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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두2리 남언년님(70) 인터뷰 [일부]
보청기를 끼고 아담하게 앉아 살아오신 얘기를 하시는 남언년 어머니. 지장물조사 때도 한번 뵜는데 인터뷰 하자고 하자 "의도가 너무 나쁘다"고 하기 싫다고 하신다. 우린 절대 여기를 떠나지 않겠다는데 [이주]절차밟듯이 인터뷰는 왜 쓸데없이 하는 거냐고 대놓고 싫다 하신다. "노무현 대통령이 쌍꺼풀수술을 하면 더 잘 볼 줄 알았는데 더 안보이나 봐.”라며 저 혼자 잘나서 대통령된 게 아니라고 똑똑히 보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셨다.
남언년 어머니는 농사짓지 않고 텃밭 가꾸면서 혼자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15년 전에 돌아가셨다. 보은에서 막내따님을 출산하시고 33세에 아산만 간척 당시 도두리로 이주했다. 소 죽은 거, 돼지 죽은 거, 쥐 죽은 물, 똥덩어리 떠다니는 물 가라앉혀서 마시면서 살았다.
- 인터뷰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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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야 모두 고상할 때니까 그렇지만, 지금 여기 몇 천명이 먹는 농사짓는 곳인데 왜 여기를 뺏으려고 하는지, 아주 나쁜 놈들이여. 빼앗으려고 하지, 누가 뺏기려고 하나. 여기 손으로 지게로 다 직접 개간한 거야. 나는 돌맹이로 만들어진 사람이야. 하느님한테 매달려서 건강해.
원래 살던 주민은 홍이장네랑 몇 집 안돼. 여기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소처럼 일만 할줄 알지, 그러니까 여기 땅 다 사서 부자됐지. 이제 간기가 빠져서 농사될만 하니까 나가라고 하네. 원래 이 땅이 모래도 돌도 없어서 좋긴 했지만 흙이 미끄러워서 죽~ 죽 빠졌던 곳이여. 일만 죽어라 해서 농협 부자 만들어 주고 나라 부자 만들어 줬더니 질알들만 하고 쌈만 해. 서울사람들이 아무리 잘났어도 시골사람들이 먹고 살게 해주니까 사는 거지 지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개놈의 세끼들. 그런 거 보면 이 땅도 주지 말아야 해.
200회 촛불집회 몇 번 빠지기도 했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촛불집회하면서도 속이 아파서 뒤집어질 것 같아. 좋긴 뭐가 좋아.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땅 팔고 나가라고 하는 거 생각만해도 화가 나. 자식들은 지들대로 엄마를 모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지. 자식들은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정부 말대로 하면 나만 고상인데.
홍수가 오려고 해도 여기가 평택인 줄 알고 피해가는 곳이야. 평택이니까 편안하게 살으라고. 아무리 가뭄이 와도 물걱정 안하는 곳이제. 이 동네는 봐주는 동네야. 농사짓기 이보다 좋은 데 없어. 내가 보은에서 올 때만 해도 모만 심으면 거둬먹는 곳인 줄 알고 왔지. 보은은 산꼴짝이잖아. 우리 아저씨가 건달마냥 돈을 안 버는 사람이라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잘 온 거지. 고생은 했지만 보람 있잖아. 농사지으려고 하는 사람은 절대 안나가는 땅이야. 흙도 좋고 논도 빤듯빤듯하고 벼도 많이 나오잖아. 그걸로 자식 다 키웠어.
나는 이장 아니고 이장할아버지라도 여기서 못나가니까, 우리가 여길 떠나 흩어지는 거 걱정마쇼. 우리가 여길 떠나믄 논도 주고 밭도 주고 한대? 절대 못 믿지. 사전에 상의를 했어, 아니면 동의를 구했어. 의견도 안 물어보고 농사짓는 사람들한테 왜 땅을 뺏어가는 거야.
지장물조사 나오는 사람들이 귀랑 코랑 빨개지고 덜덜 떨고 다녀서 안되기도 했지만 말을 예쁘게 안해서 고소했지. [조사원들이] 아니 자기네 부모 사는 땅은 2만원인데 여기는 7만원이니 좋겠다고 질알들하고 돌아다니고 있어. 미군보다 더 나쁜 놈들이여.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와. 마을 지키느라 맨날 바깥에 나가있었더니 바람은 불제, 얼굴이 새카맣게 탔다닝게.
도두리는 농사 시작 전에 잔치 한번 하고, 여름 복날 어른들께 개국 대접하는 게 전통이요. 온동네 주민들 나와서 마을 입구에서 국밥 끓여 먹으면서 지켰지. 입구에 있는 집에서 전기 다 끌어다 쓰고 사람들 얼마나 많이 오고 갔어. 마을입구 지키느라 다들 욕봤지만 특히 그 집에서 고상이 많았지. 사람들[정부]이 올해까지만 농사짓게 해주고 내년에는 쫓겨난다고 [말]해도, 우리끼리만 뭉치면 돼.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지금처럼 일하고 사이좋게 지내면 돼.
젊을 땐 일하느라 여기 앉아있을 틈도 없었어. 이웃끼리 싸울 새가 어딨나.. 눈만 뜨면 논에 가서 일해야지, 물지게로 물 길어와 또 가라앉혀서 빨래하고 밥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어. 요즘 사람들은 편하지. 지금은 삼정(?)에서 물 끌어다 먹지만 그땐 개울물, 똥물 퍼다가 먹었지. 수돗물이라고 깨끗하진 않지만 그땐 지 똥 지가 먹고...
그렇게 지은 농사고 내 손으로 개간한 땅들이여. 이젠 간기 빠져서 수확량도 많아지고 살만한디 왜 땅을 뺏어간다고 해서 우리 맘을 불안하게 하는 거여. 올해 싸움을 잘 해야지 밀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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