 다린 검정바지로 갈아입으신 이민강 아버님. 솔부엉이를 올빼미로 아시고는 머리에 손을 대고 뿔이 난 올빼미를 본 적이 있다고 흉내도 내 보이셨다. 아마 흙 치느라 하루 종일 일하셨는지, 어제 촛불집회에 안나오셨는데 그래서인지 비닐하우스 안은 빈 자리가 많았다. 나도 어제 3시부터 5시까지 병철이네에서 모판만들기를 했는데 어깨, 팔, 발바닥이 쑤신다. 다른 분들은 아침 9시부터 하셨다니 아마 하루, 이틀은 앓아누우시지 않을까 싶다. 새참으로 나온 튀긴 만두와 오렌지탄산음료가 너무 맛있었는데 다른 어른들은 이도 부실한데 너무 딱딱해서 많이 드시질 못했다. 병철이가 일하는 쪽으로 자꾸 공을 날려서 패주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이호순 어머님도 뵙고 배부르게 만두 먹고, 일 안해 본 사람들이라고 봐 주시고 우리들 땜에 일이 빨리 끝났다고 칭찬까지 해 주시니 기운이 났다. 앞으로도 잘 봐주십시오. - 050328
"평생 일귀신으로 산 사람을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말도 안된다 이 말이여.”
69년에 안중에서 대추리로 이주 당시 27살, 미혼이었지. 8남매에 둘째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국민학교만 갠신히 졸업하고 객지로 나갔고. 다른 형제들은 고등학교까지 다 나왔는데 나는 엄마, 아버지 고생 덜 할까 해서 돈벌러 다녔지. 그 힘들었던 남의집살이를 8년 동안 하다 ‘남의집살이 10년하면 장가 못든다’고 해서 8년 동안 번 걸로 땅 5000평 사서 결혼해 3남매를 뒀어. 힘들었지만 어른들이 나보고 4가지가 있다고 칭찬했었어. 내가 자존심이 강해. 내가 고생을 많이 해봐서 우리 얘들은 고생 안시키려고 무지하게 노력했었지.
그러다가 집사람이 7000만원을 사기당해 신장이 많이 아팠고 그걸 갚기 위해 농사지으면서 환경미화원으로 8년을 일했어. 새벽 2시에서 6시까지 일하다 집에 와 밥먹고 농사지으며 살았지. 난 세상물정도 몰라. 그저 일만 했으니까. 내가 아내 병간호를 30년 했어. 어느 한 군데 안 아픈 곳이 없어서 난 동네여자들 김장할 때 배추도 절궈주고 함께 김장 많이 했어. 난 남자가 아니여. 지금 내 논이 3000평, 남의 땅으로 15000평 합쳐 18000평 농사짓는데 이렇게 평생 일귀신으로 산 사람을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말도 안된다 이 말이여. 기가 막히지. 아들은 고향에 계신 할머니 모시고 살라고 하지만 난 거기에 못 가. 고향은 죽어서 가던지 아니면 잘 돼서 가는 거야.
나 여기에 왔을 땐 미군기지로 [?]에 가는 길이 나 있었어. 동양여객이라는 회사의 미니버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폐쇄됐지만 그 길로 다녔지. 철조망은 72년쯤부터 쳐졌는데 그전에는 질러 다녀도 뭐라고 하지 않았어. 우마차 타고 평택 다니고 그랬으니까. 미군기지 있어서 난 항상 불만이었다고. 얘들[미군]이 하나 도움될 것이 없어. 내가 왜 몰러. 내가 원래 1반에서 살다가 사기당해서 4반으로 이사했거든. 당시에도 비행기소음이 대단했어.
"미화원 할 때 달밤에 처량하니까 노래도 많이 하고...”
안중에서 미화원 할 때 새벽에 일 나가면 하여튼 사고치는 건 미군이였어. 전화부스를 돌맹이로 팍 깨버리고는 와- 하고 도망가고 사람 보는 앞에서도 그러니 그것들은 사람이 아니야. 술 먹고 나쁜 짓 하는 거 많이 봤지. 아주 나쁜 놈들이라고 내 머릿속에 뱄어. 달밤에 처량하니까 노래도 많이 하고 지금은 청소를 차로 하지만 옛날에는 리어카로 끌고 다녔잖아.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에 집사람은 아프지.
대추리가 인심이 좋다고 하지만 전에는 술집도 많고 먹자주의여서 돈벌어도 까먹기 좋았지. 가정집에서 담궈다 팔았기 때문에 가게 이름이고 뭐 없었지만 요즘은 막걸리보다 소주를 먹는 추세니까 모두 사라졌지. 사기꾼도 많았다고. 땅문제로 재판도 많고 마을사람들이 두 파로 갈려서 싸워서 살얼음판이였지. 지금 미군기지 땜에 주민들끼리 갈린 것처럼 그때도 똑같아. 산다, 못산다 해서 이사 간 사람도 있고 지금도 서로 섭섭한 게 남아 있지. 당시엔 대통령도 못 당하는 법이 있어서 여기가 살기가 엄청 복잡한 곳이였는데 10년전쯤에 그 사건, 분쟁 다 해결되니까 미군기지 늘린다고 지랠들이야.
“내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아들 장가들이는 거...”
내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아들 장가들이는 건데 나도 4년 있으면 70살이여. 뭐 더 바랄 것이 있겄어. 딸 하나에 아들 둘을 뒀는데 딸은 시집가고 나 어려울 땐 개도 안 먹는 걸 먹고 살았지만 자존심은 강하다고. 일이라면 신념을 가지고 했어.
저번주 금요일에 마을총회 했을 때 이의신청 안하기로 하고 끝까지 싸우기로 결정했잖아. 난 대책위만 믿는다니까. 내가 이 앞에 있는 교회에 다녔는데 그 교회의 목사라는 사람이 자신은 미군기지가 들어올 줄 알았다고, 내 기도가 맞았다고 얘기하는 걸 보고 아휴-. 솔직히 내 아들이 전도사요. 그런데 목사라는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그런 소리나 하니 난 아주 그게 불만이요. 그래서 장로랑 차타고 가다 ‘나, 내일부터 교회 안나간다’ 고 말했어. 싫은 걸 어떡해. 난 진실하니까.
그리고 목사가 국방부관계자들 만나는 것도 내가 촛불집회 때 공개적으로 얘기해 버렸어. 그랬더니 목사랑 사모님이랑 장모랑 따지러 왔더라구. 솔직히 말해서 난 살아서 편하게 살지 죽어서 C8 뼈다귀가 천당을 가든지, 만당을 가든지 C8 상관없어. 난 교회는 못 가도 촛불집회는 갈 거야. 시골 사람들은 피곤하면 자야 하잖아. 근데 지가 해병대 나왔다고 조는 걸 없앤다고 깝쭉거리더라구. 우리 어머니는 불교여. 아들때메 다니는 거지, 난 원래 교회하고는 안 맞아. 목사가 자기 기도가 맞다고 미군이 들어올 줄 알았다는 게 이게 환장할 노릇 아닌가.
교회에서 밥 한 숟갈 얻어먹으면 집에 와서 체해. 집에 와서 활명수 먹고 가야 돼. 내가 그런 심정이여. 얼마 전에 밤 12시 넘어서 대추리 얘기 나온 적 있잖아. 그때도 졸린데도 밤새도록 안 자고 그걸 본거여. 아 근데 다른 것만 자꾸 나오더니 정작 너무 짧게 나오니까 내가 열받아 가지구 토사를 해버렸어[3월 9일 방송된 시사투나잇]. 아후 난 신흥[도두리]사람이나 대추리 사람이나 내리나 다들 친하게 지내. 그래야지 편하고.
만약 쫓겨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진 않았어. 아들은 이미 결정난 거라고 하지만 난 “걱정마라. 대책위를 믿어”라고 말해. 그런 얘기할 때마다 아들한테 섭섭하고 요즘 밤낮없이 일할 때인데 힘이 하나도 안나. 기운이 하나도 없지. 어제야 비로소 쪼끔 흙쳐서 모판 200개 만드는데 아들이 “농사짓지 말라고 하는데 그거 왜 담아유” 정떨어지는 얘기만 해. 옛날 같으면 보상도 받았지만 지금은 정부에서 쌀도 안 사간다지, 미군기지 들어온다지. 일 잘하는 사람이 기운이 떨어져서. 어떤 집은 불안하니까 다른 데 땅도 보러다니고 그러는데 난 없이 살아도 내가 좋지, 남한테 손 내밀기 싫어. 화도 나고 불안하지만 편히 맘먹고 배짱을 가지고 끝까지 나가면 막을 수 있다고 믿으니까. 아이들은 “한국정부도 못 막는 걸 미군을 어떻게 막냐”고. “여기 떠나 살자”고 해도 아직 아들들한테 안지지.
“막을 수 있지. 자신감이 있으니까.”
한편으론 땅을 뺏는다고 하니 화는 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맘을 편안히 먹어야지, 만날 그 생각만 하면 오래 못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놀음 심하고 술 심하니까 잘 못 살지만 난 여기서 일만 하니까, 밥먹고 일만 하니까 사는 거지. 여기가 원대추리에서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마을이 이장한테 밀어주는 힘도 좋고 사람이 많이 살았어.
예전에 우리 마을에 미군기지에서 구두 닦아주고 방청소 해주고 심부름하며 돈받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을사람들과 갈등이 있었어. 그이들은 농사 안 지어도 먹고살만 했지. 대추리는 초상나거나 큰일 할 때 온 마을사람들이 나서서 하는데 어디에 내놔도 단결심이 좋지. 그런데 하우스보이들은 함께 일할 줄을 모르고 만날 술만 마셨지. 그래도 평소엔 그럭저럭 지냈어. 하우스보이는 대추리 뿐만 아니라 다른 동네에도 많았지.
힘들지만 농사짓는 건 내 직업이여. 힘들다고 생각하면 병만 나지만 힘 안들려면 농사짓지 말아야지. 며칠 전에 남의 일 도와주다가 고무벨트에 오른손 셋째, 넷째 손가락이 끼어서 첫마디가 잘려 나갔지. 이른 저녁이였는데 함께 일하던 장로가, 내가 그 시간만 되면 촛불집회 가니까, 없는 줄 알고 스위치를 눌러서 한바퀴 가고 두바퀴째 뺐지. 그래서 아후, 이 지경이지. 그래도 어제는 흙쳐서 모판 200개 만들었어. 오늘 비온다 해서 서둘러서 했지. 비를 맞으면 흙이 죽 돼버리니까. 끝나고 밥 먹고 나니까 7시 5분이더라구. 오도바이 타고 촛불집회 갔지.
“사람들 반응 봐가메 다음 노래 뭐 부를까 생각하다가 노래 까먹기도 하지.”
암만 피곤해도 촛불집회 가면 좋지. 근데 딱딱한 자리에 앉아 만날 똑같은 얘기 들으면 지겨우니까 노래 한번 듣고 스트레스 싹 풀면서 하는 거지. 그래도 내가 전라도 함평 이가요. 일단 구수하니까 내가 노래할 줄 몰라도 사람들이 내 노래 좋아하는 거 같아. 한동안은 아들이 전도사가 되놔가지고 그런 노래도 못했어. 안 부르니까 잊어버리더라구. 내가 한번 나가면 서너 곡씩 하잖아. 노래 하나하나 부르면서 사람들 반응 봐가메 다음 노래 뭐 부를까 생각하다가 노래 까먹기도 하지. 마음이 꾹 눌렸다가 노래를 부르면서 싹 푸는 거지. 그때부터 분위기 사는 거지. 나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일을 많이 하긴 해도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거 아니고 일정은 내가 잡으니까 미리 얘기하면 일정조정하지. 지금 아이들은 잘 모르는 노래지만 내가 직접 불렀던 노래니까.
내가 밤중에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노래 많이 했지요. 노래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예요. 힘들고 고되니까 또 촛불집회 자리가 딱딱하잖아. 박수를 치고 소리를 치고 ‘와~’ 하면 잠깐이지만 즐겁잖아. 촛불집회 재밌게 하려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노래해야지. 노래방기계 있으면 사람들 집회에 안 와. 노래시킬까 봐. 또 노래방기계랑 우리 박자가 안 맞아서 박자 신경 쓰느라고 노래가 안 돼. 내가 미화원 할 때는 담배를 하루에 5갑씩 피웠지만 지금은 담배랑 술 안하지. 그래도 노래는 잘 해. 좋은 처녀 있으면 [내 아들] 소개시켜줘[웃음].
* 미군기지확장반대 활동 이외 용도로 사용하지 말아주시고, 퍼가거나 인용할 경우 반드시 출처와 시간을 밝혀주십시오(유랑단 평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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